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니 조금 무섭긴 해요.들어오는 일들과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에 비해저는 아직 많이 모자라거든요.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도 하는데,노가 부러질 것 같아서 제 노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학교로 향했으나,학교에 가니까 물이 훨씬 더 많이 들어차는 겁니다.인생에 이렇게 물이 세게 들어오는 날이 또 있을까 싶어서노가 부러져도 다시 항해해보려 합니다.능력이 모자라서 나중을 기약하는 것보다는능력이 모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자취방’은 마지막 곡이니 기승전결의 ‘결’에 해당할까요. “방송 데뷔 이전의 모든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힘이 있다. 재능에 기대지 않는 힘이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구름 같은 재능을 잡는 것보다, 꾸준히 연습해온 연습실의 햇살을 믿는다. ‘8번 연습실’에서 홀로 남아 절규하며 연습하던 자아, 자취방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던 자신을 말이다.이무진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기타를 잡았다. 함께 시작한 아이들이 쭉쭉 치고 나가는 것에 비해 자신은 진전이 없었고, 그때 정확히 자신의 처지를 알았다고 했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건 그를 낳은 어머니가 증인이다.그의 어머니는 “천재를 낳았다”
사람들은 놀렸다. 왜 그렇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왜 그렇게 이상한 질문을 하느냐고. 그는 어딜 가나 ‘튀는’ 존재였다. ‘사차원’ ‘별종’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다. 가수 솔비. 그는 아팠다. 쏟아지는 악플조차 관심으로 받아들이며 견딘 시간은 단단한 응어리를 만들었다. 우울증이 깊었다. 그즈음 치유를 위해 만난 미술은 그에게 구원이 됐다. 그리고 간절한 두 번째 꿈이 생겼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상처를 꺼내 자신만의 이야기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트라우마였던 튀는 생각과 발상은 오히려 표현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노래하는 화가 권지
인생을 노래한다”는 닳고 닳은 수식어가 장민호만큼 잘 어울리는 가수가 또 있을까.장민호의 노래는 꾸밈이 없다.노래한다’는 느낌보다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흘러넘치는 감성에 노래를 살포시 얹은 듯, 슬픔과 기쁨이, 환희와 비애가 고스란히 전달된다.사는 게 그런 거지”라며 무심한 듯 읊조리는 노래에서는 관조와 해탈마저 느껴진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양질의 시간들로 빼곡하게 채워 나간 나이테가 안긴 선물이다.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쓴 흔적은 어디 가지 않는다. 시간의 무게만큼 밀도 있게 쌓이면 언젠가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 부른 노래에는 칭찬이 달리고, 명곡에는 사연이 달린다”고. 선우정아가 부른 ‘도망가자’ 댓글에는 숱한 이들의 애달픈 사연이 이어졌다. 직업이 장례지도사인 어떤 사람은 “무겁다면 굉장히 무거운 직업이라 이따금, 살짝 내려놓고 싶을 때 이 노래로 위안을 받는다”며 불러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다. 항암치료를 받는 어떤 이는 “도망가버리고 싶지만 버티겠다. 씩씩하게 돌아와 다시 댓글 쓰겠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는데, 가사처럼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
한때 강다니엘은 하나의 현상이었다. 2017년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오디션 연습생은 그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고, ‘도대체 왜 강다니엘인가’를 분석한 기사들과 ‘강다니엘만 잡으면 된다’는 각종 매체의 섭외와 CF가 쏟아졌다. 그는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호 같았다. 아이돌차트 평점랭킹에서 151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최단 시간 100만 팔로워를 모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를 빗댄 신조어도 매일 쏟아졌다. 갓다니엘, 킹다니엘, 마몸디얼(마블이 빚은 몸에 디즈니가 빚은 얼굴), 얼속덩잊(얼굴에 속아 덩치
