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 존경하는 / 스크럼은형형색색의 미소 가득한 / 꽃밭인가스위스는 개혁 사상을 키운 요람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 스위스를 방문하면서 그 심원한 깊이를 실감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확립을 목표로 인문주의의 중심지가 된 문화도시 바젤은 역사도 찬란합니다.제네바에서 시계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을 설파한 사상가입니다. 나는 스승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루소의 교육 소설 《에밀》을 정독했는데, 이 소설에 담긴 불멸의 외침을 잊을 수 없습니다. 루소는 “인간이여
일명 ‘수포자’라는 말이 있다. ‘수학을 포기한 자’의 줄임말인데, 그만큼 수학은 말만 들어도 지레 겁먹을 정도로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데카르트 수학책방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수학이 싫어 포기했던 이들까지도 포용하는 공간이다.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나는 어느 봄날, 데카르트 수학책방을 찾았다.수학책방이라고 해서 딱딱한 공부 공간을 떠올렸는데, 문을 열자 포근함이 먼저 온몸을 감쌌다. 나무 책장에 천 소재로 꾸민 공간이 수학 전반까지는 아니어도 수학책에 대한 거부감은 확실히 반감시켰다.“공간이
씨씨윗북은 부산 영도 흰여울길에 자리한 동네책방이다. ‘See Sea with Book’이라는 이름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소설 《해리 포터》의 영감이 된 포르투갈 렐루서점을 벤치마킹한 곳으로 묘박지(선박이 계류·정박하는 장소)를 풍경 삼아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안락함이 공간 곳곳에 녹아 있다. “머뭄의 가치를 차별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콘셉트다. 씨씨윗북은 독특하게 무인으로 운영된다. 서점 앞 키오스크에서 이용권을 구입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가격은 한 시간에 5000원, 두 시간 8
좋은 벗과 함께 / 서로를 바라보는 / 여름의 기쁨은생명을 촉촉이 적신다 / 소생하는 대화 생명은 생명으로 고무되고 힘을 얻습니다.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몸이 허약한 소녀 클라라도 그러했습니다. 웅장한 자연에 둘러싸인 여름 알프스에서 클라라는 좋은 친구 하이디와 인간미 넘치는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아 마침내 걸을 수 있게 됩니다. 그때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밝은 햇살 아래 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르는 선이 사라져가는 지금, 도시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로컬스티치와 머리를 맞대고 동네책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해봤습니다. ‘여전히 좋은 책을 전한다’는 기조를 유지한 채.”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서점 스틸북스는 서울 여의도와 영등포, 대전에 이어 2022년 12월 ‘로컬스티치 회현’에 둥지를 틀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남대문시장 맞은편 골목, 커다란 일러스트가 그려진 오래된 건물에 스틸북스가 있다. 한낮의 골목엔 시장 상인과 직장인, 관광객들로 뒤섞여 생
좋은 친구와 / 좋은 인생길을명랑하게 / 삶의 보람을 느끼며 / 노래하고 춤춰라 1979년 청년들과 함께 인도의 날란다 불교 유적지를 둘러본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5세기부터 12세기까지 세계 각국에서 수천에서 만 명에 이르는 학승이 모여 불교를 연구하는 대규모 학문사원으로 번영했습니다. 날란다는 세계에서 역사가 오래된 대학교 중 하나로 꼽힙니다. 델리에서는 명문 델리대학교와 네루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콜카타에서는 인도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생가에 세워진 라빈드라바라티대학교를 방문해 교직원, 학생들과
책을 읽고 난 이후에 우리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서점 이후북스는 이러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책을 읽은 이후,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더 나아가 세상을 조금 불편하게 바라봄으로써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행동으로 옮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후북스는 8년 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작은 동네서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망원동에 본점, 3년 전부터 제주시에 분점을 내고 운영 중이다. 책방에서는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소설, 시, 에세이,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다. 독립출판 특유의 독특하
