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슬기 기자

매출 3조의 게임왕, 벤처 1세대가 남긴 유산

김정주에게 넥슨은 어떤 의미인가요?

"넥슨은 창업 이래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함께해온 회사예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그런 회사. 고생하고 괴롭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이 안 싸우고 버티면 좋은 회사 비슷한 걸 만들 수도 있고 돈도 벌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 그냥 취직해서 사는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 놀듯이 다니는 회사. 어떻게 이런 애들이 회사를 만들었지? 이렇게도 회사가 굴러가는구나, 어쩌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만든 회사. 그런 의미에선 넥슨이 단지 게임 회사만은 아니죠. 그래서 넥슨이 흘러온 이야기는 결코 김정주 혼자만의 이야기일 순 없어요. 함께한 모두의 이야기죠."

"한국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정말 잘해요. 자기 나라 영화를 50퍼센트 이상 소비하는 나라도 없고, 드라마 찍어서 전 세계에 파는 나라들도 없어요. 그런 재능을 타고난 우리들이니까, 재미나게 한번 해봐라, 이런 거죠. ‘삼삼오오 모여서 좋은 게임이라도 만들면 넥슨에서 연락 올지도 모른다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최근에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넥슨 초창기처럼 작은 방에서 서너 명이 모여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반짝반짝하는 친구들 도와주는 게 정말 즐거워요. 넥슨도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죠. 아무것도."

_2015, 넥슨 사람들의 이야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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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김정주 창업주, 연합뉴스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이끌던 게임왕 

넥슨의 창업주, 게임왕, ‘바람의 나라의 태조, 김정주가 세상을 떠났다. 이정헌 현 넥슨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대한민국 벤처 1세대로 게임업계의 전성기를 이끈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 소식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1"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이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1968년생인 김정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KAIST를 마치고 26세이던 1994년 서울 역삼동에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넥슨을 세웠다.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발표하며 게임계에 성공 신화를 쓰고, 2020년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의 기록을 세웠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86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1988년 일본으로 연수를 갔을 당시 일본 게임 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KAIST 전산학 석사 과정을 밟던 1994, 게이머들 사이에서 천재라 불리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넥슨을 창업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은 넥슨은 세계 최장수 게임으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 히트작을 잇달아 출시, 공격적인 M&A로 해외 매출 비중 50%에 육박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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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진경준 게이트로 우울증.. 재산 어린이들 위해 기부 

넥슨은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하고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2018년에는 넥슨재단 설립 후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 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성공가도를 겪던 그가 우울증을 앓게된 건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때문이다. 2016년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2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다 2018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2018년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두 딸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