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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스티브잡스와 워즈니악이 한국서 자랐다면 왜 한국인은 책으로만 배우려 할까?
입력 : 2021.08.06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운다. 어떤 사람들은 활자가 익숙해서 뭔가 배우기 전에 책부터 찾아 읽는다. 또 어떤 사람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직접 듣고 배우기도 하고 선생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무엇을 배우는지에 따라 공부 방법도 달라진다. 문제는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매우 제한적인 몇 가지 방법만 강조한다는 데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호기심이 발동하면 가만히 두어도 끊임없이 배운다. 자신이 가장 잘 배우는 방식을 찾아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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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 창업자 스티브 잡스 ⓒ조선DB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다독가였다는 것만 강조한다. 하지만 그가 어릴 때, 동네 아저씨들이 차고에서 전자 부품을 조립하는 광경을 보며 납땜을 배우고 전기와 전자에 대한 기본을 온 몸으로 익힌 것은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컴퓨터 천재 워즈니악을 만나서도 시답잖은 장난을 치거나, 쓸모 없어 보이는 전자제품을 조립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16세의 스티브는 유흥비를 벌기 위해 할텍이라는 중고 전자 부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거기에서 전자 부품 가격에 대한 귀중한 안목을 익힌다. 

그런 실생활에서 몸으로 익힌 배움의 시간이 있었기에 남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20대 초반에 학교에서는 단 한번도 배운 적 없는 지식을 바탕으로 ‘애플I’이라 명명한 최초의 상용 컴퓨터 회로기판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4년 뒤 스물다섯살의 스티브 잡스는 소유재산 2억 달러의 재력가가 되며 전 세계를 바꾸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부딪히며 배우는 것의 중요성 

만약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이 한국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어릴 때부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안 부모들은 부지런히 전기/전자에 대한 책을 찾아 읽히거나 좋은 학원을 찾아 발품을 팔았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영재원이나 과학고를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 문제를 하루에도 수백개씩 풀리게 했으리라. 이들이 수년의 지겨운 공부를 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넘치는 호기심과 승부욕, 배움에 대한 욕구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말이다. 

“무엇인가 만들면서 배워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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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컴퓨터를 세운 스티브 워즈니악 ⓒ조선DB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이민석 교수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컴퓨터 공학과 교수인 그는 다년간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뭘 만들어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 책을 사서 공부해요. 그런데 읽고 나면 너무 어렵거든요. 그럼, 또 다른 책을 사서 봐요. 이렇게 계속 공부만 해요. 보다못해 제가 만들 수 있는 것 중 제일 쉬운 것을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첫째날은 화면 캡쳐만 해보는 거예요. 둘째날은 로그인을 만들어보고 셋째날은 HTML 마크업(Mark-up)을 해보고. 하는 방법은 깃허브(GitHub) 등에 찾아보면 다 나와요. 그러면 첫날부터 성공을 맛볼 수 있어요. 그 뒤에 책을 보면 훨씬 쉽게 이해가 되지요.” 

스티브와 워즈니악이 처음에 만든 컴퓨터도 아주 조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도 없다. 어설프더라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부족한 지식은 인터넷이든 책이든 선생님이든 찾아서 물어보게 된다. 어른들이 할 일은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조금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다가 필요한게 있다고 할 때 아주 약간만 도와주면 된다. 

 

기차를 좋아한 내 아들 이야기

나의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차를 좋아했다. 기차를 타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이 되면 각종 기차를 타러 다녔다. 전국의 거의 모든 기차를 타러 다녔더니 지금도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과목은 지리일 정도이다. 책도 기차와 관련된 것으로 찾아 읽어 주었다. 가끔 나와 인터넷 서핑을 하며 놀았는데 무작정 ‘기차’라고 치면 나오는 각종 이미지, 동영상 등을 보는 형태였다. 그러다 우연히 기차 전개도를 만들어 올리는 분의 사이트를 발견한다. 그때부터는 수없이 많은 전개도를 프린트하여 기차를 만드는 놀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 전개도 놀이는 다른 영역으로도 펼쳐나가 세계의 각종 건물의 전개도를 구하고 만드는 놀이로 확장되었다. 

만들어진 각종 기차와 건물을 집에 모두 쌓아둘 수 없어 사진을 찍어 블로그로 만들어주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자신의 스마트폰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는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교통 전문 블로거들과 교류하기 시작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기차 뿐 아니라 버스, 비행기 그리고 도시 설계까지 관심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다. 주로 특이한 교통 수단들을 조사하러 커뮤니티 멤버들과 사진을 찍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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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커뮤니티 멤버들은 비슷한 또래에서부터 대학생들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형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어포스원 비행기를 찍은 것이 큰 자부심으로 남았다. 하루하루 영향력이 커지는 자신의 블로그를 관리하는 데 시간 소모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해보며 배우는 과정이 무척 중요함을 알기에 웬만하면 허용해주고 있다. 

수학 선행은 안해도 아들의 꿈 하나는 확실하다. 완벽한 교통 시설을 갖춘 도시를 만드는 도시 공학자. 앞으로 또 어떻게 아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뻗어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그 과정이 나도 아들도 재미있고 행복하니 더 욕심부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는 커뮤니티 리더십 DNA 

사실 학벌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 험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커뮤니티에 어린 자녀를 노출시키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만난 커뮤니티 리더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훌륭한 커뮤니티 리더들 중에는 자녀 세대에까지 커뮤니티 리더십 DNA를 물려주고 있는 분들이 많다. 

스티브 잡스가 자란 1970년대의 실리콘밸리는 전기, 전자 분야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살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아버지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모두 자기 차고에 작업대를 만들고, 무언가를 조립하면서 주말을 보내는, 취미와 직업이 연결된 사람들이었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과 같이 호기심 많은 악동들은 이런 동네 아저씨들의 차고를 기웃거리며 온갖 전기, 전자에 관한 지식을 습득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가 애플이라는 걸출한 기술 기업이 탄생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아버지들이 교육에 제대로 나선다면 우리도 무수히 많은 스티브 잡스가 탄생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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