단비로구나 / 괴로움을 함께 나누며격려를 / 보내는 자애로운 / 당신의 목소리는 단비는 어머니의 자애에 비유됩니다. 대지를 적셔 초목과 곡물을 키우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비가 그치면 태양빛을 받아 하늘에는 무지개가 뜨고, 땅에는 금과 진주처럼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해집니다.인도 시인 바르트리하리는 이렇게 읊었습니다. “원치 않더라도 태양은/ 연꽃을 피우고/ 달은 수련을 피우고/ 구름은 비를 내린다/ 좋은 사람들은 내가 먼저/ 타인을 이롭게 하려고 노력한다”우리 생명에도 태양이 있고 달빛이 있으며 광우(光
해방촌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종종 자그마한 가게를 마주하게 된다. 가게마다 특색이 제각각이라 미로 같은 해방촌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찾는 재미도 있다. 별책부록이 그랬다.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몰랐을, 가파른 언덕의 좁은 골목길에서 서점 별책부록을 만났다. 사위가 어둑해진 저녁 무렵의 해방촌, 서점 유리창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이 골목을 환하게 비춘다. 낮은 층고의 책방 문을 열자 온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장에는 독립출판물과 예술·디자인 관련 서적으로 가득했다. 책의 장르도 모양도 제각각. 빼
트렌드 책의 시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 관련 도서가 서점 매대 한쪽을 가득 차지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부동산, 인공지능(AI), 교육 등 영역은 더 세분화되고 종류도 수십 권에 달할 만큼 다양해졌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변화하는 세상에서 작은 단서라도 얻고자 하는 이들의 선택은 덩달아 분주해졌다. 수십 권의 책을 펼치면 올해 공통으로 보이는 키워드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불확실성의 여파’다. 챗GPT의 등장이 기술의 진화를 앞당기며 사회 곳곳에 변화가 생길 거란 걸 누구나 짐작한다. 급변하는 판에서 도태되지
미국 뉴욕에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창출하는 인류의 의회(議會) 유엔(UN) 본부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곳에서 평화의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벗들은 지구사회의 기둥으로 빛나는 세계 시민들입니다. 유엔 사무차장을 역임한 초두리 박사는 뉴욕에서 ‘평화를 위한 문화’를 창조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벗들을 격려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인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고유의 훌륭함이 있다.”“인간으로서 자신의 훌륭함을 인식하고 그와 마찬가지로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자세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일, 다가올 시대를 아이들이 살아갈 가치가
서울 연희동 궁동산으로 이어지는 오래되고 좁은 골목길 끄트머리. 산으로 향하는 길 외에 더는 갈 곳 없어 돌아나가야 하는 지점에 달걀책방이 있다. 달걀책방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아동·청소년 문학 전문서점으로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다. “함께 나누고 싶은 소중한 책을 소개한다”라는 모토로 책 큐레이션, 전시, 워크숍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원화를 전시한 데 이어 《존엄을 외쳐요》 윤예지 작가, 《K-요괴도감》 이고은 작가의 전시도 열었다. 워크숍은 달걀책방 고유의 특성을 보여준다. 《마틸
폭풍우에도 / 더욱더 높이 / 용감하게 춤춰라 승리의 무지개에 / 다다를 때까지봄을 뜻하는 영어 ‘스프링(Spring)’에는 ‘용수철’과 ‘비약’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겨울에 부는 매서운 역풍조차도 상승하는 힘으로 바꿔 희망을 향해 높이 날아오릅니다. 이러한 봄이 약동하는 곳이 바로 “더욱더 높이(Excelsior)!”를 표어로 삼은 뉴욕주(州)입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는 날마다 세계의 경제와 문화의 최첨단을 개척하는 숨결이 끓어오릅니다. ‘뉴욕(새로운 요크)’이 탄생한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곳을 점
