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똥개'가 ‘시고르자브종’이 되기까지 탐험대원 '다원'의 첫 번째 언어탐험
입력 : 2021.06.15


KakaoTalk_20210525_140154849.jpg 

 

 요즘은 일상 속에서 인터넷이나 방송 콘텐츠 등을 통해 ‘시고르자브종’이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이 단어는 무슨 뜻일까? 이 단어는 ‘시골’과 ‘잡종’의 합성어를 실제로 있을 법한 외국어의 고유명사처럼 변형하여 표기한 것으로, 특정한 견종에 속하지 않는 개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우리가 언젠가 시골 할머니 댁에서 만났을 법한 해맑고 귀여운 강아지들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고르자브종’은 201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에서 언어유희의 일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포털사이트에 ‘시고르자브종’만 검색해도 바로 ‘믹스견’ 정보 페이지와 연결될 만큼 ‘믹스견’의 대체어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언어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재미를 위해 쓰이기 시작한 표현이 어떻게 대체어로 쓰일 수 있을 만큼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을까? 언어는 언어 사용자의 의식을 반영하는 유기적인 체계이므로, 견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사회적인 경향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표현이 한국 사회의 어떠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하였을까? 또 어떤 점에서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

2.png

과거에는 애견인 사이에서 소위 순종견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순종견의 혈통이 소개되었고 순종에 속하지 않은 경우는 잡종견혹은 똥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잡종()-’여러 가지가 뒤섞인또는 자질구레한같은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서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비하적인 의미를 주는, 어감이 좋지 않은 말이다. , ‘똥개는 말 그대로 똥을 먹는 개라는 의미로 잡종견을 속되게 비하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잡종견이나 똥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기저에는 순종견이 더 우수하다고 여기는 사회적인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순종견에 대한 다른 견해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근친교배를 거듭하여 각종 장애와 유전병을 유발하는 순종견 교배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데다가 품종 분류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비합리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주류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에 순종견만을 고집하는 풍조가 해체되고 있으며, 상업적 목적의 순종 교배에 반대하고 견종차별을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믹스견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똥개 취급을 받던 시골 강아지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믹스견 특유의 매력에 푹 빠져서 믹스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언어 사용자들이 편견과 차별의 뉘앙스가 담긴 똥개잡종견보다는 순화되고 뭔가 친근하지만 낯선 새로운 이름인 시고르자브종을 만들어 전파시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시고르자브종이라는 이름은 변화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마땅한 품종 이름이 없이 잡종으로만 불리던 믹스견들이 이제는 애정이 담긴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의 변화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변화된 언어는 변화한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탐험에서 다뤄본 표현들 외에도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언어 표현에 편견과 차별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일상 언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탐험이 독자들에게도 그러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다원(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앤써니   ( 2021-06-16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짧지만 통찰력 있는글, 아주 좋네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