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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을 수학으로 고쳤다고? 역학자 로널드 로스(Ronald Ross)를 기억하라!
입력 : 2021.06.24

 한번 휘리릭 넘겨보며 두 시간 만에 책장을 탁 닫는 책도 있지만(나는 속독파는 아니다), 아주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썼을까 오랜 시간에 걸쳐 요모조모 뜯어보게 되는 책이 있다. 나에겐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The Rules of Contagion)》가 그랬다.

 왜 그랬을까? 단지 내가 취약한 수학이라서? 확률이라서? 잠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지 마시기를.

 이 책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먼저 전염의 원리로 세상만사를 설명한다. 저자 애덤 쿠차르스키는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 교수로, 전염병이 퍼지고 멈추는 과정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역학자다. 전염병 외에도 복잡하게 연결된 모든 네트워크에는 전염의 원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가짜 뉴스와 바이럴 마케팅이 퍼지는 과정에서 슈퍼 전파자(인플루언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수학자의 시선은 참신하다.

 두 번째 포인트는 저자가 자신의 직업적 조상을 세상에 화려하게 소개했다는 점이다. 영국 내에서도 잊혔다가 이번 팬데믹으로 재조명된 인물인 로널드 로스! 그 삶의 여정 또한 구구절절 퍽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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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로스, 제2회 노벨의학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역학자. ⓒWikipedia


외로운 로스의 ‘모기 이론’이 세상을 구하다

 로널드 로스는 실은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18세기 대영제국 시기 로스의 아버지도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다.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난 로스는 본인의 희망과 다르게 런던으로 의대 유학을 떠났다. 물론 그때도 아무나 의대에 갔겠느냐만, 로스는 외과 시험에만 겨우 합격해서 아버지가 바라던 인도의 군의관이 될 수는 없었다.

 이런 나름의 시련이 그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모기떼를 끈질기게 관찰하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20대 중반부터 무려 30년에 거쳐 로스는 말라리아를 연구했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확산을 막아낸 과학자로 먼저 떠오르는 위인들이 있다. 전염이 발생하면 현장 조사를 나가는 ‘역학 조사’의 선구자로, 콜레라와 오염된 우물 간의 관계를 밝힌 존 스노다. 그리고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로 칭송받아왔지만, 전쟁 중에 군 병원의 열악한 위생이 감염의 진원지임을 통계적으로 밝혀내 환자 수를 대폭 낮추었다.

 로널드 로스는 수학에 기초해 전염병을 다룬 최초의 역학자다. 지난해부터 슬프게도 우리에게 각인된 개념들인 감염재생산수(R), 집단면역의 시초가 되는 판을 짠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라리아의 원인이 ‘모기’라는 점을 밝혀내어 제2회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얻었지만, 사실 세상에 더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은 전염병은 확률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매우 직관적이지 않은 진실이었다. 씁쓸하게도 그는 인류에 매우 긴급하고 유익한 자신의 아이디어가 적용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개탄했다.


 로스의 아이디어는 결국 인정받았지만 로스는 그것이 늦어지는 걸 한탄하며 이런 기록을 남겼다.
 모기 관리가 폭넓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세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데는 적어도 10년이 필요하다. 그게 아무리 중요하거나 간단해도 말이다.”
-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서문


“만약 이렇게 되면?”의 확률과 관리의 세계

 로스의 ‘역학적 방법’을 말하기에 앞서서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서술적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서술적 방법은 과거의 주가로 그래프를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주가 흐름을 예견해 보는 차트 분석과 비슷하다. 역사 속에서 유사한 사건들을 찾아내서, 금리 인상이라는 특정 사건에 따른 주가 충격을 분석해 미래를 예상한다. 분류에 가깝고 결과에 대응하는 식이다. 천연두가 유행하면 과거 천연두 감염자 수의 패턴에 현실을 대입해보지만, 왜 그런 형태로 나타나는지는 헤아리지 못한다.

