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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후 4시에 니가 온다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끼라" 탐험대원 '버들'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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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출판사 '이팝'<어린 왕자>를 다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그 동안 국내에서만 1000종이 넘는 번역본이 발간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 '이팝'<어린 왕자>에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과 다르다.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낭독하거나 유튜브에 많은 후기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에는 6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책을 살펴보며 새 번역본에 쏟아지는 큰 관심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린 왕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항 출신의 번역자가 <어린 왕자>경상도 방언으로 번역하였다. 책을 넘기자마자 “Made in Pohang, Korea: 포항에서 만들었지예라는 구절이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애린 왕자>를 낭독한 영상에는 갱상도 싸람덜 들으면 다 알아듣는다카이’, ‘포항분들 있으면 맞는지 확인 좀 해주이소와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구사하고 있는 방언이 네이티브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대한 논란은 방언을 소재로 한 응답하라시리즈(tvN) 등과 같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은 대중들이 방언 컨텐츠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애린 왕자> 역시 하나의 흥미로운 방언 컨텐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경상도 방언을 쓰는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을까?

<애린 왕자>는 전 세계 언어를 수집하는 독일의 출판사 틴텐패스(Tintenfass)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틴텐패스는 상당히 참신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출판사로, 경상 방언 이전에도 고전 작품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는 신선하고 재밌는 시도를 해왔다.

<애린 왕자>의 뒷면에는 <어린 왕자>의 여러 번역본 목록이 적혀있는데, 스페인식 영어(Spanglish), 고대 영어, 영화 스타워즈의 알파벳(aurebesh)을 비롯하여 모스부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와 문자로 번역을 한 124권의 다른 어린 왕자를 살펴볼 수 있다. ‘애린 왕자는 그 중 125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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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왕자>를 직접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분명히 우리말인데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기존에 발간된 <어린 왕자>와의 비교가 필요할 정도였다. 지금부터 함께 볼 문장이 그 예시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무슨 뜻인지 곰곰히 생각하며 읽어보면 좋겠다.

'애린 왕자는 주인공이 그려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아니, 아니. 보아뱀 안에 코끼리는 실타마. 보아뱀은 위험코 코끼리는 억수로 은슨시러버가.”

은슨시럽다? 도통 무슨 말인지 추측하기 어려워 표준국어 대사전을 검색해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 왕자>(열린책들, 2015)의 같은 부분을 찾아보았다. ‘어린 왕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아냐, 아냐! 난 보아뱀의 뱃속에 있는 코끼리는 싫어. 보아뱀은 아주 위험하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러워.” 

그제서야 난 알 수 있었다. ‘은슨시럽다는 게 거추장스럽다는 뜻이구나!’

경상 방언을 모르는 화자들에게는 <애린 왕자>를 읽는 것이 생소하지만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투리 번역본을 읽는 것은 기존의 문학작품을 새롭게 읽는 방법이자, 깊게 접하지 못했던 방언을 더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애린 왕자>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앞으로 팔도 사투리를 쓰는 다른 어린 왕자들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왕자들을 만나게 될까? 그들은 어떤 사투리로 우리에게 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애린 왕자>를 그리고 앞으로 만날 방방곡곡의 왕자들을 모든 으른들, 얼라들자테추천하고 싶다.

 

버들(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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