캐릭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무서운 녀석이 나타났다. 볼록 튀어나온 배, 거대한 등판, 눈은 또 어찌나 큰지. 그런데 이 녀석, 덩치는 산만 한데 귀엽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두껍’ 하고 울면 스르르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성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진로의 마스코트, 두꺼비다.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최근 뉴트로 열풍을 입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중심에 두꺼비가 있다. 진로 소주 라벨에 새겨진 바로 그 두꺼비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캐릭터는 2019년 4월, 1970년대 진로 소주 디자인을 복원한 새 진
두껍님을 가상으로 심층 인터뷰해 1인칭으로 구성했습니다.profile두꺼비의 양서류증명서작성 사유: 양서류 등록 등에 관한 양서류 법률 부칙출생연도 : 1924년 추정 출생지 : 평안남도 용강군 진천양조상회성별 : 미상좌우명 : I CAN DO껍좋아하는 운동 : 서핑, 시원하게 넘어가니껍특기 : 절대음감 보유, 진로 병뚜껑 따는 소리에만 반응한껍특이사항 : 하이트진로 쏘맥자격증 보유신이 나를 만들 때 : 뱃살 1컵, 순수함 2컵, 귀여움 한도 초과매력 포인트 : 불룩한 배, 초롱초롱 눈망울, 초깔끔한 껍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예
한국은 ‘BTS 보유국’이다. 지난 5월에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에 BTS 세트가 생겼다. 해외에서 한글이 새겨진 햄버거 세트를 먹는 일, 한국 노래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는 일, 그래미어워드에 한국 가수가 노미네이트되는 일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 모두가 BTS가 등장하고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가 하면 BTS는 뷔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3년 데뷔 당시 마지막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뷔밀 병기’였다. 방시혁 의장은 2021년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 완성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모멘텀이
얼마 전까지 유나의 내면은 황량했다. 그는 브레이브걸스가 알려지기 전에도 간간이 자신의 일상을 담은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불과 세 달 전만 해도 거기에는 영상만 켜면 한숨부터 나오는, 앞을 생각하면 그저 막막하기만 한 유나가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막막함을 숨기지 않았다. 방송을 열어 몇 안 되는 팬들과 마음을 나눴고, 멤버들에게도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곪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마음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데뷔 후 이들이 맞은 불운도 숨김없이 겪어낸 그는, 4년 만에 찾아온 행운도 아낌없이 살아낸
데뷔가 세 번이나 무산됐을 때, 이렇게 끝나나 보다 했다. 하지만 브레이브걸스가 찾아왔고 데뷔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무명의 시절도 견디고 버텼다. 춤이 좋아 가수를 꿈꿨던 10대 소녀는 20대를 온전히 꿈에 바쳤다. 이렇다 할 추억은 없지만, 꿈을 향해 달리던 홍은지는 남았다. 전에는 그렇게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깝고 아쉬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마 그때 잘됐다면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기에. 팬들은 은지에게 두 개의 자아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은지고, 하나는 홍은지다. 무대 위의 은지는 카리스마 있고 춤선이 예쁜 비주얼 멤버인
팬들이 유정을 부르는 대표적인 애칭은 ‘꼬북좌’, 비공식 애칭은 ‘남부장’이다. 그의 행실이 부장처럼 소탈해서다. 그는 관찰예능에서 화보 촬영에 앞서 뱃살을 걱정하며 배를 내밀어 보이기도 하고, 숙소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반 토막 난 눈썹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걸그룹은 처음”이라며 패널들도 놀랐는데, 팬들의 반응은 호감 일색이다. “30대 걸그룹이니까 가능한 일” “나이가 한참 어린 걸그룹은 덕질하기 죄스러웠는데 동년배 친구들이 왕성하게 활동해주니 너무 편하고 좋음” 등의 반응이다. 혼란한 무대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가장 먼저 브레이브걸스에 합류한 민영은, 멤버들이 떠난 뒤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숙소에 남아 있었다. “갈 데가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룹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깊었다. 나중에 합류해 춤을 다 익히지 못한 유나를 위해 새벽까지 연습실에 남아 함께 연습한 것도, 조공을 보낸 팬들의 마음에 보답하려고 깜짝 이벤트를 생각해낸 것도 민영이었다. 그는 앞에서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늘 멤버들을 먼저 생각했고, 끝까지 팬들을 헤아렸다. 역주행 신화를 쓴 뒤 유정이 무대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민영과 눈을 마주치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 건,
