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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도 메타버스가 있다 슈만 다비드 동맹 무곡 Op.6
입력 : 2021.06.11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경제신문에 자주 등장합니다. 관련주가 급등하고 메타버스에 관한 책과 영상이 많은 매체를 채우고 있어요. 행여라도 메타버스가 어디 가는 버스냐고 물어봤다간 지나가는 애들이 웃을 정도로, 세상이 다 아는 단어가 돼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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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바타와 대화하는 모습 ⓒ조선DB

메타버스 관련 게임과 코인 등 가끔은 현실 세계 이야기보다 메타버스 이야기가 더 넘실댑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도 메타버스에서 진행된다니 정말이지 메타버스를 놓쳤다간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저처럼 아직 과학과 경제가 낯선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 메타버스의 사전적 의미를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메타버스란 가공 또는 추상을 뜻하는 접두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답니다.

현실도 버거운데 저 너머 메타버스까지 알아야 하나 싶다가도, 현실이 힘들수록 메타버스에서 힘을 얻고 쉬었다 오는 분들도 계시죠.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짬 내서 하는 게임이 딱 그렇잖아요. 어쩌면 상상을 재료로 하는 모든 예술이 메타버스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이야 많은 메타버스 핵심 장비들이 등장했지만 그 옛날에도 메타버스로 가는 방법이 없진 않았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친구들 불러 모아놓고 그들을 아바타 삼아 자기만의 세계를 펼치는 것으로도 메타버스에 입성할 수 있어요. 거기에 음악이 흐르면 정말 분위기는 완성 맞춤이죠. 바로 작곡가 슈만처럼 말이에요.

 

19세기 메타버스 대장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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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슈만은 상상력 만렙의 소유자였고, 은유의 미학을 사랑했던 작곡가입니다. 슈만 하면 바로 나중에 부인이 된 클라라와의 로맨스가 떠오릅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에게 메타버스를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준 많은 문학작품과 상상력이 없었던들 그의 음악 세계가 이토록 매력적이진 않았을 거예요.

슈만은 대단한 문장가이자 음표로 시를 쓰는 시인이었습니다. 슈만은 시적이고 담백한 언어를 사용하는 은유의 미학을 사랑했어요. 특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를 좋아해서 음악에도 그의 시를 많이 사용했죠. 슈만은 음악 신보라는 잡지의 발행인이자 비평가이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들이 음표라는 도구로 악보 위에 음악을 탄생시키듯, 그는 글자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종이 위에 음악적 서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곧 글이자, 글이 곧 음악이었습니다.

슈만의 부모님이 프로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슈만은 교양이 높은 서적상이었는데,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집안 분위기는 어린 슈만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점은 어린 슈만의 놀이터였습니다. 서점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으면 그때부터 그곳은 온통 슈만의 독차지였지요. 슈만이 13살 때 아버지는 그에게 책에 실을 글을 써보라고 했고, 출판될 책을 직접 편집까지 해보게 했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편집장 역할을 경험해본 것이지요. 부모님의 이와 같은 뒷받침 덕분에 슈만은 음악적 재능을 키워가는 동시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그는 특히 독일 문학에 빠졌는데, 그의 문학적 우상이었던 장 폴 리히터(Jean Paul Richter)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리히터 역시 환상과 광기를 넘나드는 특별한 인물이었는데요, 리히터의 눈빛도 평범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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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그는 쇼팽과 같은 해(1810)에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를 살았지만 우리가 편안하고 낭만적으로 느끼는 쇼팽의 음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말 그대로 수준이 아니라 차원이요. 쇼팽의 음악이 현실에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면 슈만의 음악은 당최 듣기만 해서는 그의 감정선을 잘 못 느낍니다. 난해하고 복잡해요. 그래서 낭만 작곡가들 중에 슈만은 호불호가 극심하게 나뉩니다. 뮤즈였던 클라라가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피아노라는 악기를 너무도 사랑했던 슈만은 피아노라는 장비로 여러 메타버스를 만들었어요. 그의 피아노 작품은 대부분 그가 만든 메타버스입니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어떤 이들인지, 그리고 그가 표현하려고 했던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1832년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슈만은 무리한 연습으로 인해 네 번째 손가락을 다치고 나선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작곡가와 비평가로 활동합니다. 슈만이라는 본명 대신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했는데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드러낼 땐 플로레스탄(Florestan), 조용하고 명상적인 성격을 드러내고자 할 땐 오이제비우스(Eusebius),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싶을 땐 라로(Raro, 클라라와 로베르트의 이름에서 각각 따온 이름)라는 필명을 썼습니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슈만은 멀티 페르소나를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슈만은 연인 클라라에게 키아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슈만이 임의로 만들어낸 인물인데, 이 인물들은 슈만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가상의 단체인 다비드 동맹의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다비드 동맹 무곡, Op.6은 이들이 등장하는 피아노곡입니다. 이 인물들은 마치 요즘 가상현실 게임 속 캐릭터와 비슷한데요. 음악 하나하나가 상상력을 타고 움직이는 성 같아요. 이 작품은 그의 나이 27살인 1837년에 작곡했는데 모두 18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입니다. 대부분의 곡이 크고 화려하게 끝나는 반면 이 작품의 마지막은 점점 느려지며 매우 조용하게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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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과 연인 클라라 ⓒ조선DB

처음 등장하는 선율은 클라라의 작품에서 빌려온 것이고, 나머지는 슈만의 표현입니다. 곡마다 느낌을 표현하는 나타냄말이 제목처럼 붙어있고요, 초판에는 곡의 마지막에 이 곡이 플로레스탄 적 음악(F)인지, 오이제비우스 적 음악(E)인지에 따라 FE 등의 이니셜을 기록했는데, 두 번째 버전에서는 삭제했습니다. 여러분도 이 음악을 한 번 들어보시고 나름의 성격을 한 번 맞춰보시길 바라요. 저는 18곡 중에서 14번째 곡인 'Zart und singend' 를 제일 좋아하는데요, ‘부드럽게 노래하듯이라는 뜻입니다. 

작품번호상으로는 6번이라 초기 작품 같지만 사실 카니발 Op.9(1835), 교향적 연습곡 Op.13(1834), 피아노 소나타 3 Op.14(1836) 이후에 작곡한 곡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문학적 멘토로 좋아했던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손자인 발터 폰 괴테에게 헌정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신간 《클래식은 처음이라》를 출간하느라 마음이 좀 바빴는데요, 오늘은 잠시 현실을 떠나 메타버스에서 쉬고 오렵니다.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을 들으면서요.

여러분도 슈만의 메타버스에 함께 가시겠어요?

 

 

Schumann: Davidsbündlertänze Op.6 XIV

발췌 14번-피아노 랑랑

 


Schumann: Davidsbündlertänze, Op. 6 - No. 14 Zart und singend

발췌 14번-피아노 빌헬름 켐프 

 

 

Schumann - Davidsbündlertänze, op. 6 (Audio+Sheet) [Kempff]

전곡- 빌헬름 켐프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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