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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빅테크 vs 국가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입력 : 2021.09.24

도대체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국민 소통을 실현해온, 게다가 이젠 택시나 미용실 예약도 참 편리하고 때로는 할인도 옹색하지 않은 카카오가 뭘 그리 잘못했다는 말인가? 카카오뱅크에 금융 규제가 예상되면서 연일 카카오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지금 빅테크 규제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평등 이슈는 커진다.

“우리는 현재 빅테크 지배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저자인 라나 포루하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라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부편집장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읽는 경제지인만큼 자유 시장을 지지하지만, 오바마 이후 민주당 대선 주자를 지지해왔다.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페이스북 청문회를 비롯해 빅테크 때리기에 앞장서 온 인물이라면 매우 과격할 것 같지만, 『돈 비 이블』의 시작은 10살 아들이 축구 게임 캐릭터에 900달러를 ‘플렉스’해버린 사건으로 풀어나간다. 세계 각지의 초등학생 엄마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 10위 안에 스티브 잡스가 끼어 있을지 모른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프리랜서가 된다면

한국도 네이버, 카카오, 토스, 마켓컬리 등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너무나 대단하다. 적시에 빠르게 대응하게 하는 ‘알고리즘 경영’의 위력이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우리는 대체로 관대했던 것 같다. 사회의 안전망보다 할인과 빠른 서비스라는 효율은 바로 누릴 수 있는 달콤한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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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비단 택시 운전사뿐 아니라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주간 업무 스케줄을 활용할 수 없는 스타벅스 바리스타에서부터 특정한 시간대에 특정한 지역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를 감내해야 하는 배달원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린 알고리즘 경영이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알고리즘 경영의 부작용은 그동안 기술이 노동에 끼친 부작용과 같다. 
- 《돈 비 이블》  8장. 모든 것의 ‘우버’화 

퇴근 후 배달 서비스를 몇 건 뛰어 부수입을 올리는 기민함은 칭송 받을지언정, 플랫폼 서비스의 이윤 독점까지 따지는 오지랖을 펼쳐 본들. 그러나 자영업에 끼치는 해악이 이제 사회의 용인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빅테크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정부 규제이지만 지지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크다. 재벌과 대기업이든, 빅테크 기업이든 상권 독점은 매한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가능성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업과 정부, 사회 간의 사회 계약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돈 비 이블》 8장. 모든 것의 ‘우버’화, <와이어드> 창간자 존 배텔의 말

 

생각을 지배하는 빅테크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쏟아내는 콘텐츠와 광고는 우리가 많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살아가게 만든다. 그게 어떠냐며 아예 사이버 세상으로 들어가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실리콘밸리  기술 엘리트의 대변인 같다. 역사가 유발 하라리의 유튜브에 들어가면, AI를 활용하는 빅테크의 ‘인간 해킹’을 우려하는 하라리와 “도구는 쓰기 나름”이라며 기술의 이득을 강조하는 후드 티셔츠 입은 엘리트와의 대담을 볼 수 있다.

AI는 핵폭탄처럼 인류 스스로 만들어내었고 제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적인 위협이다. AI는 인간이 축적한 사례들을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학습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세돌을 누른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알파제로(AlphaZero)는 인간이 성취한 지식의 도움 없이 독학으로 바둑, 체스, 쇼기(일본 장기) 등을 독파했다.

정부의 규제가 좋은가? 거대 기업의 독점이 나은가? 더 나쁘지 않은 쪽을 때에 따라서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토지, 인프라, 기계 등 유형 자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빅테크는 국가만큼 영향력을 발휘하며, 몇몇은 국경을 초월해 세상을 지배한다. 빅테크에는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이외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빅테크 투자자로 나서야 하나?

라나 포루하는 ‘돈 비 이블(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라)’이라는 창립 정신을 잊은 구글 등 빅테크가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닮았다고 지적한다. 괴짜 천재, 후드 티, 자유로운 일터, 혁신의 순간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덩치가 커졌는데도 언제까지 순진한 얼굴만 내세울 수는 없다. 누군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금융 업계를 주시해온 사람이라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대마불사의 길을 걷는 데다 너무 복잡해서 관리하기 어려운 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 산업은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돼지풀처럼 마구 자라났다.
- 《돈 비 이블》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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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테크 기업의 규제는 결코 쉽지 않고 금융과 마찬가지로 복잡하지만, 라나 포루하는 마지막 장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철도, 에너지, 금융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업계의 자체적인 자율 규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해서, 유형의 경제에서 무형의 경제로 넘어가는 여러 부작용을 공개 토론과 로드맵 방식으로 논의한다.

무형자산 소득으로 상대적으로 조세회피가 쉬운 빅테크 기업들에 디지털 조세를 매긴다. 개인들의 데이터 정보 제공을 기여로 인정하고 빅테크의 수입 일부를 미래 세대를 위한 펀드로 조성 등이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디지털 중독 등 건강 문제도 빠질 수 없는 숙제다.

자본주의 규칙은 대개 돌에 새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자본주의 규칙을 만들어나가며, 필요할 경우 규칙을 다시 만들 수도 있다. 빅테크의 권한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유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와 안보가 모두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돈 비 이블》 14장. 돈 비 이블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규제의 힘은 약해진다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는 구글 내에서 반독점 정책 연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발각되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미국의 AI국가안보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강성하는 상대국의 전방위 AI 전투력과 산업기술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에 거국적인 투자를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의 염려가 허구가 아니라 해도, 규제를 깨뜨리기 좋은 때는 거대한 공동의 적이 부상할 때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반독점도 어느 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기술 발달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수많은 개별 국가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기술 산업 주위에 경계선을 그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어두운 이면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기술 산업이 일궈낸 성공의 열매를 모두가 공유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은 전 세계가 함께 성장하는 황금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돈 비 이블》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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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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