65세가 되니 말도 나이를 먹더라고요. 제법 말을 잘한다고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한 때 성악 발성법도 익혔으니 말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말하는 것이 두렵고 어려워졌어요. 그만큼 세상을 겪었기 때문일까요? 사는 게 뭔지 어렴풋이 알게 됐고 자유로운 대자연인이 되자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나 홀로 비즈니스라는 것, 그래서 어떻게 무엇을 나답게 살아낼 것이냐고 매일 묻고 답하면서 삽니다. 그러다 나의 말이 어눌해지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자신을 자꾸 들여다보니 스스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중증질환 산정특례자 자격 만료 통지서’를 받으면 무척 기쁩니다. 자격이 만료되면 특혜는 사라지게 되지만, 통지서는 암 완치라는 축하 편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저는 2023년 1월에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은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진료비도 커지게 마련인데요.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는 중증질환 종류에 따라 일정 기간 진료비의 본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암 환자는 5년간 이런 특혜를 받습니다. 암의 완치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암의 완치라는 판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5
클래식 음악은 어떤 예술에 가장 잘 어울릴까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문학이 아닐까 싶어요. 비문학보다는 문학, 문학 중에서도 시보다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클래식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일 텐데요, 오늘은 그런 기준에 어울리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브람스와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의 입니다. 마지막에 물음표 대신 반드시 점 세 개의 말줄임표를 쓰게 했다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사강이 24살에 발표한 걸작입니다.낭만주의라고 하지만 고전주의 색책
유튜브부터 인스타까지, 최근 SNS는 밈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쇼츠에는 매년 연말마다 올해의 밈을 정리한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넘기고, 인스타 댓글에서도 밈을 활용한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곤 한다. 온라인에서 탄생한 독특한 문화인 밈은 MZ세대에게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밈(Meme)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작게는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로, 크게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밈은 강력한 중독성과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재미와 소통을 넘어 마케팅에도 활용되
처음 법대 입학해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읽을 때였다. “국회가 이 법을 제정했을 때”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 ‘아, 맞아.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지’였다.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사회 시간부터 배웠던 것이지만, 어려서부터 한국과 미국의 국회를 보다 보니 국회는 기가 막힌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릴없이 귀 막고 악쓰는 장소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 국회가 2년간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 ‘Oval Office(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성관계를 했느냐를 놓고 공방하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조금 다릅니다. 스물다섯 살에 남성복을 시작했습니다. 패션 사업은 학부모의 권유로 하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교실을 운영하여 자비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피아노 교실을 하게 된 것은 천운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없는 고등학생이 학교 선생님의 개인지도만으로 음대 성악과를 입학한 덕분이었습니다.부자가 된 이력서입니다. 광장시장 원단 코너에서 이십 대 젊음을 다했습니다. 삼십 대에는 전국 호텔을, 은행과 금융사를 그리고 세계적인 식음료 프랜차이즈 그룹의 협력사였습니다. 유니폼 업체로 깃발을 세웠습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50대 초반의 김 대표는 언젠가부터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게으름 피운다고 부인이 화를 내었지만, 이제는 김 대표가 병이 든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합니다. 나이 들면서 김 대표처럼 착한 사람이 고약해지거나, 폭력적이던 사람이 순해지기도 합니다.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심하여 사람이 바뀐 것처럼 되면 주변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됐나?” “왜 안 하던 짓을 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 뇌 건강이 나빠지고
요즘 관심을 갖고 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눈물의 여왕》이다. 나는 김수현의 팬이다. 그의 목소리, 발성, 발음, 띄어읽기, 대사의 한 문장이 전체 극의 흐름 속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따라 강세를 줘야 할 단어를 적절히 선택하는 능력, 너구리 ‘영숙이’를 부를 때 그 각양각색의 억양, 거기에 눈물이 흐르지도 않으면서 그렁그렁 맺혀 가끔 목이 메며 하는 연기 등은 가히 최상위 1%의 배우라 생각한다. 단지 내가 너무 일찍 자는 건지 요즘 드라마가 늦게 시작하는 건지 본방송을 보지 못한다. 넷플릭스에서 볼 때까지 다른 건 절대 보
의 두 번째 주인공은 안토니아 브리코입니다. 그는 오늘날 여성 지휘자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응원했고요, 그 누구보다도 여성이 포디엄에 오르길 바랐던 지휘자입니다.그가 활동했던 20세기 초중반 유럽과 미국의 클래식 음악계는 백인 남성이 아닌 음악가들에게는 분명 불평등의 시대였습니다. 피부색이 다르거나 여성인 음악가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차별을 받았으니까요.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당시의 상황은 우리 인류가 걸어온 한 시절의 역사이기도 합니다.서양 음악사의 음악 외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음식을 파는 가게라고 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가? 우선 사전이나 우리말샘에서 관련 단어들을 살펴보자.1) 한식-점(韓食店) 「명사」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음식점. (우리말샘)2) 한식-집2(韓食집) 「명사」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음식점.≒한식당 (표준국어대사전)3) 한-식당(韓食堂) 「명사」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음식점.=한식집 (표준국어대사전)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동의어를 표시하고 있다.“기본 표제어에는 뜻풀이 뒤에 ‘≒’ 기호를 사용하여 동의어들을