초소책방을 찾아가는 길, 어느새 물든 단풍이 가을 햇살에 빛을 발한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시작해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걷기를 1.7km 남짓, 전망대를 지나자 유리로 된 초소책방이 눈에 들어왔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초소책방은 지금처럼 단풍이 곱게 물든 2020년 늦가을 문을 열었다. 인왕산 중턱, 방호 목적으로 지어 50년 넘게 경찰초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초소’라 이름 붙였다. 정식 명칭은 ‘인왕산 초소책방 _더숲II’다. 2017년 노원구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더숲’이 위탁운영하면서 ‘더숲I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변에 펼쳐진 포도밭을 바라보며 근처 빈 숲에 있는 베토벤박물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음악가로서 난청이라는 치명적인 어려움과 맞서 싸운 베토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내고, 이 집에서 새로운 창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내게 주어진 창작을 모두 해내지 않고서는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불굴의 정신 투쟁에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음률이 있습니다.내 벗은 사진작가로서 순풍에 돛을 단 듯한 청년 시절에 큰 병이 덮쳐 목숨이 위태로웠습니다. 그때 투병 생활을 하
“죄 많은 분 환영합니다.”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책방 죄책감’ 문 앞에 쓰인 글귀다. 죄책감이라는 책방 이름도 독특한데, 환영 방식도 가볍지 않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문을 연 책방, 열 평(33㎡) 남짓한 공간이 1000여 권의 책으로 빼곡하다. 죄책감이라는 묵직한 이름과 달리 환한 실내는 아늑하고 편안하다. “책방 이름이 독특합니다. 죄책감이라니….”책방지기이자 ‘죄 사장’으로 불리는 홍진일 대표는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름”이라며 껄껄 웃었다.“저에게 죄책감은 책임감과 같아요.
다 함께 / 용기의 음률 / 울려 퍼뜨려인생 즐겁게 / 환희의 춤을마음에는 명지휘자처럼 자유자재로 희망의 선율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지휘봉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평범한 일상에서도 기쁨 넘치는 경쾌한 왈츠를 출 수 있습니다. 모진 시련조차 밝고 상쾌하게 웃어넘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곡을 울려 퍼뜨립니다. 사람들에게서 다채로운 힘을 끄집어내고 서로 연결해 평화의 교향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술대국 오스트리아 빈은 그곳에서 활약한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브람스·말러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살던 집과 기념비가 있고, 오페라하우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회나무길 끝자락,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층층이 쌓여 올라간, 세로로 결이 난 흰색 건물이 소라고둥 같기도 하고 케이크나 두꺼운 책을 연상하게도 한다. 독특한 외형 덕분에 ‘소라빌딩’ ‘경리단 구겐하임’ 등으로 불리며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그래픽 노블 전문 서점 ‘그래픽’이다. 예사롭지 않은 외벽을 따라 건물 옆 두꺼운 철문을 밀고 들어가자 어둡고 고요한 복도가 나타났다. 좁다란 복도를 걸으며 숨을 고르는 사이 자동문이 열리고 이윽고 환한 서점 내부가 펼쳐졌다. 바깥의 무더위 따윈 잊을 만큼 시원
사람들을 / 이어주는 도전관철하라 / 대지를 관통하는 / 운하의 당당한 모습이여독일 문호 괴테가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을 보고 싶구나” 하고 열망한 대사업은 바로 ‘파나마운하’입니다. 세계에서 누계 약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사투에 사투를 벌인 끝에 총길이 약 80km를 뚫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 파나마운하는 1914년에 완성됐습니다. “대지는 갈라지고 세계는 이어졌다”고 구가하는 이 인류 역사상 최대의 토목공사를 완성한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 공사에서 주임기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 조지 고설스의 말을 잊을 수
태양의 빛과 / 꽃의 대지에서함께 새기노라 / 빛나는 업적꽃들은 저마다 밝은 빛깔, 선명하고 강렬한 빛깔, 차분한 빛깔, 깊이 있는 빛깔로 자기 생명을 힘껏 빛냅니다. 모두 다른 빛깔이기에 활기차고 즐거워 보입니다. 모두 같은 생명이기에 서로 통합니다. 사람도 자신의 생명을 자기답게 빛내면서 다채로운 벗과 만나, 발견과 촉발 그리고 기쁨을 거듭 쌓고 싶어 합니다.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는 국토의 약 3분의 1을 국립공원 등으로 조성해 자연을 보호하는 환경 대국입니다. 1만 종이 넘는 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세계적인 화원(花園)이기도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