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리더들이 부상한다!

제니퍼 칸와일러 Jennifer B. Kahnweiler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대변인’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상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상담과 조직개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양한 조직에서 경력 개발과 리더십 교육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수백 명의 내향적인 리더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사교적이고 열정적이고 말 잘하고…. 우리는 보통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을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떠올린다. 그렇다면 혼자 조용히 지내기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을까? 

답은 ‘절대 아니다’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제너럴 모터스(GM) CEO 메리 바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거쳐 현재 재무부 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모두 내향적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마더 테레사, 넬슨 만델라,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등 세상을 바꾼 많은 리더들이 내향적인 인물이었다.

세계적으로 내향적인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최근 “내향적인 사람도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다.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데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코치인 제니퍼 칸와일러 박사는 일찍이 내향적인 리더에 대해 탐구해왔다. 내향적인 리더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그는 비단 리더뿐 아니라 내향적인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집필했다. 그의 책 《조용한 영향력》 《반대편의 천재》 《내향적인 직원에게 친화적인 직장 만들기》 등은 1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콰이어트 리더십》 개정판을 한국에서 번역 출간한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2008년에 처음 책을 낼 때는 내향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죠.

조용한 리더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반응이 느리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편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어요.

요즘은 내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내향적인 사람을 점점 더 많이 조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내향인들의 부상’이라고 부릅니다.

박사님은 스스로 상당히 외향적이라고 책에서 밝혔습니다. 어떻게 박사님과 전혀 다른 내향적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상담과 조직개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수많은 조직에서 리더들을 훈련시키고 상담했습니다. 그중 많은 리더들이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죠. 그들은 자신의 성격을 도전 과제처럼 대했고, 전략을 짜서 실천해 훌륭한 리더가 됐습니다. 저는 머릿속 생각을 곧장 내뱉는 지극히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을 속속들이 이해하기 어렵죠. 그래서 수백 명의 내향적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설문 조사해서 자료를 모아 연구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걸 더 좋아해서 이메일이나 SNS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조언을 해줬고요. 외향적인 사람이 주도하는 것 같은 조직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잘 적응하려면 좋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제 책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외향인으로서 내향적인 리더십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됐는데요. 스스로 역할을 어떻게 규정합니까.
“그렇다고 제가 내향적인 사람의 감정을 잘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아요. 매체에 칼럼을 쓸 때도 그저 내향적인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직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잘 전달하고 싶어요.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동료를 대변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요. 그게 그들이 잘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이름도 〈내향적인 협력자(Introvert Ally)〉입니다.”

상담과 조직개발을 전공했더군요.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고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그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저는 늘 누구나 각기 재능을 발휘할 만한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왔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죠. 박사학위도 도움이 됐지만, 수백 군데 직장에서 컨설팅한 경험이 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내향적인 남편 덕에 내향적인 리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요.  
“맞아요. 내향적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역할이 컸습니다. 얼마 전 결혼 50주년을 맞았는데요, 남편 덕분에 내향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갖게 되어 감사하죠. 남편은 조용히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게 해줬어요.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에너지를 얻는 유형이지만 남편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 얼마나 편안해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렌즈를 모두 활용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저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남편에게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배웠는지 쉴 새 없이 이야기해요. 남편은 잘 들어줍니다. 반면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도록 기다려줘요.” 

내향인 연구자로서 세계적으로 손꼽히죠. 처음 책을 낸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5년에 남편 빌 칸와일러 박사와 인사 관련 책을 공동 집필했어요. 책을 쓰고 발간하고 홍보하는 과정이 모두 흥미진진했죠. 그다음 내향적인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기본 틀을 제시하고 싶어서 2008년 《콰이어트 리더십》 을 냈습니다. 내향적인 리더라는 말을 입에 잘 올리지도 않을 때였죠.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아봤더니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저의 경험과 지식, 이해를 바탕으로 이론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 구상을 몇몇 출판사에 제안했고, 뜻이 잘 맞는 출판사를 만나 책을 낼 수 있었죠.” 

《콰이어트 리더십》 초판을 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놀라웠어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쏟아졌죠.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발표하고 강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또 세계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 후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는지 알려주는 편지를 보내왔어요. 저의 책이 사람들에게 전달돼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가 저자로서 가장 행복하고 뿌듯하답니다.” 

내향인 연구 대가 제니퍼 칸와일러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