브레이브걸스는 2021년 버전 자기계발서다. 2020년대를 사는 청춘의 제1덕목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존중하며 버티기.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한 시기를 견디다 보면 ‘쨍하고 해 뜰 날’이 찾아온다는 희망에 필요한 건 교훈이 아니라 증거다. 이른바 거대 기획사의 소속이 아니라도, 10대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어도, 30대에도 국민 걸그룹이 될 수 있다.웬만한 성공담보다 강력한 게 브레이브걸스의 서사다.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 했던가. 2017년 발매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은 사랑하는 이의 곁을 맴도는 애
초록 배낭을 멘 요조(본명 신수진)가 나풀나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라고 아주 천천히 말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팅커벨이 떠올랐다. 조심스러움과 호기심이 반반씩 어린 투명한 눈빛. 요정이 현실 속에 존재한다면 요조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침 서울 종로구 부암동 스튜디오 마당의 연둣빛 풀들이 그를 더욱 싱그럽게 감쌌다.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제주의 작은 서점 ‘책방 무사’의 주인장인 요조는 우리 시대 배려와 사려 깊음의 어떤 롤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타인과 생명을 향한 한없이 무해한 그의 시
다능인(多能人). 뭐든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 대척점에 한 우물 유형이 있다. 일찌감치 한 분야에 매진해 그 분야 전문가가 되는 사람들. 한 우물형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적은 반면, 다능인은 고민과 방황이 길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도 많고, 습득력도 빠른 데다 적응력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뭘 해도 다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어 진짜 내 길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요한다. 영탁(본명 박영탁)은 다능인이다. 한 우물형의 재능이 크리스털처럼 투명해 예측 가능하다면, 다능인은 겹겹의 재능을 지녀서 알면 알수록 신비감을 안긴다. 다능인의
메이크업 수민 원장·헤어 수지 디자이너(이경민포레 홍대점)“헤헤헤” “흐흐흐”.청량감 높은 웃음소리가 폭죽처럼 팡팡 터졌다. 전달력과 전염력이 높아 함께 있는 사람들도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소리. 인터뷰 두 시간 동안 이런 웃음이 스무 번 넘게 이어졌다. 그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고, 스태프도 그렇게 따라 웃었다. 그 밝은 에너지에 홀리듯 이끌려 그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 구독자가 된 이가 11개월간 41만 명에 달한다. 크리에이터 ‘햄연지’이자 뮤지컬 배우 함연지 그리고 오뚜기의 장녀. 함연지는 유튜브 채널 개설에 대해 “
“세상이는 번식장에서 가장 먼저 꺼낸 아이예요. 애초에는 나이가 많은 줄 알았어요. 앞니도 빠지고, 아래 송곳니도 다 부러져 있고, 털도 듬성듬성하고 지저분했거든요. 중성화수술을 하면서 보니 만 한 살도 안 된 어린 모견이었어요. 태어나면서 부터 철장에 갇혀 살다 보니, 철장을 하도 물어뜯어서 이빨이 다 갈린 거죠.”세상에, 저렇게 사뿐사뿐 활달한 세상이가 불법 번식장의 모견 출신이었다니. 스튜디오를 들어오자마자 구석구석을 활보하고, 이 품에 안겼다 저 품에 안겼다 사랑받을 줄 알면서, 피곤하다 싶으면 누군가의 겨드랑이에 머리를 콕
장소협찬 :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이경민포레 청담점(메이크업 류정이·헤어 지호)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1악장 첫 여덟 마디에서 생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휘몰아치듯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겨우 스무 개도 안 되는 음표로 환희와 감동, 분노와 고통을 다 표현해내다니. 갓 태어난 여린 병아리 같은 섬세함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한 사자의 격정적인 분노까지 느껴졌다. 선율에 대한 귀가 섬세하게 열린 편이 아닌 나로서는 최초의 경험이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연주자에 따라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