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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클래식은 처음이라 클래식을 들으면 뭐가 좋아요?
입력 : 2021.07.05
얼마 전 《클래식은 처음이라》라는 책을 썼습니다. 클래식이 처음인 분들과 클래식의 묘미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글이었습니다. 클래식은 저 혼자만 느끼기엔 너무 좋은 음악이거든요.
클래식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부담스러워서 멀리 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이지요. ‘클잘알’과 ‘클알못’! 예전 같으면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인터넷 신조어는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어쩌면 클래식이 많이 대중화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들어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을 많이 만나곤 합니다.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뜻일거예요. 저는 이제 막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에게 제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마치 연애를 시작하는 기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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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1만 6800원 | 344쪽
오랫동안 클래식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서, 클래식과 관련된 글을 쓰는 작가로서, 클래식과 인문학을 접목한 강의를 하는 강연가로서, 클래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저에게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클래식을 듣고는 싶은데 대체 어떤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가장 궁금해 하셨지요. 그리고 클래식을 들으면 뭐가 좋은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받는 순간들이 쌓여갈수록 저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클래식의 진수를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클래식 음악가들의 인생을 반추해보면서 그들의 음악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서 그들이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여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아름다운 명곡을 창작해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음악가의 삶을 통해 그의 음악을 이해하다
저는 모든 사람들과 단박에 친해지고, 쉽게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한다고 믿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여간해선 끊지 않아요. 굉장히 공을 들이고 시간을 들입니다. 이런 저의 성향과 클래식은 참 비슷해요.
클래식을 알아가는 일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클래식이란 녀석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하지만, 시간을 들여 관계를 쌓아 가다 보면 나중에는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믿음직한 친구와도 같습니다. 처음 다가가는 것이 어려울 뿐, 그 매력을 알고 나면 빠져나오기 힘든 친구와도 같고요.
《서양미술사》를 쓴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art)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술가(artist)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말을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바꿀 수 있겠습니다. “음악(music)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가(musician)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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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클래식 또한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입니다. 즉 클래식은 ‘공부해야 할 음악’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사는 이야기’인 것이지요.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클래식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몇 백 년 전의 그들도 오늘날의 우리와 똑같이 밥벌이를 고민하며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곡을 만들어야 했고,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실력을 가진 라이벌 때문에 좌절했으며, 원하는 성공에 가닿을 수 없어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비탄에 잠기거나 이룰 수 없는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고, 숱한 연인과 염문을 뿌리면서도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삶에서 자주 실수했고, 종종 실망했습니다. 바로 우리들처럼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만든 음악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과 이런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던져줍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들으면 음악에 깊이 이입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이 이러했기에 이와 같은 음악이 만들어졌구나’, ‘이 순간에는 그도 정말 행복했고 기뻤구나’, ‘그 사람도 사는 게 힘들었구나,’, ‘그 사람도 나처럼 상처가 많았구나’, ‘그 사람은 이 어려운 순간을 이렇게 이겨냈구나. 나도 한번 힘을 내보자!’ 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음에서 진정한 공감이 시작되면 같은 음악이라도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클래식을 들으면 뭐가 좋아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클래식의 쓸모를 물어보십니다. 다들 좋다고는 하는데 그게 당장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지요. 잘생긴 아이돌 가수가 부르는 음악도 아니고, 내 일상과 비슷한 가사도 없고, 길이는 또 왜 이렇게 길며 제목을 찾는 것도 어렵다고 불편해 하십니다. 다 맞는 말이에요. 그래서 효과와 효율을 따지면서 바쁘게 흘러가는 이 사회에서 클래식을 듣는 것은 어찌 보면 퇴행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효과와 효율의 측면만 따진다면 클래식은 쓸모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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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클래식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화려함만 추구하고, 성과만을 따지며 앞만 보고 바삐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내 안의 혼란을 멈추기 위해서요.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오롯이 나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의 쓸모가 아닐까요?

우리의 일상이 비루하고 고단하게 여겨질 때, 모두가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할 때, 클래식은 쓸모 있음의 가치를 더욱 빛냅니다. 몇 백 년의 시간을 통과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은 힘은 클래식만의 비밀병기입니다. 그 힘으로 클래식은 지친 우리들에게 어떻게 해야 나를 온전히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안겨줘요.
클래식을 듣다 보면 어제와는 다른 지금의 내 모습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음악을 통해 감수성이 예민하게 발달하는 것이지요. 또한 음악의 선율이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 덕분에 자신을 힘들게 몰아가기보다는 나 자신과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내가 썩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지요. 클래식을 듣기 전과 듣고 난 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좋은 음악이 좋은 사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이 클래식의 신묘한 힘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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