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을 제거하는 세 가지 방식

 

“이제 커피는 누구나 즐기는 기호식품이 됐어요.

그만큼 카페도 많이 생겼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지 않아요.

그 환경을 우리가 조성해나가려고 합니다.

‘카페인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회사이자

국내 최초 디카페인 전문 로스터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디카페인에 적합한 원두가 따로 있나요?
“현재 열한 종의 디카페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별히 어떤 품종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전 세계 산지에서 나는 원두 중 디카페인 처리를 했을 때 향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으로 고릅니다. 원두 선별도 잘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로스팅 작업이에요. 디카페인 처리가 되어 들어온 원두는 일반 원두와는 로스팅 방식이 좀 달라요. 김대성 로스터가 오랜 시간 연구하며 나름의 비법을 찾아냈죠. 고객 시음도 많이 했는데, 대부분 일반 커피와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어요.” 

디카페인 커피 사업에 뛰어든 지 5년 정도 지났어요. 그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이 사업을 구상하면서 전국으로 엄청나게 많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봤어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원두도 대부분 구입해 먹어봤고요.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다른 제품을 먹어보면서 맛을 확인하는데, 최근 들어 디카페인 커피의 품질이 확연히 좋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회사도 많이 성장했겠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디카페인 시장이 크지 않아서 월매출이 10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어요. 팸플릿과 명함을 들고 카페마다 찾아다니면서 직접 시음도 권하고 열심히 영업했어요.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납품을 요청하는 데가 늘었죠. 지금은 전국 500여 카페에서 우리 커피를 판매하고 있어요. 월매출도 1억 원대로 올라섰고요. 카페 납품이 65%,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 비중이 35% 정도 됩니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요?
“예전에는 임산부, 환자, 고령의 어르신 등 특정 계층이었는데 지금은 고객 범위가 확 넓어진 것 같아요. 2030세대 남성들도 디카페인 커피를 즐겨 찾아요. 이제 디카커피랩의 주요 고객은 커피를 즐기는 전 국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향후 눈여겨보는 시장이 있다면요.
“산후조리원과 요양원, 병원을 주목하고 있어요.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를 드리고 싶어요. 제가 30대 초반인데 친구 아내들이 지금 한창 임신과 출산을 겪고 있어요. 우리 커피를 선물하니,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어 좋다’고 엄청 반기더라고요.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는 환자를 만날 때도, 이 사업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가로서 안목과 수완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이번이 첫 창업인가요?
“첫 창업은 스무 살 때 했어요. 당시 스마트폰 붐이 일고 있어서 휴대폰 필름과 케이스를 중국에서 수입해다 팔았어요. 지금의 스마트스토어 같은 개념이었죠.” 

스무 살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나이인데요.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셔서 중학교 때 3년간 중국에 거주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사업을 시작했죠. 장사가 잘돼서 돈도 잘 벌었어요. 그런데 어린 나이에 경험 없이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거라는 부모님 말씀이 와 닿기도 했고, 사업을 하려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물세 살에 제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회계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유학을 갔군요
“제주도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제주대는 골프, 스쿠버다이빙, 오름 트래킹 등 주변 자연환경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체험 교육과정이 많아서 정말 좋았어요. 그 좋은 곳에서 마냥 공부만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중국으로 교환학생도 다녀왔고요. 군대는 ROTC를 마치고 해병대 장교로 2년 복무했어요. 해병대 장교가 복무 기간이 가장 짧아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전역 후 디카페인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요?
“아니요. 다른 사업을 하나 더 했습니다. 디카커피랩을 열기 직전 모바일 물류 스타트업을 만들었어요. 공보장교로 복무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거든요. ‘이렇게 가는 길에 누군가 보낼 물건을 전달해주면 교통비는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주와 일반인 운송원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택배 플랫폼을 만든 거죠. 예비창업 패키지로 정부와 엔젤 투자 매칭 펀드를 받아 야심차게 진행했는데, 결국 접었어요. 당시 공유 경제에 대한 법률적 제약이 있었고, 전국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라 비용 면에서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장렬히 전사했죠. 그리고 바로 시작한 것이 디카커피랩입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요.
“이제 커피는 누구나 즐기는 기호식품이 됐어요. 그만큼 카페도 많이 생겼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지 않아요. 그 환경을 우리가 조성해나가려고 합니다. ‘카페인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회사이자 국내 최초 디카페인 전문 로스터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요즘 그는 그라인더가 내장된 전자동 커피기기용 디카페인 원두를 개발 중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보급은 크게 늘었지만, 전자동기기는 커피 품질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아무리 고가여도 반자동기기에서 추출한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기술 발전으로 그 차이가 조금씩 줄고 있고, 사용자도 느는 만큼 그는 전자동기기에서도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비하면 영세한 수준이지만, 맛과 향이 좋은 디카페인 커피를 전문으로 생산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임길도 대표. 창업 3년 차, 디카페인 커피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그가 디카커피랩을 어떤 회사로 키울지 기대가 크다.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디카페인’이라는 차별화된 요소로 승부수를 던진 그의 안목에 갖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세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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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기용매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 같은 유기용매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한다. 생두에 압력을 준 상태에서 증기를 쬐어 표면적을 부풀린 후 끓는점에 가까운 용매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한다. 용매 성분이 커피에 남을 수 있지만,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극소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커피 원두의 추출 용제는 물, 주정 또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 

2. 물 
최근 가장 선호하는 디카페인 방식으로 1930년 스위스에서 개발됐다.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 카페인과 여러 화학물질을 우려낸 후 활성탄소를 통과시켜 카페인을 제거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생두에 흡수시켜 건조하는 방식이다. 이때 처음 추출한 원두는 버리고, 향미 성분이 남은 추출물에 새로운 생두를 넣어 삼투압 방식으로 생두가 지닌 카페인만 용해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 투입된 생두는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카페인만 제거된다. 친환경 공법이면서도 카페인 제거율은 99%에 달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3. 초임계 이산화탄소
새롭게 등장한 카페인 제거 기술 중 하나로, 고압으로 액화시켜 액체도 기체도 아닌 상태의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사용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스테인리스 통에 물과 생두를 담근 후 완벽히 밀봉하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 이때 물과 함께 탄산화된 이산화탄소가 용매제 역할을 해 카페인 성분을 녹이고 향미는 남긴다. 이후 생두에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는 로스팅 과정에서 기체로 증발해 사라진다. 독성이 거의 없고 기존 유기용매 추출법보다 안전하지만, 카페인 제거 공정을 위한 설비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