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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벌, 좋은 학군을 다시 본다 하키팀을 사겠다는 리더, 어때요?
입력 : 2021.08.14

IT업계의 실력은 학벌과 비례하지 않는다. 40권이 넘는 IT 도서를 저술한 김도균 작가도 그렇다. 그의 아들은 현재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실무 경력을 더 쌓고 군대 문제도 해결한 이후에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실리콘벨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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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김도균 작가는 가끔 해외 컨퍼런스를 다니며 공부하는데 이때 아들과 종종 동행을 한다. 특히 아들이 중학생 1학년 때 간 실리콘벨리로의 여행은 그의 아들에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꿈을 갖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커뮤니티에서 만나 알게 된 구글 엔지니어를 직접 만나 식사도 같이 하며 자신의 꿈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이다. 꿈이 생생하게 그려지자 필요한 공부는 스스로 해나가기 시작했다. 수학뿐 아니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군주론 》등 독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입학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기른 상식을 면접에서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이썬을 배울 수 있는 책을 통해 스스로 프로그래밍 지식을 쌓아갔고 급기야 파이콘과 같은 컨퍼런스에서 발표도 하며 커뮤니티 리더십도 익혀나갔다. 

빌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엄밀히 따지면 고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뛰어난 능력의 고졸 직원을 다수 만났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고졸이라고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이버 대학을 가서 부족한 공부를 더 하는 사람도 많고 책으로, 인터넷 강의로 수시로 공부한다. 실무와 공부를 병행하면 공부 효율이 훨씬 높아져 뒤늦게 대학을 가서 더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요즘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학벌에 상관없이 커뮤니티 리더들을 우대하며 인정해 주고 있어 뒤늦게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내 페이스북 친구는 고졸 개발자인데 구글의 GDG(Google Developer Group) 커뮤니티 리더가 되었더니 고졸이라고 퇴짜 놓았던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는 고백을 했다. 커뮤니티 리더가 대우받는 사회가 빨리 와서 무턱대고 학력과 학벌로 차별하는 시선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길 기원해 본다. 


부모가 본을 보이는 엘리트 리더십

한 달 전인가 갑자기 본사에 있는 디렉터(Director)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다. 자신의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팀장들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그는 캐나다 캘거리 근처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깐깐한 보스이다. 

“매니저팀 친구들…”로 시작하는 메일이라 어감을 살려 평어체로 번역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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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나는 오래전부터 주니어 하키팀 하나를 살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우리 아들이 주니어 하키팀에서 활동하며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게 늘 고마웠거든. 참고로 주니어 하키팀은 16~20살 청소년 팀을 말해. 드디어 수년의 물색 끝에 내가 태어나 자란 도시 캘거리에 있는 팀을 하나 발견했어. 멋진 청소년 선수들이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리더십이 꼭 필요한 팀이야.

나는 오늘 자정부터 캘거리 주니어 하키 클럽의 최고이사 겸 대표가 돼. 이 클럽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내 하키에 대한 열정과 사회 공헌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어서 정말 신나. 나는 12명 정도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꾸릴 예정이야. 기술 전문가, 활동 기획자, 임원 그리고 에너지 업계에서 몇 명, 여성 사업가 두 명이 나와 함께하기로 했어. 물론 매일의 실무를 책임질 매니저는 공식적으로 뽑아야 해. 나는 주로 저녁, 주말이나 휴가 때 활동할 예정이라 회사 업무엔 전혀 지장이 없을 거야. 오늘 정오에 공식적인 발표가 나갈 텐데 공식 발표 전에 친구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거야. 너무 신나서 말이야…”

