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바샤커피·팀홀튼 브랜드 이야기

커피업계에 ‘제3의 물결’이 일렁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정보화사회에 대해 주창한 책 제목이 아니다. 커피 산업의 발전 추이를 일컫는 용어다. ‘제1의 물결’은 인스턴트커피를 대량 생산하며 소비량이 커진 시기를 의미한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빠른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해지며 ‘제2의 물결’이 시작됐다.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커피 산업은 외연을 확장해갔다. 소비자는 편리하고 값싼 커피에서 나아가 가치, 기호 등에 주목하며 맛있는 커피를 찾았다. ‘제3의 물결’이 도래한 것. 이제는 커피의 전 과정에서 농부, 수입업자, 로스터, 바리스타, 소비자 모두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제2와 제3의 물결 과도기에 있다. 스타벅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메가·컴포즈·이디야 커피 등의 저가 커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지점을 늘려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커피 가맹점 수는 2만 9499개로 치킨 가맹점(2만 9305개)을 추월해 한국은 명실상부 ‘커피 공화국’이 됐다. 골목마다 위치한 개인 카페도 포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405잔으로 세계 평균(153잔)의 두 배를 웃돈다. 여전히 수요가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에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탐내고 있다. 

2019년 상륙한 블루보틀은 흑자 전환 후 매장을 넓혀가는 중이고, ‘캐나다 국민 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은 2023년 12월 문을 연 서울 신논현역점을 시작으로 150호점까지 지점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싱가포르 프리미엄 브랜드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유통권을 확보, 오는 7월 서울 청담동에 단독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손꼽히는 인텔리젠시아는 지난 2월 서촌에 자리 잡았고, 독일 3대 로스터리 중 하나인 더 반 베를린은 일찌감치 서울 연희동·성수동, 부산 해운대, 대구 더현대에 지점을 내 한국 커피 애호가들을 만나고 있다.

제3의 물결을 타고 한국에 들어온 해외 커피 브랜드들은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좋은 품질과 원두에 담긴 깊은 이야기, 스페셜티 커피로 최상의 맛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급 취향의 한국 소비자들은 멋진 커피 한 잔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커피계 에르메스 ‘바샤커피’
모로코를 모티브로 한 200종의 아라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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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객은 홀린 듯이 매장에 들어가 결제한다는 그 커피. ‘커피계 에르메스’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값보다 두세 배 비싸지만 이미 한국인에게도 알음알음 사랑받고 있다. 원두 250g 기준 온라인 판매가격은 5만 8000원. 바샤커피는 가격만 비싼 명품이 아니다. 35개국에서 수입한 고품질의 아라비카 원두를 핸드 로스팅해 신선도가 좋다. 또한 커피 마스터가 고객이 기호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커피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바샤커피의 모티브는 모로코에서 건너왔다. 무역의 중심이었던 모로코 마라케시는 15세기부터 아라비카 커피가 한데 모이는 중심지였다. 1910년 세워진 커피하우스 다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cha Palace)는 당대 정치·문화계 인사들이 커피를 중심으로 사교를 나누던 장이었다. 바샤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폐쇄된 바샤 팰리스에 착안했다. 로고에도 1910이라는, 다 엘 바샤 팰리스가 지어진 해를 담았다. 1910이란 숫자 때문에 커피에 깊은 역사가 담겼을 것 같지만 바샤커피는 2019년 싱가포르에 첫 매장을 연 5년 차 커피 브랜드다. 마라케시에 본점을 둔 바샤커피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룸, 제품을 진열·판매하는 커피 부티크로 나눠져 있다.

ⓒ bachacoffee
ⓒ bachacoffee

바샤커피 매장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체크 패턴의 바닥과 벽, 강렬한 색색의 조합은 모로코식 건축·소품 양식을 차용했다. 매장 전체를 관통하는 주황색은 에르메스를 떠올리게 하고 200종이 넘는 커피콩을 담은 케이스를 진열해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바샤커피를 설립한 CEO 타하 부크딥이 이미 유명한 사업가란 점이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인물로 2008년 싱가포르 고급 차 브랜드 TWG를 성공시킨 바 있 있다. 

