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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클래식 음악을 글로 소개하는 일이 업(業)이다. AI 음악가에 반대하지만, 미래 인류가 클래식 음악을 박물관에 처박아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특히 바흐를 존경한다. 누구나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모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고, 이어 예술가들의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를 담은《발칙한 예술가들》펴냈다.
여러분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② 음대 졸업생의 취업학개론
입력 : 2021.11.01
며칠 전 제 모교에서 취업 특강을 했습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의실에서 저는 다소 비관적인 현실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야 말았습니다. 강의에 앞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스무 살 즈음의 청년들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는데요. 음대 학사를 마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 또한 그 길을 걸었으니 사실 더 답답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①>에 이어서...

모교 후배들과 온라인 강의실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습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부터 앞으로 음대 졸업 후 어떤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요. 다행히 제가 계획한 대로 강의는 잘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강의 마지막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순서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작가님은 예중, 예고까지 나오셨잖아요. 음악을 그만두는 일, 아깝지 않으셨어요?”

한 학생으로부터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습니다. 순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제가 준비한 강의 내용 중에는 음악을 그만둔 것에 대한 상실감에 대한 부분이 없었거든요. 제가 했던 선택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후회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음… 글쎄요”

아마 그 학생은 제게 이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주변에서 오랜 기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생각을 들려주었어요.

“계속 음악 공부를 하지 않아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아도, 음악을 그만두는 것은 아닙니다.”

조성진 신드롬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고요. K클래식의 저력인 클래식 덕후들 이야기도 했고요. 틈날 때마다 공연장을 누비며, 객석으로 전해진 음악에서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야말로 음악을 계속하는 분들이 아닐까 한다고요.

그들처럼 클래식 음악회에 가거나 때로는 음반이나 유투브에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연주자를 만나는 일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음악을 그만두는 삶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반드시 대학 졸업 후 유럽이나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전문 연주자로 커리어를 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제 친한 친구들도 모두 음악을 계속 공부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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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진실로 음악을 계속 하는 삶

제 이야기를 들으며, 질문을 했던 학생은 자신의 안경을 고쳐 올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마 그 학생은 음대 졸업 후의 일정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고민의 시간이 만들었을법한 가장 처음의 궁금증을 내놓았으니까요. 그동안 음악 공부하는 데 쓴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돌직구에 대한 답이 되었기를요.  

마침 강의를 진행하던 담당 교수는 “인류의 수명이 늘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것도 없어지고 있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고요. 음대 교수 임용, 교향악단이나 합창단 취직 등 음악을 계속 공부했을 때 바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니까요. 음악을 계속 공부한다는 이유만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고요. 또한 음악 분야의 문제만도 아니지요. 그래서 더 더욱 지금의 음대 재학생들이 각자의 길을 잘 찾아가길 응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구글 홈’에게 클래식 음악을 주문합니다. 9살 된 제 아들도 이제는 곧잘 따라 주문하더라고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으며 유치원 발표회에서 발레 공연 했던 이야기를 하고, 조성진이 연주하는 ‘달빛’을 함께 들으며 계란 프라이를 먹기도 합니다. 또 저는 칼럼을 쓸 때도 음악을 듣는데요, 10곡 중 9곡은 클래식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비창’을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2007년 열렸던 백건우 선생님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에 매일같이 출석했었는데, 그때의 감동이 각인된 듯 합니다. 이렇게 각자의 시간 속에 늘 음악이 흐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실로 음악을 계속 하는 삶이 아닐까요.

가파른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율, 매년 줄어드는 예중·예고·음대 신입생, 먼 나라에서 한국 음대로 유학 오는 학생들, 결국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사회의 많은 분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 졸업생들 모두 자신의 시간표대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삶을 일구어 나갈 것입니다. 저처럼, 제 친구들처럼 제 선배들 처럼요.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더라도, 음악을 잊을 수 없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음악 전공자만의 선물 같은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아무쪼록 음악을 통해 모두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발칙한 예술가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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