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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악마 같은” 범죄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까? 탐험대원 '라비'의 첫 번째 언어탐험
입력 :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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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호학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미디어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 있는 은유의 예시로 코로나 전사를 들었다. “코로나 전사는 코로나 환자들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나 질병관리청장을 지칭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었다. 뉴스나 기사에서 종종 보아 눈에 익었지만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 존경의 호칭은 붙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직업상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을 과도하게 영웅화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전사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선을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강의가 끝난 후 뉴스 기사를 둘러보니, 많은 기사 제목이 대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표현되고 있는 은유 표현 중에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사례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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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범죄자를 악마혹은 괴물등의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범죄자를 특수한 존재로 타자화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에게 일종의 서사를 부여한다. 범죄자를 악마라고 부르는 순간, 사람들은 범죄 행위 자체보다는 범죄자가 왜 악마가 되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정작 관심을 받아야 할 범죄의 심각성은 가려지고 범죄자에게 불필요한 관심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범죄자를 숭배하는 사람이 등장하거나, 심지어 범죄자가 자신에게 붙은 호칭을 즐기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범죄 행위, 특히 성범죄를 몹쓸 짓이나 검은 손등으로 은유하는 사례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수사법은 심각한 범죄를 가벼운 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몹쓸 짓의 경우, 장난이나 실수의 느낌을 주어 범죄 행위를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게 한다. “몹쓸은 평소 그러면 못써와 같은 가벼운 나무람에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피해자에게 고정관념을 부여하는 은유도 있다. “씻을 수 없는 상처짓밟힌 피해자와 같은 표현은 피해자를 나약한 존재로 묘사하여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이런 은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연스레 피해자를 무기력하고 두려움에 떠는 존재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피해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범죄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갖거나 짓밟힌채로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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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은유는 피해자의 실명과 결합하면서 특정 사건을 피해자의 이름으로 기억하게 만들기도 한다. 피해자의 실명이 기사 제목에 자주 쓰이게 되면 사람들은 피해자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해당 사건을 피해자의 이름으로 언급하게 된다. 처벌받아야 할 가해자가 누구인지보다 누가 씻을 수 없는피해를 입었는가에 이목이 끌리면서 가해자는 잊히고 피해자만 범죄와 연결되어 불명예스럽게 기억된다. 이런 상황은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범죄 사건에 피해자의 이름이 아니라 가해자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앞에 든 예시 외에도 우리는 미디어가 부여하는 은유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그 은유가 제공하는 틀로 세상을 바라보기 쉽다. 우리가 동의하는 은유인지 아닌지, 우리가 원하는 틀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도 전에 말이다. 미디어가 전해주는 사건 사고를 접할 때, 그것이 어떠한 표현의 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민감하게 살피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라비(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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