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좋아하세요? 저도 모닝커피를 생명수처럼 마시는데요. 커피 카페인이 온몸에 스르륵 퍼져야 비로소 하루가 열리는 느낌이 듭니다. 무슨 커피를 마실지는 그날에 따라 다릅니다. 속이 좀 허할 때는 에스프레소 네 샷이 들어간 플랫화이트에 시럽은 한 번만, 배가 부를 땐 에스프레소 솔로에 설탕 한 스푼,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두 샷이 들어간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 ‘안물안궁’이라고요? 커피 취향 한번 까다롭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커피 취향’이 분명한 애호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topclass》팀만 봐도 커피 메뉴가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답니다. 디카페인 라테,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시럽 두 번 꾸욱, 뜨아 연하게,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샷추(아이스티에 샷 추가)…. 각자의 취향이 분명하죠. 이제 “커피 마실래?”보다 “커피 뭐 마실래?”라는 질문이 더 흔해졌습니다. 회사 근처에 들어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를 모아놓은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 베르비에’에서도 요즘 커피의 최전선을 목격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내세운 ‘테라로사’, 산미를 강조한 ‘커피 리브레’, 단맛에 힘을 준 ‘커피 몽타주’ 원두 중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데, 주문 줄이 길어 한참 기다렸습니다. 좌석 하나 없는데도 커피 맛에 진심인 분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더군요. 이제 커피도 어엿한 미식의 범주에 들어가는, 커피 미식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한국 커피업계에 제3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3일에는 미국 서부의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가 글로벌 매장 1호를 한국 서촌에 열었죠. 지난해 말에 상륙한 캐나다 국민커피 팀홀튼은 매장마다 오픈런을 보이고 있고, 오는 7월에는 ‘커피계 에르메스’로 불리는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 바샤가 청담동에 문을 연다고 떠들썩합니다. 또 5월에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이 커피 도시 부산에서 열립니다.

* 제3의 물결 
: 커피업계에서는 인스턴트커피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기를 ‘제1의 물결’, 스타벅스가 이끈 라이프스타일 혁명을 ‘제2의 물결’, 오로지 커피 맛에 집중한 스페셜티 커피의 유행을 ‘제3의 물결’로 본다.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커피, 블루보틀이 제3의 물결을 일으킨 3대 커피 브랜드로 거론된다.

한국은 세계 커피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높은 커피 섭취량, 고급화·다분화된 취향, 유행에 민감한 성향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한국인의 연간 평균 커피 섭취량은 1인당 405잔으로, 프랑스에 이어 2위입니다. 한국인은 이제 밥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고, 전국의 카페 수가 치킨집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번 달 《topclass》에서는 ‘커피 탐닉’을 다뤘습니다. 제3의 커피 물결의 최전선에 있는 커피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답니다. 

◎ 한국 스페셜티 커피의 자부심 ‘커피 리브레’ 대표 서필훈
◎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모모스커피’ 전주연
◎ ‘인텔리젠시아’ 창립자이자 제3의 커피 물결을 이끈 더그 젤  
◎ 에스프레소바 ‘드로우 에스프레소바’ 대표 차재웅 
◎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개발한 ‘디카커피랩’ 대표 임길도 

커피는 참 신묘한 물질입니다. 상반되는 두 얼굴을 품고 있으니까요. 영혼의 안식처인 동시에 매력적인 뮤즈라는 점에서 쉼과 일, 감성과 이성의 속성을 한몸에 지녔지요. 독자님에게 커피는 어떤 얼굴로 떠오르나요? 또 어떤 커피를 좋아하나요? 저는 이번 호를 만들면서 천재 시인 랭보가 사랑한 에티오피아 하라 커피, 체 게바라가 죽기 며칠 전까지 극찬하며 마신 볼리비아 커피도 맛보고 싶더군요. 아,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이 특히 좋아한다는 에이징한 수마트라 만델링 커피 맛도 궁금합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기막힌 커피 맛 뒤에 숨겨진 얼굴을 함께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커피와 와인과 담배. 대부분의 기호식품이 그렇듯 커피 산지의 풍경은 척박하고 궁핍합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해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소비되는 모순적이고 슬픈 진실이 자리하죠. 그래서 ‘커피 생산자와 산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스페셜티 커피 정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는 소식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