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을 회복시켜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억척같이 달려온 사람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익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께 해외여행보다 뇌 보약을 선택한 효자 아드님의 이야기입니다. 

75세 안 회장은 큰 부를 일구셨습니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자주 어지럽고 쉽게 피곤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피곤하신지 진료 중에도 하품을 자주 했습니다. 약 4개월 전부터 혈압약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일 년에 두 번씩 암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고지혈증이 있지만, 당뇨나 다른 뚜렷한 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다고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게티이미지.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게티이미지. 

혈압이 90/60mmHg로 정상범위에는 들어가는 혈압이지만, 70대 중반의 고혈압인 사람에게는 너무 낮은 혈압입니다. 혈압이 떨어져 머리의 혈액 공급량이 부족해지고, 동맥경화로 혈관과 뇌 사이의 순환이 잘 안 되는 상태입니다. 기능적으로 쇼크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대로 두면 뇌가 약해지거나 뇌경색으로 뇌가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먼저 혈압약을 당분간 중지하고 이후 혈압약을 조절해야 한다고 권해드렸습니다. 

그러나 혈압약을 타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동안 약 4개월간 바뀐 혈압약이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혈압약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복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당분간 혈압약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혈압은 꾸준히 관리해야 하지만, 혈압약을 매일 복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체중을 4개월 동안 4kg을 뺐다고 하십니다. 체중을 줄여도 혈압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80kg이 넘는 체중이 4kg 정도 빠졌다고 어지럽거나 피곤할 정도로 혈압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탈수상태도 아닙니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혈압약이 체내에 누적되었거나, 체력이 떨어진 것이 주된 원인일 수 있습니다. 

혈압이 회복될 때까지 혈압약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양을 줄여야 합니다. 혈압이 회복되면 어지럽고 피곤한 증상이 바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력이 약해져 혈압이 떨어진 것이라면 혈압을 회복시켜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자율신경, 호르몬, 면역 등의 기능과 뇌가 약해졌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신경이 약해진 경우가 많아 검사에 근거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근거가 없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므로 이럴 때는 몸과 뇌를 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 회장의 경우는 몸을 돌보지 않으면서 살아오셔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체력이 고갈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체력이 고갈되었기에 혈압이 많이 떨어졌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신경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의 기능도 뇌가 건강해야 좋습니다. 뇌가 건강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집니다. 나이 들어 체력이 고갈되면 먼저 뇌를 보해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뇌가 빠르게 나빠지면서 치매가 일찍 오거나 많이 둔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안 회장은 효자인 아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얼마 전 병원의 검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평소와 달리 피곤하고 어지럽다고 하시는 것을 가볍게 보지 않은 것입니다. 어지럽거나 쉽게 피곤한 것도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들면 그 정도로 나빠진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나빠진 것이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뇌의 혈액 공급이 부족해진 상태이고 그대로 두면 뇌가 약해지거나 뇌경색이 생기기 쉬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검사에 근거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치료해야 합니다. 근거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미병 상태일 땐 한의학적인 치료가 좋습니다. 뇌 건강과 체력을 회복시키는 뇌 건강을 위한 보약이 좋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피곤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점,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에게 해외여행보다는 뇌 보약을 선택한 효심의 지혜가 감사했던 진료실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