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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머그컵이 겹말이라고?...일상의 언어에 숨어 있는 겹말 찾기 탐험대원 '소랑'의 첫 번째 언어탐험
입력 : 2021.06.22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_NCT 127-무한적아

최근에 이상하고 웃긴다며 인터넷에 종종 언급되곤 하는 노래 가사다. 이 가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미 자유로운으로 수식을 받은 우리자유롭다고 다시 한 번 언급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독특한 가사를 보고 웃음이 터지려는 찰나, 과연 내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의미의 말을 되풀이해 제시하는 동어반복, 혹은 같은 뜻의 말을 겹쳐 만든 말인 겹말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깊게 스며 있기 때문이다.

아래 보인 글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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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와 달리, 이 짧은 글 속에서는 어색한 부분을 쉽게 찾아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이 문장에는 여섯 개의 겹말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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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 위’, ‘떨어지는 낙엽’, ‘빨강색’, ‘머그컵’, ‘말로 형언’, ‘감정을 느끼며가 바로 그 여섯 개의 겹말이다

옥상屋上을 한자로 풀어 보면 ()의 위()’이므로, ‘옥상 위라는 표현은 불필요한 반복이 될 수 있다. ‘떨어지는 낙엽도 비슷하다. ‘낙엽落葉떨어질 낙자이기 때문이다. ‘빨강색의 경우는 어떨까. ‘빨강은 어떠한 빛깔이라는 의미를 그 자체로 내포하고 있기에 빨강색빨간색혹은 빨강으로 수정해야 한다. 또 영어 외래어인 머그에는 이미 컵 또는 잔의 의미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머그뒤에 을 붙인 머그컵은 겹말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감정感情에는 이미 느끼다가 있고 형언形言에는 이미 이 들어가 있으니 이들은 모두 겹말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겹말들이 대부분 외래어 혹은 한자어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든 예시들은 모두 상, , , 머그mug, , 과 같이 외래어나 한자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한자어나 외래어는 그 특성상 말 자체에서 뜻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로 인해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순우리말이나,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어/외래어를 다시 한 번 사용해 줄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듯하다.

우리가 겹말을 피하는 것은 언어라는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겹말이 말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해 주는 기능을 한다면 우리는 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완두(, 콩 두)+의 경우처럼 일상 속에 겹말이 이미 굳어진 경우 겹말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또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살펴보면, 외래 단어 자체에 ’, ‘’, ‘호수’, ‘등의 의미가 이미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를 겹쳐 적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겹말을 억지로 피한다면 의미 전달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어에서 겹말이 인정되는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낙숫물약숫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표현 모두 가 가진 의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한자어 뒤에 을 다시 한 번 결합시킨 형태를 가지지만, ‘낙숫물은 표준어이고 약숫물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되면 생활 속에서 동어반복 표현을 발견하더라도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표준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 합성어를 뜯어보면 종종 불필요한 겹말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러한 구조를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손수건’, ‘축구공의 경우가 그렇다. 두 단어를 뜯어보면 실제로 (손 수)’, ‘(공 구)’이 겹쳐 나타난다. 그러나 이를 섣불리 겹말로 판단할 수는 없다. ‘손수건수건의 일종으로 손에 들고 다니는 수건을 뜻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수건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축구공의 경우도 비슷하다. ‘축구蹴毬찰 축’, ‘공 구로 구성된 말이다. 따라서 축구공에는 공을 의미하는 말이 두 번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공을 차는 경기를 의미할 뿐, 그 경기에 사용되는 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당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을 의미하는 말인 축구공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축구공의 은 겹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겹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격할 필요가 없다면, 겹말을 허용하는 범위와 기준은 무엇인가? 그 이전에, 무엇이 겹말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비록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판단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와 같이 군더더기 말처럼 보이는 말이 오히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적절히 전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겹말이 가진 표면적 특성인 비효율성에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겹말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언어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겹말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소랑(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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