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부분을 조언할 때 '사필따'를 기억하세요

이인우  
‘소통과 리더십’ 대표. 소통이 잘되는 리더가 성과도 잘 낸다고 믿는다. 사원에서 시작해 본부장까지 지내며 리더들의 말 습관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깨닫고 소통에 주목하게 됐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인력개발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 《리더의 말습관》을 펴냈다. 


최근 일본의 한 기업에서 직원이 상사를 선택할 수 있는 ‘상사 선택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767명을 대상으로 상사 선택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7.2%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기를 바랐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찬성했다는 통계다. 직접 뽑고 싶은 이상적인 직장 상사를 묻는 질문에는 수평적 소통 관계와 경청을 추구하는 상사(39.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결국은 말이다.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가 아닌, 쌍방 소통과 대화를 잘하는 상사와 같이 일하고 싶은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조직의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까라면 까! 하라면 해!”라는 식으로 명령하는 리더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더라도 소통하는 리더를 만나본 적이 없기에 방법을 몰라 막막함을 느끼는 리더가 많다. 

혹시 부드럽게 말하려다가 전하려는 핵심을 놓치지 않았나. 공감하려고 애쓰다가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회식 자리에서는 법인카드만 주고 나와야 쿨한 거라는 말에 흔들리고 있나. 리더는 혼자 일할 수 없다. 과거처럼 “나를 따르라!”고 큰소리치는 카리스마형 리더에서 벗어나 “나와 함께 가자!”라고 손 내미는 소통형 리더로 탈바꿈할 때다. 

인터뷰를 위해 상수역 근처에서 만난 소통과 리더십 대표이자 《리더의 말습관》 저자 이인우 박사는 평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소통 방법을 공식처럼 소개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말하면서도 조직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꿀팁이 가득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조언할 때는 ‘사필따’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담은 말투로, 필요한 말을, 따뜻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거꾸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나운 말투로, 필요 이상의 말을, 따갑게 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함만 남습니다.

리더의 여러 자질 가운데 유독 말 습관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몰입할 때 어느 경우에 불협화음이 생기는지 살펴봤어요. 리더가 가진 말 습관에 따라 구성원의 사기가 달라지고 이게 성과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리더의 말 습관이 조직의 성과를 결정짓는다’라는 걸 깨달은 거죠.” 

말 습관은 어떤 차원인가요. 유창하게 말하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닐 텐데요.
“달변가가 되라는 뜻은 아닙니다. 리더십을 잘 발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뜻입니다. 영국의 왕이었던 조지 6세는 말을 더듬었어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버킹엄궁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왕이 됐죠. 말은 더듬거렸을지라도 그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인정받은 거예요.” 

요즘 MZ세대와 소통하려고 일부러 신조어나 줄임말을 배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크게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 공부할 시간에 구성원을 긍정적인 눈으로 관찰하고, 편견 없이 경청하는 게 더 빨리 가까워지는 방법이에요.” 

말투나 표정, 자세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메러비안 법칙에 따르면, 사람이 실제 말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7%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나머지는 몸짓, 표정, 말투 같은 비언어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들에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말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친절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동의하기 힘든 상황일 때, “라떼는 말이야” 대신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예요. 그런 상황에서는 리더가 심판처럼 판정하지 말고 우선 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보고서에 계속 오타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상사 입장에서는 부주의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도 물어보는 거예요. ‘이 보고서에 오타가 세 개 있는데 알고 있어요?’라고. 그리고 ‘좋은 내용인데 오타가 있으면 전문적으로 인정받기가 좀 어려워요.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재차 묻고, 동의하면 또 묻습니다. ‘오타를 안 내기 위해 신경 쓰는 방법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 좋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그러고 나서 말하는 거죠.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릴게요’.”

엉켜 있는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리더가 실마리를 잡아주라는 거군요.
“일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리더에게 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커집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자꾸 위축되다가 의견도 안 내게 되고요.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책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진 조직이 성과를 낸다고 했습니다.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으려 하면 안 돼요.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리더가 좋은 말 습관을 가져야 조직이 건강해져요.”

부드럽게 말하려면 유머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아재 개그’ 한다는 핀잔만 듣고 분위기를 깰까 봐 걱정하는 리더도 꽤 있더군요.
“유머가 참 쉽지 않아요. 그래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도록 조금만 신경 써보세요. 노력을 좋게 봐주거든요. 유머 감각이 없다면 억지로 애쓸 필요 없어요. 유머보다 평소의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평상시에 강압적인 태도로 대하는 리더가 유머를 한다면 눈치 봐서 억지로 웃어야 하니까 더 싫어할 수 있죠.”

혼밥, 혼술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회식을 싫어하죠. 리더들이 고민이 많더라고요.
“회식은 모여서 밥 먹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리더와 구성원이 아주 유연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거든요.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구성원끼리 정서적 소통이 잘되면 업무에서도 소통이 잘되고 이게 창의적 소통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팀장은 법인카드만 주고 빠져주면 좋겠다’라는 게 보통 직장인들의 생각일 텐데요.
“리더를 배제하고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식의 의미는 많이 퇴색하죠. 저는 리더가 모든 것을 정하지 말고 구성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할지 맡겨놓으세요. 그리고 회식을 시작할 때 리더가 짧게 한마디 하는 겁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서로 편안하게 소통하면 돼요. 제일 나쁜 게 다 끝나갈 때 한마디 한다면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겁니다.” 

소통과 리더십 대표 이인우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