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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보이저스'가 무슨 뜻이지?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6.29

 주말 오전, 늦은 아침을 먹으며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다양한 영화가 소개되던 와중 보이저스라는 영화가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 오른쪽 상단에 띄워진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보이저스가 대체 무슨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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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여행자들(voyagers)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어 단어를 보자 그제야 왜 제목을 보이저스라고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한 인류 이주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궁금증을 풀자 또 다른 의문들이 생겼다. ‘보이저스라는 표기를 보고 ’voyagers'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 제목을 보고 나처럼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이저스'라는 영화가 있는데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냐"고 말이다. 바로 그 뜻을 알겠다고 한 친구도 일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게 무슨 말이야?” 혹은 전혀 모르겠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어를 오랫동안 접해 익숙한 친구들조차도 거의 대부분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 보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뜻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보이저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화 작품 다수가 외국어를 가져다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니스트 씨프라는 제목의 영화도 그렇다. 정직한 도둑(honest thief)이라는 뜻이지만 처음 딱 접했을 땐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았다. 뜻을 모르니 제목도 잘 외워지지 않았고, 나중에 그 영화를 떠올렸을 때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헤매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이렇게 무슨 말인지 알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어려운데 왜 영화의 제목을 외국어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는 방법으로 붙이는 것일까? 전에는 외화 제목을 번역하여 우리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제목 중에는 오역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오역이 많아지다 보니 영화에서 전달하려는 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이 붙기도 했다.

또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가 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작품에 따라서는 원제가 바뀌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도 한다. 원제가 달라지면 왠지 어색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외화 제목을 원제 그대로 붙이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리 나는 그대로 한글로 옮겨 적는 것은 외화 제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오역도 문제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제목도 좋은 제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 즉 무슨 말인지도 이해가 쉽고 오역으로 인한 문제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으로 부제목을 한국어로 달아서 뜻을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동시에 한국식 제목도 달아준다면 영화만의 분위기를 지키면서도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확한 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고 상황별로 너무나 다른 맥락이 존재하는 만큼, 좋은 제목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규정을 정해놓고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각 작품의 성격에 맞게 유연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제목이 상업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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