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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믿다 사랑의 고통 원치 않는 시대, 서양 예술사 빛낸 천재들의 사랑이 주는 울림
입력 : 2021.08.16

이 공간에 이런 저런 글을 쓴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클래식 음악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쉽게 소개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분명 낯선 예술 이야기를 비좁고, 가파른 계단처럼 올리는 칼럼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글을 읽다가 숨이 차는 기분이 들거든요. 안 그래도 잘 모르는 분야인데, 글마저 어렵게 쓰였다면요. 글은 쓰는 사람 그 자신이기도 하니 역시 취향의 문제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겠지만요. 저는 쉬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살면서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게 되는 것들의 공통점은 결국 편안한 것 아닐까 싶어요. 츄리닝 입고 들어갈 수 있는 동네 분식집이나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는 흑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들처럼요. 내 집과 가족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1순위로 편안한 존재고요. 그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싹틔워주는 역할, 제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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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에는 식기 세척기를 돌려놓고,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를 읽었는데요. 보통 저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무척 한가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읽거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은 한 시라도 빨리 펼치고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국 불편하게 식탁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책의 첫 장부터 끝까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금술사》의 연장선 같은 느낌도 받았고요.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누구도 풀지 못할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또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쉬운 말로 써내려갔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저는 소문난 명궁 진이 마을 소년에게 들려주는 교훈 중 음악에 관련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은 더 읽어보실 내용이에요. 

“활시위를 당길 때는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라. 음악에서는 공간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오선 위에 늘어선 음표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음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선 위의 음표들을 소리와 리듬으로 만들어낸다.” - 아처》(파울로 코엘료 저, 문학동네 펴냄), p.90 발췌.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은 직접 귀로 듣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동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과연 제 바람처럼 쉬운 글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호감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제가 칼럼을 준비할 때마다 한 번은 생각해보는 과제이자 난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쉬운 글의 조건을 갖출 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손뼉을 탁 칠 수 있는 주제를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사랑! 사랑 이야기만큼 귀를 쫑긋하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었거든요.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랑을 종종 소개하면서 저 자신도 그 이야기가 참 사랑스럽다고 느낀 적이 많았을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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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그렇게 해서 또 한 권의 쉬운 책을 썼습니다! 오직 사랑이 주제가 되어 흐르는 책이고요. 책 제목은 발칙한 클래식》이에요. 피카소부터 베토벤까지 서양 미술사와 서양 음악사를 빛낸 천재 30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요. 피 튀기는 막장 스캔들부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한때 쓰렸던 우리의 사랑들처럼 천재 예술가들의 사랑을 읽으며, 자연스레 서양 예술사에 관심이 흐르도록 한 것이 작가 둘의 바람이고요. 참, 이 책은 제가 예전 여행 매거진 더 트래블러》에디터로 일하던 시절 왼쪽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 추명희 작가와 함께 썼어요. 추 작가는 미술 애호가로 미술가들의 사랑을 썼고요. 저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랑을 다뤘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 공간을 통해 새 책 발칙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게요.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추 작가와 저는 만나지도 못한 채 책을 완성했어요. 만약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내용을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서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울고 웃었던 덕분이겠지요. 밤마다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희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는데요. 바로 지금 내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서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무척 평범한 모습일지라도, 그저 이 자연스러운 사랑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요. 앞으로도 저희 두 작가의 마음이 변치 말아야 할텐데요! 

예술은 그 어떤 지식보다도 마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깊고 깊은 우리들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했고,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이것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 사랑. 어쩌면 예술의 다른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발칙한 예술가들》 끝 부분에 실린 추 작가와 저의 대담 중 일부를 소개해드릴께요. 여러분의 사랑을 한 번 더 생각해보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사랑의 고통 원치 않는 시대에서 예술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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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예술사 빛낸 30人의 사랑 이야기만을 다룬 예술 교양서 발칙한 클래식. 미술 파트는 추명희 작가, 음악 파트는 정은주 작가가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 ⓒ42미디어콘텐츠

추명희 : 미술계의 모차르트라면 샤갈 정도를 꼽을 수 있으려나. 아니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한 작가는 아마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것 그렇고 우리가 다룬 천재 예술가들 같은 인간들이 앞으로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정은주 : 그럼요. 나올 수 있지요. 더 멋진 예술 천재들이!

추명희 : 글쎄, 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모든 사랑에 책임을 져야하는 시대잖아요. 오히려 사랑이 구속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 사회 구조적으로 분위기가 그렇잖아요. 게다가 젊은이들은 손해보지 않는 사랑을 추구하니까요.

정은주 : 정말 그래요. 어떻게 보며 요즘의 사랑이 그 시절 예술가들의 사랑보다 더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가 돼가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추명희 : 예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 같거든요. 요즘에는 미친 사랑은 일종의 범죄로 치부되니까 그만큼 미친, 놀라운 예술 작품들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책에 쓴 예술가들이 만약 지금 시대에 그랬다면 다들 감옥에서 만나야 했을 거예요. 물론 작품 활동도 못 했을 거고요. 사회적으로 매장될 테니까요. 그런데 그들의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결국 그들의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기도 하잖아요. 

정은주 : 역시 작가님다운 생각이예요! 저는 원고를 쓰면서 평범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추명희 : 맞아요. 보통의 사랑, 보통의 삶. 그건 정말 커다란 축복이죠.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예술 작품 대하듯이 생각하고 느끼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발칙한 예술가들》(추명희·정은주 저, 42미디어콘텐츠 펴냄) p.323 일부 발췌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발칙한 예술가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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