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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변호사의 라떼가요
노래는 개인과 사회의 기억과 역사를 담고 있다. 어느덧 라떼 세대가 된 필자가 좋아했던 노래들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곱씹고 노래와 얽힌 기억들을 회상한다. 우리 가요와 사회의 반세기의 이야기가 풍요롭게 펼쳐진다. 나이 든다는 건 기억이 풍성해 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왜 이토록 임영웅의 노래에 열광하는가 임영웅 下 <이제 나만 믿어요>
입력 : 2022.01.17

임영웅이 취입한 노래들은 데뷔곡부터 쭉 들어봤다. 한동안 하루도 <이제 나만 믿어요>를 듣지 않으면 귀에 가시가 돋는 듯했다. 이 노래는 임영웅이 솔로로 녹음한 것도 좋고, 이해리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것도 좋아한다.

얼마 전 부른 <사랑은 늘 도망가>도 그의 노래 실력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해 줬다. 조용한 반주에 맞춰 조용조용 노래를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질러대는 노래보다 오히려 더 발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노래는 정말 잘 부르는데 ‘잠시 쉬어가면’을 ‘잠시쉬 어가면’ 하고 이상한 곳에서 숨을 쉬면서 부르는 것이 너무 귀에 거슬려 잘 듣지 않는다.

임영웅의 큰 매력 중 하나가 가사의 모든 단어가 하나하나 귀에 박히게 하는 것이다. ‘잠시쉬 어가면’은 단어가 제대로 들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이게 뭐라는 말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대목을 계명으로 보면 ‘미레도 미파솔’이다. 세 음이 연달아 내려가고 그 바로 뒤 세 음이 연달아 올라간다. 왜 ‘쉬’에서 한 번 끊어주는지 그 음악적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감히 임영웅이라는 훌륭한 가수에게 어떻게 끊어 부르라고 프레이징 제안까지 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하고 싶다. 노래에는 기악곡들과 달리 가사가 있다. 음표와 가사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36회 <골든디스크> 임영웅 - '사랑은 늘 도망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JTBC 220108 방송

 

요즘 가장 즐겨듣는 노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이다. 무엇보다 임영웅의 목소리에 아주 잘 맞는 곡이다. 가성을 전혀 쓰지 않고 첫 음부터 그의 윤기 나는 목소리와 물총을 쏘는 듯한 발성으로 곡 전체를 소화해서 좋다. 또 하나는 가사가 좋다. 특출하게 문학적인 가사는 아니지만 그 의미와 비유가 아름답다.

임영웅은 이 노래를 소개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어두운 밤하늘의 별빛에 비유했다. 그의 팬들에게 별빛은 임영웅의 노래이다. 영어에 ‘Silver Lin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는 먹구름 가장자리에 테두리처럼 가늘게 빛나는 햇빛을 뜻한다. 관용구로서 ‘Silver Lining’은 ‘절망 속의 희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어둡고 지루한 이 코로나 팬데믹 속의 ‘Silver Lining’은 우리에게 임영웅과 탑6라는 위로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믐밤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 임영웅의 목소리가 우리를 위해 어둠을 밝혀준다.

내가 몇 년 전 뉴욕주를 여행하며 글을 쓸 때 “세상이 날 버리고 간 것 같은 날에도 30초의 행복은 있다”라고 썼다. 모두가 지치고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 임영웅이라는 행복이 우리를 찾아와서 세상이 나를 버리고 간 것 같은 하루를 버티게 해 준다.

 

왜 우리는 이토록 임영웅의 노래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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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가요를 멀리하던 내가 왜 이토록 임영웅의 노래에 열광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별것 없다.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다. 첫째 그는 클래식, 대중음악 할 것 없이 모든 장르의 가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인 목소리를 타고났다. 성악을 전공한 나의 어머니 표현으로 ‘기름기가 자글자글 도는’ 목소리를 지녔다.

목소리뿐 아니라 그는 가사 속의 이야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거기에 더해 훌륭한 발성 테크닉을 지녔다. 발성 테크닉은 소리만 크게 잘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흡을 길게 사용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크닉이 받침이 되니 그는 노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내가 그의 노래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그의 레가토 창법이다. 때로 얼마든지 숨을 쉬고 불러도 될 부분에서조차 그는 쉬지 않고 감정의 텐션을 계속 이어가 고음에서 폭발시킨다.

가령 임재범의 <비상>을 부를 때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하고 숨 쉬고 ‘날고 싶어’라고 불러도 되지만 그는 이 대목을 한숨에 붙여 부른다. 멜로디를 약간 변형해 ‘날’을 길게 강조한다. 중간에 숨을 쉬고 부를 때와 달리 나의 눈썹이 들썩하고 눈이 크게 떠지며 몸이 앞으로 쏠려 나가는 것이 실제로 저 하늘로 솟구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이제 나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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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이라는 걸출한 가수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데 《내일은 미스터 트롯》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의 공을 부정할 수 없다.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많은 가수들이 개점휴업 상태였을 때 매주 시청자를 찾아가는 행운을 누렸다.

TV조선 역시 상금 3억 원을 걸고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 임영웅과 탑6가 1등 공신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임영웅은 노래방 기계에 맞춰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며 신세 갚을 것 갚았으니 홀가분하게 자기 길 열심히 가고 후일에 다시 만나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면 반갑게 만나 같이 일 잘하면 된다.

이제부터 임영웅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자기관리이다. 이 간단한 한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목소리 관리나 음악적 연구와 훈련뿐만이 아니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훌륭한 가수나 배우가 구설로 인해 사라지는 것을 임영웅도 많이 봤을 것이고, 본인도 한 차례 겪었다.

배우 김영옥이 그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 말을 늘 기억하기 바란다. “조심해서 걸어가.” 김영옥도 나도 또 수많은 팬들도 별빛 같은 그의 노래가 익어가는 것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으니까. 끝으로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 꼭 불러주길 바란다. 

 

 영상 출처 : 미스&미스터트롯 공식계정

 

 

이철재 미국 변호사, 《뉴욕 오디세이》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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