이 메일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 이런 리더, 참 괜찮다’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대의 멋진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나라의 리더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리더들은 보통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모두 회사나 조직을 위해 쏟아 부어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와 명성을 쌓고 그렇게 쌓은 부와 명성을 자식에게 물려주려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최고 좋은 학군에서 최고 좋은 선생님을 모셔다가 최고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도록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나 하나만 잘 살면 성공적인 삶이라는 암묵적인 목표를 부여받는다. 그렇게 자라난 자녀 세대가 우리 사회의 엘리트가 되어도 대부분 부모세대와 비슷한 길을 간다. 부모 이외에는 딱히 롤모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디렉터에게서 온 메일에서 나는 새로운 리더, 새로운 엘리트의 롤모델을 본것이다. 이분이 열심히 일해 높은 자리에 가서 자신이 평생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에서 무엇인가 다른 격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키팀에 단지 돈만 지원해 줬다면 느끼지 못할 격이었다.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급이라 해도, 지금껏 월급쟁이로 살아왔으니 그렇게 많은 부를 쌓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 키우고 미국의 비싼 집값 내고 나면 남는 건 빤하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리고 자녀가 받은 감동적인 경험을 또 다른 세대에 전달해 주려는 노력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12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만든 것도 참 영리하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어도 혼자 하면 재미도 없고, 지치기도 쉽다. 게다가 혼자서 팀을 이끌면 독선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다. 무엇보다 흰머리 성성한 50대의 나이에도 하키에 대한 열정을 지켜나가고 커뮤니티 안에서 아들과 같은 꿈을 꾸는 모습, 정말 멋지지 않은가?


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vs 해야 하는 것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좋아한다고 다 잘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아하고 잘 하는 것만 하고 살 수도 없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도 있다. 다만 예전에는 과도하게 해야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이었다면 이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자신이 혹은 자녀가 천재에 해당한다면 좋아하는 것만 해도 된다. 항상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반인들이 많다. 하지만 천재의 삶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니 비교하지 말고, 이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추어가며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성장하면 된다.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은 이 책에서 설명한 대로 커뮤니티 공부로 익혀나가면 된다. 다만 학생의 경우 해야 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은 학교 생활에 충실하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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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조선DB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수준이 매우 높다. 수없이 많은 교육공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만든 교육 시스템이다. 모든 과목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인 공감력이 올라간다. 다만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예습과 복습을 하고 학교 수업에 집중해야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스스로 충실히 하는 법을 배워나간다면 이후 건실한 사회인으로 자라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사교육의 개입이 최소화된다면 공교육 선생님도 다시 한번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불태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 해야 하는 것, 특히 해야 하는 공부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사회생활을 미리 배운다. 요즘은 조별 토론 활동, 동아리 활동도 많다. 모두 훌륭한 커뮤니티 리더십을 위한 공부다. 학교 공부 또한 당장의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보다 나를 훈련하는 과정으로서의 공부에 초첨을 맞추어야 한다. 나는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배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학교 생활 안에서 ‘나’라는 자아와 나만의 성장하는 방법을 차근히 터득해 나가면 된다. 사회에 나와보면 안다. 학교에서 1등하던 친구가 사회에서도 1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학교 성적 순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인생에서 승리자라는 것을. 

 

부모도 아이도 함께 쌓는 커뮤니티 리더십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성장은 20대 후반에서야 겨우 끝이 나는 마라톤이다. 마라토너들이 초반부터 전력질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묵묵히 한발한발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견디어 나가다 결승점이 다가오면 젖 먹던 힘을 다 한다.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초,중,고등학교의 공부는 치열하지 않다가 대학 이후에 치열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느긋하게 가다가 나중에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수도 있다. 나를 원하는 학교가 없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것도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축복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또 다른 무수히 새로운 종류의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나의 상황과 개성에 맞게 골라잡아 공부하되 커뮤니티 리더십으로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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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나를 원하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직장이 없다면 창업이나 창직도 있다. 대학에서 창직(창업 말고 새로운 직무(직업)을 만드는 과정) 컨설팅을 하고 있는 배준오 MVP의 이야기다. 

“지금 이순간도 수없이 많은 새로운 직업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과 국가에서도 이 창직에 투자를 하는 이유입니다”

시장이 점점 더 개별화 맞춤화 되어 예전과 같은 대규모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는 없다. 대신 수없이 다양한 직업과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고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에 따라 오랫동안 커뮤니티 리더십을 쌓아 올리며 유연하게 도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성장은 아이 따로 부모 따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앞의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커뮤니티가 다양성을 포용하며 모든 이의 성장을 이끄는 만큼 부모와 자식도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자연스럽게 익힌 커뮤니티 리더십은 어떤 미래가 어떻게 펼쳐져도 아이를 지탱해줄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또한 부모와 함께 커뮤니티에서 길을 찾아 나가본 경험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열심히 돈을 벌어 아이들의 사교육비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부모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해왔다면 위의 사례와 책에서 다룬 수많은 커뮤니티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보자. 지금은 혁명의 시대다. 과거에 맞던 것이 지금은 틀리며 미래에는 완전히 달라진다. 나와 내 아이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커뮤니티 안에서 만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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