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내가 어린이 차별주의자라고?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7.06

 

KakaoTalk_20210526_152249923.png

 

여전히 생활의 제약이 많은 요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고 있다. 유행에 맞추어 주식도 시작했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도 하고 있으며, 배달 음식에 지쳐 직접 요리도 하고 있다. 이런 나를 소개할 때 주린이, 런린이, 요린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각각 주식, 러닝(running), 요리와 어린이가 합쳐 만들어진 말이다. ‘-린이를 사용하는 표현은 어떤 분야를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며, 최근 여러 단어와 결합하여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영유아에서 노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에서 어린이는 초반 단계에 속하기에, ‘-린이도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일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성장할 사람이자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린이표현이 어린이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표현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가 어린이를 차별하고 있다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어린이를 차별한 것일까?

최근에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운전해 본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도로에 나갔을 때 차로를 변경하기 쉽도록 속도를 줄여주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경적을 울리며 앞지르기를 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초보 운전자를 배려하는 사람과 무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태도 모두 자신보다 능력이 부족한 대상이기 때문에 배려 또는 무시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린이를 사용한 표현도 누군가는 앞으로 성장할 대상을 의미한다고, 다른 누군가는 어른보다 미숙한 대상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두 가지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 현재는 능력이 부족한 대상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어린이는 정말 모든 분야에 있어 어른보다 능력이 부족한가? 운전과 같은 기술이 아닌 인생에 있어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능력이 필요한 분야 뒤에 ‘-린이를 붙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럼 ‘-린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린이 차별주의자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사실 특정 표현의 사용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린 이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라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들 한번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경험이 한 살 많은 형제 자매에 의한 것이든, 열 살 차이 나는 상사에 의한 것이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말, 괴롭힘 등의 부당한 대우를 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높임 표현이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연령에 따른 차별은 매우 빈번하다. 높임의 대상이 아닌 사람은 낮은사람이 되니 말이다. 하물며 가장 어린 연령에 속하는 어린이는 얼마나 많은 차별을 겪고 있겠는가! 단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지위가 낮은 사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보가 사용될 자리에 ‘-린이를 사용한 것도 우리도 모르게 나이가 적은 어린이를 무시한 결과일 것이다. 어린이는 지위가 낮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린이표현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어린이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린이표현에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면 이제는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고민할 차례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달의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