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허박사의 슬기로운 연구생활
공학박사 취득 후 한 사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80년대생 허용강입니다. 정보의 진실을 가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미래관이 혼재돼 있는 오늘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공학적 사고'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지름길 대덕넷 이석봉 대표 인터뷰②
입력 : 2021.09.06

대덕넷 이석봉 대표님과 대화하면서 `남을 진정으로 사려면 사랑하려면 본인부터 사랑해라.`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도서들이 많았던 2~3년전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가판대도 같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가 발발한 `20년부터는갑자기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경제로 많이 바뀌었는데, 본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본이 우선시 되는듯해서 아쉬움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이석봉 대표(이하 이) : 아마, 그때 즈음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유행했었을 거에요. 그런데, 처음에 나온 의도와 다르게 왜곡된 면도 있어요. 나를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는 것과는 달라요. 그러니까 나를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돼요. 워라밸이라든가 소확행을 주관적으로 자기를 보기 시작하게 되면 'Me First'예요. 그런데 사회가 제대로 건강하게 되려면 `You First` 가 돼야 해요.

실리콘밸리에는 `Pay it forward` 문화가 있어요. 문자 그대로는 `선행을 하다`라는 뜻인데, 문화로 의역하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히 도와주는 문화`로 해석돼요. 이 문화가 곧 `Me First`가 아니라, `You First`죠. 그런데, 아쉽게도 최근 한국에서 유행한 `워라밸`과 `소확행`의 분위기는 `Me First`인 듯해요. 물론, 개개인의 사회생활이 각박하고 서로가 챙겨주지 않으니, `나라도 나를 챙기자!` 이런 개념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다 자기만을 챙기기 시작을 하게 되면, 그 사회는 병들게 되죠.”

“허용강 연구원(이하 허) : 대표님 말씀에 동의해요. 주식과 부동산 거래는 사유 재산을 인정하는 자유경제체제에서 당연한 행위인데, 최근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가 `Me First`인듯해요.

“이 : 물론, 주식하고 부동산 같은 재테크는 필요하죠. 근로소득 이외의 자산소득도 필요해요. 그런데, 최근까지 자산소득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할 기회도, 교재도 많이 부족했었어요. 우연찮게 온 코로나 시기에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서 관심 갖게 되었죠. 덕분에 이전 투기가 횡행했던 시기를 지나, 나름대로의 깨달음에 의해서 기업의 가치와 경제가 성장할 분야를 공부하고 투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허 : 그런가요? 투자하는 주쥐의 친구들을 보면 대표님께서 보시는 것과  달라요.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정보를 수집해야만 하잖아요? 예전을 제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대표님 말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공부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상에 통용되는 정보량은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방금까지 이야기해주신 역사만 공부하는 것도 이미 머리 터질 것 같은데, 자본주의도 또 공부해야 돼요. 그리고 최근의 투자는 기술과 과학 분야 정보들이 대부분이잖아요? 해야 할 공부도 많은데, 관련 정보들은 너무 많아서 컨트롤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렇기에 다 공부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심지어 존재하는 정보들의 확인도 불가능해요. 혹시 효율적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든 것의 출발점, 나를 아는 것!

“이 : 우선 모든 거의 출발점은 나를 아는 거예요. 나를 아는 게 엄청 어렵고 복잡한 건 다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책 열 권을 읽으면 나를 알 수 있다!` 라면 그 열 권을 읽겠어요, 안 읽겠어요?

대표님의 질문에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있게 읽지 않을거라 대답을 했습니다. 확신에 찬 대답을 들으신 대표님은 그럼 몇 권이면 읽을 것 같냐고 되물셨고, 저는 세 줄 요약하면 겨우 볼 거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대표님은 멋쩍어 하시며 말을 이으셨습니다.

