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이 쏘아올린 폭죽, 강태오라는 후광

박은빈의 존재는 늘 믿음직스러웠고, 강기영의 역할은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해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발견은 강태오다. 박은빈의 우영우가 이미 보는 이들의 마음에 안착했고, 그 마음을 키우는 건 우영우를 시청자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강태오다. 아니, 그는 우영우가 특별한 존재감을 보이기 이전부터 한결같이 그의 우군이었다.

드라마 에서 이준호 역을 맡은 강태오, ENA
드라마 에서 이준호 역을 맡은 강태오, ENA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우영우를 위해 멈춤 버튼을 누르고 그를 건물 안쪽으로 에스코트해 들어올 때부터, 묵묵히 영우의 고래 이야기를 들어줄 때부터, ‘내가 끼면 우리편이 이길 수 없다는 우영우 변호사에게 나는 변호사님 편이 되겠다고 말하던 낙조 마을에서부터 말이다. 그의 예의바른 진심은 우영우 뿐 아니라 우영우를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온당한 거리 유지와 적당한 온도의 배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8회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는 우영우의 존재감만큼이나 이준호 즉 강태오의 존재감이 극을 압도하고 있다. 이준호는 우영우와 함께 법원에서 완벽한 변론으로 재판을 승리로 이끄는 변호사도 아니고, 그저 우영우만 바라보며 그에게 직진하는 직진남도 아니다. 우영우와 변호사들의 재판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송무팀 직원이고, 우영우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거리에서 그의 활약을 돕고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지지자다.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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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온당한 거리 유지와 적당한 온도의 배려가 이 로맨스를 특별하게 만든다. 우영우가 이준호와 함께할 때 과민한 자극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안전해 보이는 이유다. 이준호는 우영우에게 뭔가를 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다만 그를 지켜보고 경청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변호사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누군가 쉽게 말하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무례한지 우리는 우영우를 통해도 보지만, 이준호를 통해서도 느낀다. 그러니까 이 로맨스 드라마에서 우리는 여자 주인공인 우영우에게 반하고, 그런 우영우를 아끼는 이준호를 또한 아끼게 된다.

전면에 두드러지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이 역할을 강태오는 눈에 띄게 잘 해낸다. 다른 인물을 위협하지 않는 무해한 남자 주인공이 인기를 끈지는 꽤 되었지만, 그는 무해한 동시에 유익하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의 바람직한 태도는 공정한 동시에 설레는 면이 있다

무해하고 공정한, 인물이 주는 설레임 

제가 이준호씨를 한 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라며 당신을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우영우의 순수한 동시에 당돌한 말이,

저를 만져봐야만 확인할 수 있나요?”라는 이준호의 대답으로 이어질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옷깃 하나 스치지 않았음에도 화면 안은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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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강태오는 드라마 화제성 인물 1위에 올랐고, 박은빈이 쏘아올린 우영우라는 폭죽은 강태오라는 눈부신 후광을 가져왔다. 강태오는 현재 광고주들이 앞다투어 찾는 라이징스타가 됐고, 대세 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강태오 이름 석자를 알게 된 이들도 있지만 이미 <조선 로코 녹두전>의 율무, <런 온>의 영화로 그의 진가를 진즉 알아본 이들도 있다.

1994년생, 올해 스물 아홉인 이 배우의 본명은 김윤환이다. 강태오는 2015년 그가 출연한 독립영화 <일어나기>에서 그가 맡은 배역의 이름이다. 강태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로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늦깎이 입대를 앞두고, 그의 연기 인생에 큰물이 들어왔다. 곧 신혜선과 함께 촬영한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눈 밝은 이들이 알아보다가 세상이 알아보는 순간이 온다. 이 오래된 법칙을 이번엔 강태오가 새롭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