올여름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바샤커피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는 7월, 청담동에 정식 매장을 낼 계획이다. 

 

입안에 번지는 느림의 미학 ‘블루보틀’
로스팅 48시간 이내 스페셜티 원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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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 연주자인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차고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공연을 다닐 때 직접 도구를 챙겨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실 만큼 커피 애호가였던 그가 커피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블루보틀은 손님이 주문하면 60g 원두에 94℃ 물을 정확히 맞춘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했다.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팔며 ‘맛’으로 승부를 본 것.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스페셜티 원두만 제공한다는 원칙이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복잡한 애플 제품군을 줄여 맥에 집중했듯, 블루보틀도 상품을 단순화했다. ‘커피계 애플’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블루보틀의 초기 메뉴는 총 여덟 가지. 커피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도 군더더기를 뺐다. 흰 배경에 파란색 컵의 로고는 블루보틀을 명확히 상징한다. 포장 메시지를 단순화하고 진열대를 포함한 디자인 역시 간소화해 커피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 bluebottle
ⓒ bluebottle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를 판매해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는 여느 카페 프랜차이즈와 달리 블루보틀은 느릴지라도 정성껏 내려주는 핸드드립을 고수한다. 오로지 커피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안에는 전기 콘센트나 와이파이도 없다. 카페에서 공부 혹은 일하는 이들이 많은 국내 카페 문화와는 다른 행보다. 이러한 요소는 오픈런을 방불케 한 블루보틀의 인기가 한 풀 꺾인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블루보틀은 일본, 중국, 홍콩 등에 해외 매장을 연 데 이어 2019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선보였다. 서울과 제주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카페트럭을 통해 부산, 광주 등에서 이동식 매장으로 블루보틀의 철학을 전하고 있다.

 

스타벅스 제친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5년 내 150개 매장 오픈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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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국내에 상륙한 팀홀튼의 확장 속도가 매섭다. 1호점 신논현역점에 이어 2호점 선릉역점, 3호점 숭례문그랜드센트럴점, 4호점 서울대입구역점, 5호점 분당서현점 등. 5년 안에 150개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팀홀튼의 목표가 결코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팀홀튼은 커피와 도넛을 판매하는 캐나다의 국민 커피 브랜드다. 현지에서는 스타벅스를 제친 브랜드로 유명하다. 1960년대 캐나다에서 가장 사랑받은 아이스하키 선수의 이름을 빌린 팀홀튼은 1964년 만들어져 현재 17개국에서 약 57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팀홀튼은 누구나 언제든지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카페를 표방하며 캐나다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캐나다 전역에 팀홀튼 매장이 늘어나자 땅덩이 넓은 캐나다에서 장거리 운전자도 쉽게 들를 수 있었고, 24시간 운영으로 언제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 조선DB
ⓒ 조선DB

대표 메뉴는 아이스 카푸치노를 짧게 줄여 부르는 ‘아이스캡’으로 시그니처 커피 베이스와 크림을 슬러시처럼 갈아 만든 블렌드 음료다. 한국식 믹스커피를 고급스럽게 표현한 ‘더블더블’도 인기다. 인기 도넛 메뉴로는 메이플딥 도넛, 허니 글레이즈드 등이 있다. 음료와 가벼운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종류만도 90여 가지에 달한다. 캐나다에서는 저렴한 가격대로 간단한 식사를 책임지는 양상이 마치 한국의 김밥천국과 같은 느낌이다.

메뉴와 디자인 전반에 반영된 단풍잎은 캐나다 유산을 대표하는 팀홀튼의 상징이다. 매장 천장에 매달린 설치물이나 간판 등에 단풍잎을 다양하게 해석해뒀다. 단풍잎은 팀홀튼이 추구하는 자연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캐나다에서는 가성비를 인정받아 성장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며 1.5배가량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