“이 :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죠. 그냥 밥 한 끼 먹듯이 식당 가서 `여기! 나를 아는 밥 한 개 주세요!`이렇게 주문해서 먹고 알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나를 아는 데에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투자를 하지 않게 되면 나를 몰라요. 그리고 나를 아는 행위만큼 중요한 행위가 또 있을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내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초석을 하나 놓는 것이에요. 내 정체성을 파악하는 행위에요. 그 중요한 행위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그걸 축약해서 책 열 권 정도로 알겠다 그런건 신기루를 찾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지금은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잖아요. 과거에는 나를 찾는 행위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자료가 없었으니까. 지금은 자료가 굉장히 많아요. 한권이든 열권이든 그 책들을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급한 마음에 폭식하면 안 돼요. 독서는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읽고 난 지식들을 생활 속에서 스스로 삭히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단시간에 지식만 집어넣으면 남는 게 없어요. 여유를 가지고 매일 매일 숨쉬듯 읽고 생각하며 책과 더불어 지내면 내 생활 속에서 큰 지식과 지혜가 돼요.”

대표님께 나를 아는 지름길을 여줘보니, 지름길이란 없다고 하시면서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 독서를 추천하셨습니다. 이어서, 여러권의 책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직관적인 제목이 흥미로운 함재봉 선생의 <한국사람 만들기>, 역사가 말해주는 경고장 박종인 선생의 <대한민국 징비록>, 한국의 시대를 그리는 김태유 선생의 <한국의 시간>, 한일 근현대사를 일본의 관점으로 기재한 이광훈 선생의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조선 왕과 사대부의 권력의 역사 조윤민 선생의 <두 얼굴의 조선사>, 한국을 말하는 철학자 최진석 선생의 <대한민국 읽기>, KIST 설립과학자 최형섭 선생의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포항제철의 신화 <철강왕 박태준> 등. 순식간에 한 자리에서 생각나는대로 읊어준 책만 8권이었습니다. 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허 : 사실 저는 대표님께서 시시때때로 해주는 도서 추천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폭식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은연중에 폭식하고 있더라니까요. 게다가 앎의 즐거움이란 게 늪이에요.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와 <두 얼굴의 조선사>를 이어서 읽었는데, 조선의 관점과 일본의 관점이 절묘하게 매치되더라구요. 정보 수집이 편한 세상이다 보니 한 사건을 기준으로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 개인 유튜브나 블로그 등 다각도로 찾아봐요. 볼수록 깨닫는 것은 `나는 아직 모르는구나!`예요. 그렇게 또, 그래서 더 알아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폭식에 가까워지게 되요.”

“이 : 맞아요. 무지는 스스로 느끼게 돼요. 저만 해도 그래요. 30여년 전 일본에 연수 갔을 때 일본의 우파를 만났었어요. 본인 스스로가 난 일본의 우익이라고 하더군요. 이 친구가 우리나라 근현대사 얘기해요. 임오군란이 어떻고 뭐 청일전쟁이 어떻고. 나는 그때까지 일본 사람이 나쁘다는 생각만 했지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않았어요. 그때는 이해할 만한 책도 없었고, 필요성도 못 느꼈어요. 그런데 그가 `책에 이렇게 나왔는데!` 하면서 물어보는 거예요. 한국 근현대사를 일본인인 저 사람은 아는데, 한국인인 난 모르는 상황이 됐죠. 이후로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본인의 지식이 정말 짧은 지식이고 극히 일부라는 걸 일상 중에 깨닫게 돼요. 그걸 깨달은 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일 거예요. 그러면 깨달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뭐냐?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사람들한테 나누고 전파하고 발신하는 거예요. 그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면 누군가는 그걸 보고 변화해요. 그런 선순환의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사회는 더 성숙해지죠. 하나하나가 모여서 큰 물줄기가 돼요. 아? 혹시, 천리포수목원 알아요?”

