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게는 부캐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백종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하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리더십 코칭 전문기업 ‘그로플’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자문과 CEO 코칭을 비롯해 대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강의한다. 저서로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MBTI》 《요즘 리더를 위한 인사이트》 등이 있다.  


그동안 조직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주요 대상은 CEO나 임원 같은 최고위급 리더들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리더십의 주요 주체가 바뀌었다. 이제는 고위 임원급과 구성원 사이에 있는 중간 관리자, 즉 ‘팀장 리더십’을 더 비중 있게 다룬다. 

정보의 수집과 공유가 제한적이었던 과거에는 ‘누가 더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했다. CEO나 임원진은 해외 출장, 컨설팅, 연구기관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고, 그것으로 회사의 전략과 방향을 수립했다. 그들의 지시사항은 곧 정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된 지금은 성공한 외국 기업의 사례나 신기술, 신제품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누가 더 빨리 찾아내는지가 경쟁력인 시대로 바뀐 것이다.  

백종화 그로플 대표는 “리더의 이야기가 더 이상 정답이 아니고, 최신 정보와 사례를 팀원인 MZ세대가 오히려 더 많이 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팀장과 리더가 새로운 리더십을 장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팀장 리더십’이 부각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구글이 2001년에 시행했던 ‘디스오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당시 ‘각자 자유롭게 일하는 개발조직에서 굳이 팀장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구성원의 의견에 따라 개발 담당자와 임원만으로 조직을 구성했다고 한다. 필요할 경우 실무 담당자가 임원과 직접 소통하도록 한, 일명 ‘팀장을 없애는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이 파격적인 변화를 반겼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가 없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다. 구성원들은 ‘보고 배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는 사람’ ‘동료들과 어색한 사이를 좁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결국 1년 만에 팀장직을 부활시켰다. 이후 구글은 계속해서 팀장제를 유지하고 있다. 

백종화 대표는 상황과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팀장의 역할을 달리하라고 권한다. 일종의 ‘부캐’를 갖고 접근하라는 것. 매니저형, 코치형, 멘토형 등 다른 유형으로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팀원도, 팀장 자신도 한 뼘 성장해 있을지 모른다. 
 

팀장은 팀원 유형에 따라 ‘부캐’를 가질 것을 권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매니저, 코치, 멘토입니다.  

‘매니저형’ 팀장은 팀장이 주도권을 갖고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유형이라면,  

‘멘토형’ 팀장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팀원이 취사선택하도록 합니다.  

‘코치형’ 팀장은 팀원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 팀장의 역할은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회사 다닐 때만 해도 팀장은 임원의 아이디어를 팀원에게 전달하고, 이 과업을 제대로 실행하도록 감독을 잘하는 게 주된 임무였어요. 지금은 팀원 각자의 요구를 파악해야 합니다. 회사의 목표와 팀원 개개인의 목표가 합치되고, 팀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팀장이 직접 나서서 일을 하면 더 잘할 수도 있겠죠. 경험이나 지식이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이 더 발전하려면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돕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성과만 강조했다면, 요즘 팀장 리더십은 ‘성과와 성장’이 핵심입니다.” 

쉽지 않은 역할이네요. 팀장 리더십을 공부하면 오히려 팀장이 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분이 ‘팀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하지만 성과와 가치에 집중하면서 팀장직을 수행하다 보면 가장 크게 성장하는 사람은 바로 팀장 자신입니다. 팀원을 성장시키며 성과를 내는 팀장은 조직에서도 무척 매력적이거든요. 성과만 내는 사람이 A급이라면, 후배들의 성장까지 챙기는 팀장은 한 단계 위인 S급이라고 할 수 있죠.” 

팀원의 성장을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리더십은 한 가지 유형으로 정의할 수 없어요. 상황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팀장에게 ‘부캐’를 가지라고 해요. 대표적인 것이 매니저, 코치, 멘토입니다. 매니저형 팀장은 목표 달성에 집중합니다. 성과를 내는 데 탁월하지만 팀원의 성장에는 소홀해지기 쉽죠. 이를 보완하는 것이 멘토형 팀장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팀원이 취사선택하도록 하는 거죠. 팀원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코치형 팀장도 돼야 합니다. 매니저형은 성장의 주도권이 팀장에게 있고, 코치형은 팀원에게 있다는 게 차이예요. 팀원의 성향에 따라 부캐를 적절히 선택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요.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보다 적응이죠. 그런 팀원에게는 ‘요즘 회사생활이 어떤지’ 등을 묻고, 1년 차 팀원에게는 ‘누구나 힘들다’라고 공감해주는 게 업무 얘기보다 더 중요해요. 승진을 앞둔 팀원이라면 목표를 높여서 그걸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의 공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거죠.”     

팀원마다 다르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계속 관찰해야 하나요?
“예전에는 관찰하라고 했어요. 요즘은 정기적으로 일대일 만남을 할 것을 권합니다.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는 것과는 달라요. 가령 매주 월요일 두 시부터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일정한 시간을 만드는 거죠.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어려워요. 그래서 팀장이 미리 질문을 주는 게 좋아요. ‘그 일을 하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아쉬운 것은 무엇인지’ ‘계획 중인 목표가 있는지’ 등 주제는 제한이 없어요. 업무 얘기든 개인적인 이야기든 다 좋아요. 그렇게 시간을 갖다 보면 일대일 대화가 편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죠. 요즘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팀원과 대화할 때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신경 쓰는 팀장이 많습니다.
“꼰대는 ‘내 말이 정답이야’라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에요. 그걸 방지하려면 판단이나 평가가 개입되지 않는 ‘중립대화’를 해야 합니다. 가령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 꼰대입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이렇게 한 이유가 뭐예요?’ ‘이런 관점에서는 좋고, 이런 관점에서는 약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으면 중립대화고요.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내 생각은 이런데, 너의 의견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죠. 질문하고 경청하면서 중립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원이 일하는 방식과 과정을 알게 됩니다. 그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티칭, 코칭, 멘토링 등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실패하는 팀장은 어떤 유형인가요?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내가 잘하는 건 아는데 부족한 부분을 몰라요. 그래서 나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내 말대로 해’가 되는 거죠. 이런 사람은 성과를 내도 내 방식으로 해서 성공한 거니까 ‘이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내 약점을 모르기 때문에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요. 잘못되면 그 원인을 밖에서 찾죠. 그런데 이런 유형을 무조건 실패로 치부하긴 애매해요.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문제가 되는 건, 구성원이 다 떠난다는 거예요.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되니 저는 이걸 실패한 팀장으로 정의해요. 이게 반복되면 조직에서도 이 사람을 멀리하는 데다 업계에 소문이 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기 실패로 돌아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이 없어지고, 조직도 무너지고, 나 혼자 남게 되는 거죠.”  

리더십 코치 백종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