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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하나 두 개의 끊임 없는 논쟁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9.14
강아지가 바지를 입는다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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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시작된 논쟁은 강아지 상하체 논란으로 이어졌다. 상체(上體)는 말 그대로 ‘몸의 위쪽’을 가리키고, 하체(下體)는 ‘몸의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는 위아래가 의견이 나뉠 것이 없다. 허리 윗부분은 상체고, 아랫부분은 하체다.
그러나 이를 강아지에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상체였던 것이 강아지에게는 앞이 되고, 하체였던 것은 뒤가 된다. 위아래의 개념이 앞뒤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다.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하체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하체는 엉덩이, 다리, 발로 구성된다. 그리고 바지는 엉덩이와 다리에 입는다. 그런데 강아지의 네 다리는 아래쪽에 있고, 엉덩이는 뒤쪽 위에 있다.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강아지는 상하체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이는 인간을 중심으로 머릿속에 입력된 개념을 다른 동물로까지 확대하려다가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강아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이쯤에서 하체 부위에 대한 또 다른 논쟁으로 넘어가보자. 엉덩이는 몇 개일까? 이에 대해 엉덩이는 한 개라는 일명 ‘엉한파’와 두 개라는 ‘엉두파’가 각자 팽팽한 주장을 내세웠다.
가장 열띤 토론이 벌어졌던 쟁점 중 하나는 ‘왼쪽 엉덩이’와 ‘오른쪽 엉덩이’라는 표현이다. 엉두파는 똑같이 왼쪽, 오른쪽으로 나누어서 부를 수 있는 손, 발, 눈, 귀 등은 명백히 두 개이므로 엉덩이도 두 개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엉한파는 뇌를 반례로 들며 좌뇌, 우뇌로 나뉜다고 해서 뇌를 두 개라고 하지는 않으므로 엉덩이도 하나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엉덩이의 위치 문제다. 원래 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엉한파는 이를 근거로 엉덩이는 허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하나라고 주장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볼기는 ‘양쪽’이므로 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엉덩이는 바닥에 닿지 않는 윗부분을 가리키므로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하지만 엉덩이에 ‘볼기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 추가되면서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엉두파의 주장처럼 엉덩이의 아랫부분은 두 다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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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교수님까지 논쟁에 동참하셨다.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골반 뼈는 볼기뼈 두 개, 엉치뼈 한 개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엉덩이라고 부르는 볼기는 두 개라고 엉두파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사선생님들의 해석은 나뉘었다. 골반 뼈를 엉덩이로 본다면 엉덩이는 하나이고, 볼기뼈나 대둔근으로 본다면 두 개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엉덩이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엉덩이는 한 개일 수도 있고, 두 개일 수도 있다. 결국 엉덩이 논쟁도 ‘엉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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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언어와 우리의 생각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과 사족보행을 하는 강아지의 위아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위아래, 상하체에 대한 개념과 표현에 혼란이 생긴 것이 강아지 바지 논쟁이다. 또한 명사 앞에 ‘a/an’을 붙이거나 뒤에 ‘s’를 붙여서 단복수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한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모든 단어에 단복수를 구분하지는 않는다. 즉 ‘엉덩이’가 ‘하나의 엉덩이’를 가리킬 수도 있고, ‘엉덩이들’을 가리킬 수도 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논란 속에도 알고 보니 이러한 언어적 이유가 숨어 있었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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