체계화된 표기와 소리역사와 사회편에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시각 정보 수용 비율이 78%, 청각이 13%임을 언급했었습니다. [1]인간이 총 91%의 감각을 통해 전달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정보 형태는 표기(mark) 혹은 소리(sound)입니다. 우주에는 많은 표기들과 소리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인간들이 국가 혹은 사회와 같은 무리를 구성하여 체계화된 표기를 문자로 소리를 언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현재 전세계 인구 79.51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약 6천여개이며 문자는 50여개라 합니다. [2] 언어의 수가 많은 사유는 시
소설 《데미안》에서는 마태복음 속 예수의 수난을 주제로 한 바흐의 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마태복음으로 시작되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바로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작품 입니다. 베토벤(1770~1827, 독일)의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 와 제목이 같아,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읽고 싶을 겁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1890년)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1805년)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으로,
거짓말로 인한 사기는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범죄 중의 하나다. 구약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는 뱀의 거짓말에 속아 선악과를 따서 먹었다. 그리스 신화에도 ‘기만’과 ‘사기’와 ‘속임수’의 여신으로 ‘Apate’가 등장한다.역사상 최초의 금융사기 기록은 기원전 360년경 그리스 상인 헤게스트라토스에 의한 선박과 옥수수를 담보로 한 대출 사기다. 헤게스트라토스는 “배를 사들여 옥수수 무역업을 하려고 한다. 돈을 빌려주면 지중해 건너편의 옥수수를 팔아 이윤을 남기면 이자를 붙여 갚겠다.”라고 했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선박과 옥수수를 담보로
43년째 다양한 질병의 치료 현장에서 울고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백세시대를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낼 것인가’는 이 사람의 원씽입니다.‘건강’은 ‘한글 깨우치기’와 같은 것입니다. 글을 배우면서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듯이 그동안 만난 수많은 질병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건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경험상 역대급 간호조무사가 아닐까 합니다. 더구나 최근 12년 동안은 치매 환자만 보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65세가 된 자신부터 반드시 실천해야 할 ‘노후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작가 김성근 감독은 노후
똑같이 노력했는데 더 인정받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나만 모르는 어떤 엑스팩터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는 이 오래된 금언도 최근 심리학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랜 시간을 쏟아 붓는 ‘그릿’도 결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이능을 들어보셨나요? 재능을 다르게 정의하는 ‘이능’을 소개합니다. 잘 찾아낸 맞춤한 재능은 노력을 뛰어넘으니까요!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을 기준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억척같이 달려온 사람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익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께 해외여행보다 뇌 보약을 선택한 효자 아드님의 이야기입니다. 75세 안 회장은 큰 부를 일구셨습니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자주 어지럽고 쉽게 피곤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피곤하신지 진료 중에도 하품을 자주 했습니다. 약 4개월 전부터
“나에게 그림은 피난처이자 집이자 고향이며 스스로를 지키고 또 기념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림은 내가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며,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하여 간섭 할 수 없는 공간이다.”_에바 알머슨(Eva Armisen)3월의 대표 향기인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봄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들의 푸릇한 새싹들을 보아요. 에바 알머슨의 작품과 행복한 봄의 향기가 가득히 아지랑이 되어 온통 향기가 퍼집니다.에바 알머슨(Eva Armisen)이 한국에
이 이미지는 ‘봐도 봐도 웃기다’는 코멘트와 함께 SNS에 업로드되었던 사진이다. 곧바로 사투리로 말하는 아기가 떠오르면서 웃기고 재미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가?사실 필자와 필자의 친구는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때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해당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친구가 “누가 웃기다고 올렸는데 웃음 포인트를 모르겠다”며 사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이 글에서의 웃음 포인트는 어디일까?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흥분한 아기가 귀여웠을 뿐이라면, 제목에서 ‘사투리가 심한 아기’라는 점을 굳이 명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3월 17일은 ‘St. Patrick’s Day‘ 즉 패트릭(라틴어 이름 Patricius)이라는 성인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부분 성인을 기념하는 날은 성인이 죽은 날이다. 그러니 3월 17일이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지만 확실하지는 않고 그렇게 믿고 이날을 기념한다.패트릭 성인의 일대기는 확실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가 태어난 때, 죽은 때 그리고 어디서 태어났는지 다 정확히 모른다. 로마가 브리튼 섬을 지배하던 시절에 잉글랜드 혹은 웨일즈에서 태어나 신부가 되어 아일랜드(Ireland)로 가 그곳에서 켈트족의 다신교를 숭배하던
지난번 탐험에서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사전 속 정의를 살펴보았다. 먼저 ‘흡족하다’의 뜻은 ‘만족하다’이고, ‘만족하다’의 뜻은 ‘흡족하다’여서 서로가 서로의 뜻풀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쓸쓸하다’의 뜻에 언급된 단어들의 뜻을 찾아서 가다보면 결국 ‘쓸쓸하다’는 ‘쓸쓸하다’가 되어 버린다. 이번 탐험에서는 눈으로 명확히 볼 수 있지만 막상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색깔의 정의를 살펴보려 한다.색의 삼원색은 자홍, 청록, 노랑이고,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다. 자홍색은 자줏빛을 띤 붉은색이고, 청록색은 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