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가는 누구한테?

톱클래스 11월호 커버인터뷰인 '트로트 외길 이찬원'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루어졌다. 인터뷰 내용은 12페이지에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못 담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질문에 대한 이찬원의 답변이 하나같이 명료하고, 버릴 것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찬원에 대한 남은 이야기들은 추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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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class DB

-오늘 의상이 가을 느낌이 물씬 납니다.

"제가 원래 여름보다 가을과 겨울을 더 좋아해요. 코트나 자켓 같이 걸쳐 입는 옷을 좋아하거든요."

-이찬원씨에게는 반전의 면면이 있어요. 외모와 목소리도 그렇죠. 앳된 외모에 목소리는 굵고 성숙해요 . 스스로 생각하는 자아상은 어때요?

"제 스스로는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팬분들은 저를 귀엽게 봐 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제가 실제로 귀엽지도 않고, 인물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닌데, 팬들은 저의 어떤 모습이라도 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망가지는 모습도 좋아해 주시고요.”

-<미스터트롯> 출전 전에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원래부터 청국장 보이스, 구수하다,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외할머니가 많이 돌봐주셔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사고방식도 올드했어요. 연기자든, 희극인이든, 개그맨이든 나이든 분들을 좋아했거든요. 이경규 선배님을 좋아했고, 더 과거로 내려가자면 서영춘 선생님도 좋아했어요. 서영춘 선생님 혹시 아세요?”

-아, 네 이름만요(웃음).

“(웃음) 또 배삼룡, 구봉서, 남보원, 남철, 남성남 선생님이 나오는 콘텐츠를 다 찾아보는 게 어릴 때부터 습관이었어요. 아마 저는 전생에도 노래부르는 직업이었나 봐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한 달간의 무한 휴가가 생긴다면 뭘 하고 싶어요?

“바쁘긴 한데요, 아직 번아웃이 오진 않았어요. 이게 너무 행복해서요. 피곤하긴 하지만 행복한 피곤이에요. 한달 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일단 고향으로 내려갈 거예요. 1년 넘게 못 만났던 고향 친구들 만나고, 부모님, 가족, 친지들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어떤 시간이요?

“부모님과 식사하고 싶어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 그립더라구요. 통영이나 부산에 부모님이랑 같이 가서 회에 소주 한 잔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엄마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방송 때에도 1등을 하면 엄마 해외여행 시켜드리고 싶다면서 오열한 적이 있어요. 엄마가 태어나서 한 번도 비행기를 안 타보셨거든요. 신혼여행도 원래 제주도에 비행기로 가려고 예약을 해두셨는데, 취소 사정이 생겨서 배로 다녀오셨대요. 코로나 시국만 끝나면 먼저 두 분 해외여행을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언젠간 네 가족이 해외여행을 꼭 같이 가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음식을 잘 하시잖아요. 엄마 음식은 뭐가 먹고 싶어요?

“뭐를 먹어도 그냥 다 좋을 것 같아요. 지금도 엄마 아빠가 문득문득 보고 싶어요. 스케줄 끝나고 집에 오면 가끔 공허한데, 그럴 때 엄마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나요. 연예인으로서 견뎌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죠.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셔서 힘을 얻어요. 제가 팬분들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고, 이 모습을 계속 변함없이 간직한다면 팬분들도 많이 사랑해주시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활동하려 해요.”

-잘하는 게 많은 다능이지요. 노래는 물론, 피아노, 서체, 진행력, 요리 등. 또 인스타에 올리는 글을 보면 문법이 정확해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관심 많았어요. 말하고 글쓰는 걸 다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2~3학년 때부터 꿈이 스포츠 캐스터였고, 기자도 되고 싶었어요. 수시 때에는 6곳 모두 서울 소재의 대학 신방과에 지원했어요.”

-이찬원씨가 여기에 오기까지 실력과 운 중 뭐가 더 중요할까요.

"그 생각 많이 해봤어요. 저는 열심히 노래준비도 했고, 트로트 실력면에서도 자부심이 있었지만, 후자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코로나 같이 마음이 힘든 상황이 있을 때에는 노래의 힘이 더 중요하잖아요. 제 고향이 대구라서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상처(대구지하철 참사-편집자 주)가 있는 곳이고, 그 상처를 노래가 치유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셨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길 때 타격을 바로 입는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알고 있어요. 운과 실력은 살면서 둘다 중요하지만,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힘은 운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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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더 무비> 스틸 사진. ⓒTV조선

-<미스터트롯> top 6 멤버들 한 분 한 분은 이찬원씨한테 어떤 존재인가요.

“먼저 민호 형부터 말씀드릴게요. 장민호 형은 어떨 땐 아빠 같고, 어떨 땐 큰형 같아요. 나이차이도 19세나 나거든요. 그런데 또 어떨 땐 친구 같기도 해요. 처음엔 너무 어려웠어요. 나이차이도 있고, 트로트계에서 워낙 잘 나가셨으니까. 그런데 동생들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너무 편하게 대해주세요. 요즘엔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는 사이가 됐어요. 민호 형은 저뿐 아니라 미스터트롯 모든 멤버들에게 기둥이자 나무 같은 존재예요. 

영탁이 형은 친구 같아요. 진짜 친구. 저와 닮은 점이 많거든요. 성격도 비슷하고, 둘 다 학생회장 출신이고요. 형은 진짜 밝아요. 둘 다 밝은 노래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고요. 제가 영탁이형 집에서 자기도 하고, 형이 저희 집에서 자기도 해요. 

임영웅 형은 롤모델이에요. 음악적으로도 롤모델이고, 인간적으로도 롤모델이에요. 자기 관리가 굉장히 잘 되는 분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보여지는 모습에 대해, 가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계시고요. 제가 영웅이 형이 유튜브 구독자 300~400명일 때부터 팬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형의 성격을 나름대로 예측해봤어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다부진 분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진짜 똑같으시더라구요. 

희재 형은 스타킹 이후 10년 만에 만났어요. 다시 만난 고향친구 같은 존재죠. 오랫동안 트로트를 해온 사람이어서 정말 보고 싶었는데, 다시 봐서 너무 좋아요. 김희재 형도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자기 관리 철저하고 바른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동원이. 정동원은 과거의 저 같아요. 트로트를 좋아하고, 진짜 열심히 해요. 그런데 저보다 나은 점이 많아요. ‘내가 십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동원이처럼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저렇게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동원이가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요. 경외심까지 들어요.”

-짓궂은 질문 하나 할게요. TOP 6 중 결혼식 축가를 부탁한다면 누구한테 하고 싶어요?

“하하. 음... 모두 같이 해주시면 좋겠지만, 동원이? 잠시만요. 아, 영웅이 형이요. 임영웅 형이 ‘바램’을 불러주면 좋겠어요. 우리의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린 노래잖아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겁니다.’ 저의 반려자가 될 사람과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