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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의 판타스틱 베이비
코로나가 창궐하던 2019년 11월에 태어나 마스크 너머의 세상을 보는데 익숙해진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불행이 불행만은 아니어서, 재택근무 덕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질좋은 시간인지는 늘 물음표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반짝이는 지금'을 적어봅니다. 이 '적음'이 먼훗날 아이와 저에게 뜻깊은 '저금'이 되길 바랍니다.
#17. 당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의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입력 : 2022.01.19

아이와 외출했을 때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론 아이를 안아야 할 때다. 걷고 뛸 줄 알게 된 이후로 아이는 호시탐탐 유모차에서 탈출을 노린다. 하지만 먼길을 갈 때 유모차는 짐수레이기도 해서 두고 가면 아쉽다. '한 손에 짐, 한 손에 아이'보다는 바퀴 달린 무언가를 끄는 게 낫다. 그 안에 장본 것이나 아이 장난감이나 여분의 옷과 음료수도 수납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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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손이 모두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은 쉽지 않다. 특히 문을 열어야 할 때가 그렇다. 자동문의 속도와 폭은 유모차와 아이를 담기에 위험할 때가 있어서 보통 그냥 문을 이용하는데 대부분의 문은 육중하고 미시오보다는 당기시오가 많다.

더구나 이런 조합일 때 속도는 타인의 보행을 방해하기 십상이므로 사람이 붐비지 않은 시간과 때를 골라 외출하지만 때로는 북적이는 인파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러면 이래저래 난처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 그중에 몇 분은 우리의 난감함을 읽고 문을 연상태로 잡아주거나 길을 터준다.

아이와 외출이 익숙지 않던 초반에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연락처를 물어 기프티콘이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아까 건물 입구에서 문 잡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에 눈물과 하트 이모티콘도 넣어서.

가끔 편의점에 들어갈 때면 멀리서 우리 일행?이 오는 걸 보고 미리 문을 잡아주는 분들도 있다. 가끔 아이가 먼저 뛰어 들어가면 아이가 무사히 안에 들어갈 때까지 문을 잡은 채 기다려준다. 나는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해야지" 하면서 내가 더 허리를 숙인다. 정말로 고마워서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이가 무턱대고 안녕 혹은 빠빠이 하고 인사를 하면 알은체를 해주는 어르신이나, 놀이터에서 아이가 넘어지면 나보다 먼저 일으켜주는 동네의 주민들. 아이가 지나갈 때면 반갑게 인사해주거나 아이를 주려고 미리 작은 간식을 준비해두는 커뮤니티 센터의 직원분 같은 이웃들을 만나면 나는 살면서 얼마나 다정한 이웃이었나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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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에 아이를 안은 어른이 있는 그림을 보면 그전엔 심상히 여겼는데 불특정 다수의 암묵적인 보살핌을 받는 지금은 나와 아이가 사회적으로 배려의 대상임을 실감한다.

얼마 전 매우 샤이한 내향형 또래 맘이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걸 말렸다고 해서 놀랐다. 초등학생들도 고학년이면 꽤나 체급이 크기도 하고 몸싸움은 성인 여성이라도 말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싸움을, 그 샤이하고 가녀린 엄마가 말리다니.

샤이맘은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커서 놀이터에서 그런 일이 있는데 주변 어른들이 아무도 안 말리고 다 모르는 척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만

아이를 낳은 아주머니가 용감해지는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넓혀준 감수성 때문이고 또 하나는 아이와 함께 하며 받은 보살핌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둘은 긴밀히 연결돼 있을 테고.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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