 

어떤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 : 시대정신

허3.jpg
그림 5. “3백년 뒤를 본다”는 민병갈 원장의 나무사랑, 한국사랑 [3]

갑자기 바뀐 화제와 생소한 명소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대답과 동시에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제가 있는 당진에서 가까운 태안에 있는 수목원이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한국 최초의 수목원인데도 가보지도 않고 모른다고, 대표님에게 약한 핀잔을 들었습니다.

“이 : 설립자가 미국계 귀화 한국인이에요. 민병갈 원장님이신데, 한국에서 최초로 사립 수목원을 조성했어요. 자기가 제2의 조국으로 삼은 300년 뒤의 대한민국 후손들한테 선물이 됐으면 바란다고 유언했어요. 이 이야기에서 느끼는 게 뭐예요?”

“허 : 300년 뒤라는 말에 꽂혔고요. 참 꿈이 아름답다는 느낌이 먼저 오네요.”

“이 : 민원장님이 300년 뒤를 내다본다고 얘기를 하는데 본인은 얼마를 내다 봐요?”

“허 : 저는 50년 봅니다.”

“이 : 50년으로 봐도 잘한 거예요. 근데, 민 원장님은 300년 뒤를 내다 봐야 한다고 했어요. 300년의 이후의 후손들에게 숲을 남겨준다고요. 이 분은 어떤 인생을 사셨길래 300년 뒤를 내다 볼 수 있었을까요. 후손에게 남겨주기 위한 삶이 거룩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본인만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삶. 이런 삶을 보면 자연히 `고민` 혹은 `자아성찰`하게 돼요.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계기로 나와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고 봐요.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모델들이 많아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조언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나를 찾기 위해 추천해주신 도서를 집필하신 분들이 그 모델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아닌 타인과 인류, 지구를 사랑하신 분들에 비해, 저는 단순히 저의 안일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요. 저의 눈빛을 읽기라도 하셨는지, 대표님께서는 서론을 뒤로하고 본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 타인을 위한 인생을 살려면 어떤 에너지가 필요할까요? 다른 말로 하자면, 무엇이 그 사람이 그 일을 계속적으로 추구하게 만들까여? 이 질문에서 필요한 것이 `시대 정신`이에요. 이 시대 정신이라는 건 아버지의 시대가 다르고, 본인의 세대와 시대가 다르고 본인의 후손의 시대가 다르다는 걸 아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가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의 시대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본인이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해요. 그 이해에서 에너지가 나오고, 몇십년을 추구할 일이 나오는 거예요.

뭔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적어도 한 세대 30년 간 그 일을 꾸준히 한 사람들이에요. 어느 분야에서 하나의 업적을 좀 내고 후손들한테 유산을 남겨주려면 한 30년은 꾸준히 그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3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평지풍파가 많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뚫고 지속적으로 힘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힘! 그 원동력을 가져가야 돼요. 그게 결국은 `자기 정체성`과 나름대로의 `시대정신`에 대한 확실한 이해입니다. 그게 있으면 30년 갈 수 있죠. 요즘은 100세 시대니까 두 번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렇게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많아지면, 사회는 좋아질 거예요. 

그런 시대정신은 하나일 수는 없어요. 즉,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의 관점에서의 시대 정신을 갖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요. 한국적 상황은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굉장히 큰데, 중앙의 인구 집중도 50%이고 경제력 집중도는 80%에요. 다른 선진국들은 중앙의 집중도가 굉장히 낮아요. 기현상이죠. 예를 들면 일본은 30%, 영국은 20%, 프랑스는 20% 정도예요. 한국의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큰 상태로 방치된다면, 이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요? 

