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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투리로 표준어 말하기 탐험대원 '라비'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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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로 표준어를 발음할 수 있을까? 만약 대구 사람인 내가 대구 사투리 억양을 사용하면서 표준어 발음을 정확히 구사한다면, 내가 표준어를 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읽고 사투리는 억양부터 다른데 표준어를 어떻게 발음해?”라는 생각이 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표준어를 꼭 서울 억양으로 말해야 할까?

지난 학기, 교양 수업 조별 과제에서 발표를 담당하게 되었다. 역할 분배 회의가 끝나고 조원들에게 표준어로 또박또박 이야기해볼게요라고 말하자 사투리 쓰셔도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 대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표준어를 사용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표준 발음법을 지켜 이야기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조원들은 내가 사투리 억양이 신경 쓰여 서울말 억양을 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대구 토박이였기 때문에 말에 대구 사투리 억양이 묻어 있다. 그래서 나와 대화 한두 마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내가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조원들이 내가 사투리를 걱정한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런 내 말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말투와는 별개로, 나는 전공 때문인지 평소 말할 때 표준 발음법을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신경 쓴다고는 해도 맑다[막따], “맑고[말꼬], “꽃이[꼬치]로 알맞게 발음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규칙일수록 주의하지 않아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틀린 발음은 서울에서 나서 자란, 서울 억양을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표준어에는 억양의 개념이 있을까?

 그래서 이런 의문이 생겼다. 사투리 억양으로 표준 발음법을 준수하는 사람과, 서울 억양을 사용하지만 표준 발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표준어를 더 잘 사용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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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표준어의 정의를 다시 찾아보았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이것만 보면 서울 사람들이 쓰는 말이 곧 표준어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어 어문 규범 중 표준어 규정을 살펴보면, 표준어를 발음하는 방법인 표준 발음법에서는 자음과 모음의 발음, 음의 길이, 받침의 발음, 음의 동화, 경음화, 음의 첨가 등 단어의 발음에 대해서만 규정해놓았을 뿐 억양은 다루고 있지 않다. 즉 표준 발음법의 범위에 표준 억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표준어 억양을 키워드로 검색해보았다.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을 올린 사람이 몇 있었다. 질문 내용을 요약하면 표준어라는 개념에 서울의 억양이 포함되는가?”였는데, 국립국어원은 이에 대해 표준어에서 억양 혹은 음의 높낮이는 다루고 있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또한 경상 방언의 억양으로 표준어를 구사했을 때 이를 완전한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에는, 표준어 사정 원칙에 따른 단어이고 표준 발음법의 음의 길이에 부합한다면 표준어를 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르면 서울 억양으로 표준 발음법을 위반하는 사람보다는 사투리 억양을 사용하지만 표준 발음법을 준수하는 사람이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표준 발음법을 정확히 지킨다 하더라도, 사투리 억양으로 난 표준어를 쓴다라고 말하면 농담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서울 억양표준어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디 이번 탐험이 표준어의 개념과 더불어 표준 발음법과 억양의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비(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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