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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의 판타스틱 베이비
코로나가 창궐하던 2019년 11월에 태어나 마스크 너머의 세상을 보는데 익숙해진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불행이 불행만은 아니어서, 재택근무 덕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질좋은 시간인지는 늘 물음표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반짝이는 지금'을 적어봅니다. 이 '적음'이 먼훗날 아이와 저에게 뜻깊은 '저금'이 되길 바랍니다.
#6. 당신의 온도와 속도 우리집 대장 아기장어
입력 : 2021.10.02

잠든 아이의 등에 손을 대본다. 따끈한 느낌과 함께 땀이 밴 습기가 느껴지면 창문을 조금 연다. 등이 보송보송하고 손 발이 시원하면 이불을 덮어준다. 아이는 시원하게키우는 거라 들었는데 적정 온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내게는 시원하고 쾌적한 온도인데 아이는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을 정도로 후끈할 때도 있다. 겨우내 발열내복을 또 하나의 피부처럼 입고 지내는 나는, 아이의 내복을 거의 봄날까지 입혔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겨우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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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원이 아이의 시원이 아니고, 나의 따뜻이 아이에게는 무더위일수도 있다는 걸 안 후론 온도의 기준을 아이에게 맞춘다. 열대야에 에어컨을 틀어야 할 때면 아이는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때로는 하의실종의 자연인으로 잠이 들지만, 나는 이불을 돌돌 말고 애벌레처럼 잔다. 찬바람이 불 때 아이를 안고 있으면 커다란 핫팩을 껴안은 것처럼 따스하다. 더구나 핫팩은 줄 수 없는 촉각과 후각의 생기도 있다.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아기 세제 냄새와 아기 로션 냄새 그리고 장어처럼 펄떡이는 활기는 이 초소형 인간을 더 꽉 껴안고 싶게 만든다.

 사실 이 아기장어는 우리집 대장이다. 다 같이 출동해도 아이가 멈추면 멈추고 아이가 가자면 간다. 아이의 사인이 떨어지기 전까지 나와 남편은 대기상태로 아이의 곁에 머문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기에 보면 개미가 보도블럭 사이의 요철과 잡초를 피해 기어가고 있는데 그 개미가 시야에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그의 행적을 좇는다. 처음에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었는데 지금은 나도 열심히 개미를 찾아 대장에게 보고한다. 살면서 이렇게 개미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나도 3살 때는 그랬겠지. 그 때는 엄마도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대장은 다음 작전지를 향해 진격 중이다.

 다음은 비둘기다. 비둘기를 보면 피해다니기 바빴지 따라다닌 적은 드물다. ‘참새는 짹짹을 주입식으로 배운 아이는 모든 새를 다 짹짹이라고 부른다. 참새는 보기 어렵지만 비둘기는 흔하다. 실물로 보는 짹짹이에 감격한 아이는 비둘기의 무리를 찾아 떠난다. 겁이 나서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곁을 맴돈다. 비둘기는 처음엔 긴장하다가 나중엔 우리를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한다. 구구구구 땅을 파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아이는 짹짹이가 날아갈새라 조심조심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다니고, 나는 그 아이를 따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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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저흰 언제 집에 가나요.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 속에서 아이와 나는 진공상태에 있다. 아이는 돌멩이를 굴리면서도 한참을 논다.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오색창연한 교구들이 사뭇 머쓱해진다. 우리의 벗은 개미와 비둘기 돌멩이와 풀꽃이다. 한 번도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없고, 금방 눈길을 빼앗길 것들이 도처라 스치듯 지났던 것들. 있었는데 있었는 줄 몰랐던 것들. 지금은 그동안의 홀대를 벌충하듯 한없이 바라본다. 보도블럭 사이에 솟아난 꽃들은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오다 보니 여기에 착륙했을까. 얘는 이걸 어떻게 봤을까. 어머나 여긴 벽 틈에도 꽃이 피었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속도와 소음이 우리를 비껴간다. 커다란 어른들은 모르는 작은 생명들의 세계가 있다.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을 산다. 모험이 끝나간다는 사인은 이거다. “아아죠(안아줘요)”. 아주 아주 느릿느릿 가는 시간도 있다잠든 대장을 안고 돌아와 보면 두 세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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