최근 동탄에 가보셨어요? 도시는 반짝반짝한데 사람이 없었어요. 저는 굉장한 삭막함을 느꼈어요. 일반 도시는 구 시가지와의 공존으로 숨 쉴 틈이 있는데, 동탄 신도시는 아파트 숲으로 다 채워졌 있어요. 게다가 오피스고 빌딩이고 다 고층이고, 모든 길이 콘크리트로 되어있어서 어디를 둘러봐도 콘크리트 된 숲만 볼 수 있어요.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봄, KBS 시사기획 창에서 `소멸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인구와 도시의 현황에 대해서 방송했어요. 평소에 지방과의 균형 성장을 주장하시던 대표님께서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해당 방송을 추천해주셨습니다. 해당 방송을 본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당시에는 직할시고 현재는 광역시인 지방도시 대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이후 대학진학을 위해 대략 6년간 수도권에서 살았고, 유학으로 간 도시도 나고야라는 지방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당진이라는 지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짚어주는 지방 현실과 문제점을 제법 다 겪어 봤었기에, 이들이 말하는 `지방소멸`이라는 미래 시나리오가 제법 신빙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허6.jpg
그림 6. 인구밀도 통계치를 한국지도에 투영하여 재구성한 지도 [4]
허7.jpg
그림 7. 한국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관계 [4]

 

“이 : 저는 한국이 이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봐요. 한국은 지방을 포함하면 결코 좁은 나라가 아니에요. 하지만 인프라가 몰린 좁은 수도권에만 사람들이 살려고 하며, 다른 지역을 모르니까 사는 곳을 좁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허 : 대표님의 진단에 대해서, 한 명의 젊은 세대원으로써 변명을 조금 할게요. 아까 동탄을 예로 드셨지요? 대표님께서 동탄 신도시를 표현하셨을 때, 건물들은 빛이 나는데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삭막함은 저도 같이 느꼈어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친구들은 그 `삭막함`을 뛰어넘는 그 삭막한 건물안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좋아해요. 겉은 삭막할지 몰라도, 그 삭막함 안에 들어가면 그렇게 휘황찬란하거든요. 그리고 소비하는 제품들의 퀄리티도 지방보다 수도권과 서울에 가까울수록 높아져요. 그러니 지방보다 수도권으로 서울로 가게될 수 밖에 없어요. 대표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알고 시대의 흐름을 알면, 자연히 이성적으로 지방 분권이 되어야 하고, 동반 성장을 해야 한다라는 진단에 동감을 많이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거죠. 다큐멘터리에도 나왔지만 취업전선이 기흥선, 수원선, 판교선을 긋고, 내려가지 않으려해요. 그러니까 기업도 정부도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예요. 지금은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강남으로 강제 이주시켰던 것처럼, 그 선을 억지로 내릴 수도 없어요. 대부분 머리로는 문제나 해결방안을 알고 있을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개개인이 동반성장과 지방성장 같은 걸 생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먼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워요.”

“이 : 그렇기에 나를 객관화 시켜야 돼요. 주관적인 내가 있으면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내가 반드시 존재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필요하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사회가 가야 될 방향으로 나름대로의 테마 혹은 화두를 정하는 경우에 세상은 조금씩 아름다워지는 거에요. 좀전에 소개한 민병갈 선생이 그런 사람이에요. 그 의지로 황무지를 옥토로 탈바꿈 시켰어요. 인생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의 개척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안정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지요.”

 

현장의 힘

“이 : 현대제철이니 포스코에 관심이 많지요? 포항에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있어요. 거기는 비수도권 최대 최고의 인큐베이팅 센터에요. 한국의 실리콘벨리 같아요. 젊은 사람들 많이 갈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얼리어답터 사고로 기존에 갖춰진 환경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곳을 뛰어 들어가는 거죠. 그런 개척자들이 블루오션을 만들어 나가는 거고 가장 큰 수익은 본인들이 가져갈 거예요. 그렇게 본인들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요. 기회는 우연히 주어지는게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그런 측면에서, 제가 말하는 지방균형성장을 시대정신으로 이해하고 체인지업 그라운드라는 무대에 뛰어들어 자기 나름대로의 무대로 만든다면, 시대의 기회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 기회로 인해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겠지요. 비전을 갖고 한 30년 정도 그걸 하게 되면 그 동네에서 주인이 되겠고요. 또 후손들한테 큰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거에요. 