 로스의 역학적 방법은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모기가 말라리아 전염을 퍼뜨린다고 할 때, 전체 모기 중에 말라리아를 퍼뜨릴 확률, 모기에 물린 사람이 병에 걸릴 확률, 그 사람을 문 모기가 다시 말라리아를 퍼뜨릴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말라리아를 비롯해 나쁜 공기가 병을 일으킨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로스에 따르면 모기 개체 수를 줄이면 말라리아는 더 퍼져나갈 수 없었다.


 말라리아를 관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기까지 없앨 필요는 없었다. 모기 밀도에는 임계치가 있고 모기 숫자가 그 아래로 떨어지면 말라리아는 저절로 사라질 터였다. 로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학질모기가 매우 많아서 새로 감염되는 숫자가 회복되는 숫자에 육박하지 않는다면 말라리아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_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1장 모기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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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게다가 결정적인 통찰은 회복되는 인구를 감안했다는 것이다. 확진자 수가 회복되는 숫자를 넘지 않는다면, 또는 백신으로 회복과 같은 효과를 내어 감염재생산수(R)를 1로 떨어뜨리면 전염병은 소멸한다.


 로스는 감염되는 과정,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과정, 회복하는 속도를 자세히 파악했다. 수학식을 이용해 질병의 전파를 나타내는 개념 모형을 간추렸고, 이를 분석해서 가능한 아웃브레이크 패턴에 대한 결론을 끌어냈다.
 _《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1장 모기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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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이런 역학적 접근 전에는, 단지 한 사람의 예방이나 치료 여부라든지, 전염병마다 다른 상승-하강 패턴을 파악했을 뿐이다. 대응의 영역이 없었다.

 물론 확률이 만능키는 아니다. 수학 모형이 복잡해보여도, 이것은 훨씬 더 복잡한 세상을 간단히 반영한 것에 부로가하다. 애덤 쿠차르스키는 역학 모형 역시 현실 데이터에 비추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조정해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미래를 맞추는 것보다 계속해서 틀린 것을 파악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럴 마케팅과 범죄 예방에 수학자를 들이십시오!

 콘텐츠를 퍼뜨리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컨텐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에 따르면, 콘텐츠 자체에 기가 세어야 한다. 슬픈 내용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게 만들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공유가 많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수학자인 쿠차르스키에 따르면,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누가 퍼뜨리느냐가 관건이다. 슈퍼 전파자인 인플루언서의 힘은 강력하다. 그런데 인플루언서는 타인의 게시물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퍼가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유저인 경우가 많다. 또한 온라인 세계에서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끼리끼리 정보가 돌아다니는 ‘메아리방’ 현상이 강하다. 마케터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의 좀 남다른 수학적 통찰을 배워보자.

 인상적인 것은 범죄 예방에도 역학자의 관점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범죄 조직의 이너서클을 차단하는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범죄 이력이 있지만 현재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의 설득(차단) 작업이 효과적이다. 수학과 확률에 바탕을 둔 역학은 세상만사를 연결과 확률로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그 연결 지점을 차단하든지 오히려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할 수 있다.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많아진다.


변이 바이러스와 남겨진 숙제

 보건 의학은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1796년 천연두의 최초 백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경악했을까? 병을 없애기 위해 똑같은 병균을 투입하고 게다가 소에서 추출한 병균이라니. 지금도 COVID-19 백신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과학자들과 당국은 이를 근거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두려움과 의심은 인류의 생존 기술이었다.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부상이 염려되는 이때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백신 접종을 50~60% 대로 끌어올린 뒤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고 제안한다. 네트워크의 대명사인 온라인상에서 바이러스 같은 가짜뉴스와 컴퓨터의 멀웨어 역시 변이 바이러스처럼 진화한다. 역학자 쿠차르스키의 신선한 주장에 귀 기울여보자. 

 

 어떤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면 우리는 직접적·간접적 효과 양쪽에서 이익을 얻는다. 온라인 전염도 이와 똑같다. 해로운 콘텐츠와 맞서 싸우면 어떤 사람이 그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직접적 효과와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지 못하도록 하는 간접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잘 계획한 관리 대책이 대단히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R에 조금만 손을 대도 아웃브레이크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_《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5장 인플루언서, 슈퍼 전파자,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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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The Rules of Contagion)》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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