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합니다. 성실,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바흐
입력 : 2021.07.17
20대엔 호기롭게 하프 마라톤을 목표로 달리기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기록을 달성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달리기 목표는 성실하게 꾸준히 이어가는 겁니다. 풀코스 마라톤 참가나 좋은 기록을 목표로 뛰는 사람도 있겠지만, 매일 아침 뛰지 않아도 될 백만 가지의 이유에 유혹당하지 않고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요즘 제가 세운 최대의 목표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자발적으로 해내는 루틴이 있는 삶은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그 루틴을 이어가는 데 대단한 결과,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잠깐의 의욕으로 잠시 반짝하는 하루가 아닌, 매일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성실히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데 큰 역할을 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벼락치기하며 살았던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만든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입니다. 서양음악사에 여러 명의 위인들이 등장하지만, 바흐만큼 성실한 사람을 찾긴 쉽지 않습니다. 누가 뭐래도 예술가에겐 그 일을 하는 소명의식과 장인정신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라면 바흐를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commonE7NS6VHS.jpg

바흐는 매일의 작은 성공들을 그러모아 그만의 넓고 넓은 음악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음악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의 음악은 강렬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뭐라 형언하기 힘든 진한 감동이 퍼집니다. 바흐 이전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있었지만 바흐에 와서야 흩어져 있던 음악이 정리되고 체계화됩니다.
여전히 기악곡 보다는 성악곡이 더 우세에 있던 18세기 당시 바흐는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간파하여 여러 장르의 기악 독주곡과 기악 합주곡을 작곡합니다. 성악을 반주하는 보조 악기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독보적인 악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만들어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나 소규모 악기군을 이뤄서 협주곡을 만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그리고 이전의 순정율에서 새롭게 바뀐 평균율로 조율된 악기를 위한 건반악기 모음곡집 평균율을 작곡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기에 우리는 그를 ‘서양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작곡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길을 제시했던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음악사에 있어 가장 커다란 성으로 존경받고 있는 바흐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심지어 팝 밴드 비틀즈도 바흐가 자신들의 음악적 근원이라고 했으니까요. 
바흐는 그 누구보다도 더 창의적이고 모험적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 개척과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음악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강단있게 자신의 고집을 펼치며 쉬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았던 작곡가 바흐입니다. 
i-m5-20-50.jpg
바흐의 오르간. 왼쪽에 청년시절 초상화가 걸렸다. ©음악의 역사(음악사 대도감)

바흐는 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며 건반 음악의 대가로 1,080개가 넘는 곡을 작곡했습니다. 10살에 양친 부모를 잃고 큰형 손에 컸지만 잘 자랍니다. 바흐는 결혼도 하고 20명의 아이를 낳아 키웠던 다산의 작곡가입니다. 음악가로서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성실했고, 아버지로서는 엄격하면서도 다정했습니다. 남편으로서도 참 따뜻한 사람이었고,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서는 경건하며 정직했습니다. 

대부분 바흐의 작품은 종교와 관계된 곡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에는 종교가 없어도, 종교가 달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선함이 있습니다. 착한 것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난 바흐는 음악가가 아닌 한 사람이었습니다.
바흐 음악에는 신실함도 있고 숭고함도 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소소한 행복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가 남긴 무수히 많은 기악 음악과 세속 칸타타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의 편곡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죽을 때까지 들어도 다 듣기 어려울 만큼의 다양한 곡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에게 작곡가로서의 위대한 업적을 캐묻기보다는 한 평생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냈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의 삶에도 기쁨과 화남,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게 있었을 테니까요.

우리가 바흐를 알아야 하는 이유-성실, 일상을 소중하게 

 

commonMJNLPNOS.jpg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1685.03.21~1750.07.28)

저는 음악의 처음을 알게 해 준 바흐를 가장 사랑합니다. 음악의 기본 요소는 리듬, 멜로디, 화성 이 세 가지입니다. 바흐 음악 안에는 서양음악을 공부한다면 알아야 할 음악의 모든 것이 숨어있습니다. 소리에 숨을 실어주는 생생한 리듬을 만드는 법도, 미사여구가 없는 담백하고 우아한 멜로디를 만드는 법도, 거기에 화음을 더해 음악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까지.

게다가 바흐의 음악에는 그만의 대위법이 존재합니다. 대위법이란 하나의 주제에 대응하는 여러 개의 주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장해서 어느 시점부터는 동시에 각 성부의 주제들이 모두 등장하는 작곡기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각자의 주제 선율을 노래부르는 거죠.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서 제 노래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돌림노래 부를 때 그런 현상들이 발생하죠.
바흐의 음악은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한 서사지만 단단하고 촘촘한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독보적인 바흐의 음악은 켜켜이 쌓아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이 있습니다. 음악이 쭉쭉 흘러가면서도 동시에 빈틈없이 촘촘합니다.
상실이 성실을 만듭니다. 부족했고 갖지 못했던 것일수록 채우고 싶고 얻고 싶은 절실함을 낳아요. 부모로서 자식을 부양하고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그에게 천명이었습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음악적 유전자만 물려받은 채 나머지 환경은 스스로 개척해 일궜습니다.

commonWXA5O0S2.jpg

능력을 밑천 삼아 한 번도 게을렀던 적이 없던 바흐는 후대의 다른 작곡가들처럼 드라마틱한 사생활도 없기에 딱히 유명한 스캔들도 없습니다. 그의 음악은 타고난 재주로만 빛을 발한 음악이 아니라, 언제나 갈고 닦은 성실함으로 윤이 반질나게 빛나는 음악입니다. 그런 바흐의 성실을 존경합니다.
동시대 작곡가 헨델(1685~1759, 독일)처럼 온 유럽을 다니면서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고, 다른 작곡가들처럼 사랑에 자유로워 가볍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쉽게 타협하지도 못했으니 그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바흐는 새로운 시대의 양식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바꾸고 싶진 않았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에 무조건 맞춰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것도 안 되는 일이죠. 그래서 바흐의 음악에는 그 누구의 음악도 아닌 바흐다움이 진하게 묻어있습니다.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좀 더 성실해지고 싶을 때. 묵묵히 걸어가는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을 때. 마음이 헛헛할 때 바흐의 음악을 들어보세요. 바흐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하나의 경건한 의식입니다. 그가 음표에 얼마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 충분히 느껴지니까요. 바흐는 말합니다. 매일 매일 작은 성공을 모으며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성실하게 살아내라고.
 
나만의 속도로 묵묵하고 성실하게
저는 얼마 전부터 서울둘레길 트레일런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고 성실히 달릴 생각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뛰며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의 소리를 듣고, 나뭇잎의 초록을 눈에 담고 있으니 산 아래서 욕심을 내며 아등바등했던 제 자신이 작아보였습니다. 8월까지 모든 둘레길 코스를 지속적으로 둘러보는 것이 저의 여름 휴가 계획입니다. 저만의 속도로 성실하게 말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자신의 속도로 묵묵하게 잘 달리시길 바랍니다. 
 
바흐 유튜브 작곡가 설명
 
[클래식은 처음이라] 클래식 모음 '바흐 대표곡' 11곡 플레이리스트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