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우리가 나를 안다는 건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나를 이해하게 되면 미래에 도전할 수가 있게 되고, 그 미래 도전자체를 인생의 동기부여로도 삼을 수도 있어요. 스스로 개척하는 삶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만족하고, 더 나아가 그 결과물들을 후손들한테 물려주고, 또 다시 후손들이 그걸 계속적으로 해 나갈 때 한 개인의 삶은 나름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허8.jpg
그림 8.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5]

당진에서 살면서 얻은 게 꽤 많습니다. 3년 전 한림원에서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일개 직장인이었을 뿐 대표님께서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인연의 고리는 `당진 현장`에서 올라온 직장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당진 현장에서 근무하는 꼬리표가 인연의 시작이 된 예가 또 있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에 한창 갇혀 있던 2020년 늦봄이었습니다. 코엑스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산업별 전망 및 대응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연사로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본부장님이 나오셨어요.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이신데, 발표 내용을 들어보니 자동차 시장뿐만이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 전문가시더라구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에 대해, 고태봉 본부장님께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는데, 과거와 현재 진단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이후 사적 대화를 하던 중 시간내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못하셨음에 안타까워하시기에 무심결에 “과거와 현재를 그렇게 자세하게 보여주셨으면, 미래도 이미 보여준거죠.”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제가 현장에서 온 직장인라는 사실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합니다.

허9.jpg
그림 9. 포스트 코로나 19 모빌리티의 미래 진단 [6]

“이 : 아마 맞을거에요. 현장이 갖는 힘은 정말 엄청나요. 현대제철이 몇 년 동안 당진에 투자한 돈이 있잖아요. 그 결과 산업이 형성이 되었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있기 때문에 개개인 하나하나는 작아보일 수도 있는데, 그들은 현장에 공기를 직접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현장 밖에 있는 사람 중에 흐름을 읽으려고 계속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사람은 별볼일 없어 보이는 현장의 이야기 한 마디에서도 많은걸 캐치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현장에 있는 사람을 결단코 쉽게 보지 않아요.”

“허 : 대표님의 현장 이야기를 듣다보니 생각나는 영화와 상황이 하나씩 있어요. 일본 영화에 <춤추는 대수사선>이라고 있어요. 일본의 행정과 현장을 그린 형사의 이야기인데, 이런 장면이 나와요. 현장 형사가 범인을 잡으려고 상부 허가를 요청해요. 그런데, 상부에서는 승인까지 대기하라고 하죠. 결국은 그렇게 대기하다가 놓쳐요. 영화 마지막부에서는 중간 관리자가 본인이 책임질테니 승인없이 제압하라고 해서 잡아내죠. 이런 상황이 영화만에서 나오는게 아니죠. 2011년 동일본 쓰나미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도 유사한 상황이었다고 봐요. 현장 사람들은 셧다운을 주장했지만, 수뇌부에서 폐기로 인한 손실을 걱정하다가 결국은 원자로가 폭발해버렸다죠. 물론, 세세한 내용은 더 복잡하긴 하지만, 요지는 현장의 위험경고보다, 본부의 숫자놀음이 만들어낸 대 참사라고 봐요.”

“ 이 : 현장의 힘과 판단을 믿어줬어야 했는데, 아쉽지요. 현장의 힘과 판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한극단적인 상황이 전쟁이에요. 모든게 현장에서 결정되지요. 야전 사령관의 책임과 권한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게 되죠. 현재의 산업 현장은 지방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기회가 있는 곳이 지방이고, 일선이에요. 기업과 젊은 친구들이 넘쳐나는 에너지를 가지고 지방 일선에 가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준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아지리라고 봐요. 그런 움직임들이 세계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어바인(City of Irvine)이란 기업형 도시가 있어요. 미국내에서도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어바인 주식회사(Irvine Company)가 주도하여 1960년부터 개발하였어요. 미래도시 개발계획으로 도요타가 후지산 밑에 조성하려는 우븐시티(Woven City)도 있어요. 이러한 기업과 청년들의 도전은 미래 지속가능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다행히도 한국에서는 포스코가 있어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 가리기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기 우리들이 갖춰야할 덕목을 듣다보니 그새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지나 버렸었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하신 덕목은 나를 알아야 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가져야함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을 권장하셨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꼭 듣고 싶었던 항목은 정보관리였었는데, 이야기가 정리되는 시간까지 넘쳐나는 정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듣고 싶은 답은 듣고 싶었기에, 한번 더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 : 정보는 지속성이 생명이야.”

급격한 정보의 홍수속에서 정보의 효율적인 습득방법이나 진위여부에 대한 질문을 드리려 했는데, 첫 대답은 단문으로 정보의 생명이 지속성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란 표정으로 대표님을 응시하니, 마저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이 : 정보란 것도 엉덩이가 힘이에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가지고 수집을 하고 계속 봐 둬야 그 가운데에서 옥석을 구분할 수 있어요.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해서, 지식 배경 자체가 없으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해석의 방향이나 깊이가 완전 다르게 돼요. 정보 수집에서도 지름길은 없어요. 저는 30년 넘게 신문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매주 토요일 신문을 다 분해해서 정리를 해요. 중요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해요. 물론, 외부에서 해당 정보의 초점이 무엇인지 짚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접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서 본인의 시각을 키우는 방법이 제일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 본인의 시작을 키우기 위해서는 신문을 좀 봐야해요. 아! 인터넷 말고 종이 신문을 봐요. 그리고, 책을 독서를 계속하고 여행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해요.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요.

“허 : 아까 나를 찾는 지름길과 같은 맥락이네요. 세상일이란 참 다른 듯 하면서도 유사해요. 역시 진심과 원리는 존재하는가 싶어요. 대표님 이야기 중에서 인터넷 신문 말고 종이 신문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매달 참가하는 북토크의 책방마님이신 최인아 대표님께서 자주 하시는 질문이 있어요. [7] 지면에 찍힌 정보랑 인터넷 정보랑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서면으로 된 도서가 유효할까요? 하는 거예요”

“이 : 이게 사람에 따라 혹은, 트레이닝을 어떻게 받았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우리는 종이 신문에서 인터넷 신문 순으로 둘 다 경험한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성장하면서 종이가 익숙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익숙함을 이유로 종이를 선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인류 문명으로 봤을 때 서면에 기록된 문건은 몇 천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거예요.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서면 기록물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서면 정보나 인터넷 정보나 둘다 장단점이 있어요.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어요. 최근 인터넷 정보는 개인과 대중의 선호도를 파악해서 관심있을만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보여줘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빠른 정보 습득 시스템은 굉장히 큰 장점이죠. 하지만 성향에 갇혀서 자칫 편협해질수도 있죠. 이에 반해, 종이 신문은 해당 테마면 내에서 여러 정보가 기재되어 있기에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해당 정보를 소화할 여유를 줘요. 이렇게, 인터넷 정보만의 장단점이 있고, 서면 정보 또한 그만의 장단점이 있으니,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양립하리라 생각해요.”

 

[3] 태안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 http://www.chollipo.org/

[4] KBS 시사기획창, 소멸의 땅_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https://youtu.be/rJi-lM36RdU

[5]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http://www.changeupground.com/

[6] 포스트코로나19 산업별 전망 및 대응 LIVE, 자동차 모빌리티 산업의 현재와 미래 (고태봉, 정구민, 최형욱). https://youtu.be/ZZQbhhZWZbY

[7] 최인아책방. https://www.instagram.com/inabooks/

 

 

허용강 박사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