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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오스카상이 있다면, 수상자는 팀 하포드! 현대 경제를 쉽고 재밌게 배우기
입력 : 2021.06.01

연필 하나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그 기본 원리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까지 설명할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팀 하포드다. 애덤 스미스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각자 이득을 얻기 위해 흑연을 캐고 쪼개고 나무속에 넣은 결과물이 연필이고 우리는 푼돈으로 연필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연필을 만드는 과정에 마냥 자유만 넘치는 건 아니다. 연필을 만드는 기업 내부에서, 설혹 제 아무리 첨단 IT기업이라고 해도 권위주의 문화가 흔히 발견된다. 한마디로, 따르기 싫은 불합리한 상사의 지시에 오늘도 “네” 하고 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도구로 유명한 콩테가 정부로부터 독점권을 얻지 않았다면, 그토록 힘들여 연필심을 개발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연필 이야기로 시작하는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에서 팀 하포드는 복잡다단한 현대 경제를 만든 51가지 물건을 재미난 이야기로 마법처럼 바꿔놓는다. 이야기는 작게 시작해서 커지고 복잡해지다가 유머와 함께 참신한 미래 전망으로 끝나곤 한다. 경제학에 오스카상이 있다면 수상자는 팀 하포드가 맞다.

그는 이미 《경제학 콘서트》로 실력 발휘를 한 바 있다. 다음은 그의 책에서 경제학의 오스카상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해보았다.

 

신용 카드: 자본주의 부문 수상자

현대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를 신뢰하고, 어떻게 신뢰하게 되는지 다루는 챕터 없이는 말할 수 없다. (...)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은 한때 좁은 지역사회의 정직한 구성원에게만 허용되던 신뢰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누구나 신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_18.신용카드,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많이들 읽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돈은 빚이다”라는 명제로 시작한다.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빚을 일으킬 수 있기에, 거기다 돈도 마구 찍어내는 만큼 현대 경제는 빅뱅 우주처럼 팽창한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신용카드 최초의 얼굴은 개목걸이 같은 외상표였다. 외상 손님을 모두 알아볼 수 없었기에 내어준 징표였는데, 이런 탈개인화는 대단한 진전이었다.

여러 가지 외상표는 누가 최초로 발명을 했는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이를 사업화한 비즈니스맨은 따로 있다. 늘 이런 식이다. 맥도널드 체인점화는 맥도널드가 하지 않았고, 레이 크록이라는 사업가가 맡았다. 처음에는 단지 외상 기록에 불과하던 다이너스클럽 신용 카드는 상환 기간이 점차 길어졌고, 마그네틱 카드를 만나면서 매장 직원이 은행에 일일이 전화를 거는 수고가 사라졌다.

인간은 자신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늘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어서, 신용 카드사가 너무 과한 결제한도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신용 한도에는 만족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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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벌통: 대반전 부문 수상자

사과나무를 심으면 이웃 양봉업자는 공짜로 이득을 얻는다는 '외부 효과'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팀 하포드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미드의 이 일화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꿀벌 양봉이야말로 대표적인 양식업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시기별로 만개하는 꽃을 찾아서 아예 벌통을 실은 트럭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양식 벌통이 발명되면서, 당장 우리가 먹을 꿀을 구하기는 쉬워졌다. 문제는 생태계 훼손으로 사라지는 야생벌을 보호할 수단을 찾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야생벌이 부족해서, 아몬드 꽃이 만개하려면 비용을 내고 양봉 꿀벌을 불러들여야 한다. 만일 안젤리나 졸리와 생태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야생벌과 야생꿀이 더욱 줄어든다면, 과일값은 솟구칠 것이다.

벌의 개체 수를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보존하게 만드는 경제적 동기를 칭송해야 할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또 다른 관점은 애초에 자연계를 통제하고 수익화하려는 현대 경제의 오랜 노력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단작 농업이 생태계를 바꾸기 전에는 수분을 위해 랭스트로스 벌집을 들여와 주위에 둘 필요가 없었다. 현지의 야생 곤충들이 공짜로 그 일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_ 35. 랭스트로스 벌통,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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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 캡처

 

스프레드시트: 상상불가 부문 수상자

게으름은 발명의 어머니가 되곤 한다. IT 업계 출신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 댄 브리클린은 회계학 강사가 칠판에 줄과 열을 지루하게 채우는 것을 보고 스프레드시트를 발명했다. 그는 셈에도 능한 발명가였는데, 그의 프로그램은 애플Ⅱ에 도입되어 성공을 이끌었다. 킬러 앱의 시초로 간주된다.

스프레드시트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술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문제에 닿아 있다. 사실 스프레드시트의 발명 이후, 회계사무원은 40만 명이 줄었지만, 전문 회계사는 60만 명이 늘었다. 일률적으로 상계할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의 발단은 지루한 단순 반복을 줄여주고 사람들이 한 단계 진보한 일을 맡게 해준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미래를 우울하게만 상상하지는 말자. 오히려 대형 사고는 다른 곳에서 벌어진다.

다만 그들은 스프레드시트의 사례가 들려주는 마지막 교훈을 배워야 한다. 때로 우리는 판에 박힌 일을 오류가 없는 컴퓨터에 맡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인간적 실수를 커다란 규모로 키우는 레버를 얻었을 뿐인 경우가 있다. 고위 경찰직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합격 통보가 갔던 사건을 생각해보라. 옆 열을 정렬하지 않고 엉뚱한 열을 정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_47. 스프레드시트,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곱씹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팀 하포드는 짧은 에피소드란 포맷 속에, 복잡다단해진 경제 시스템을 읽고 싶도록 담아낸다. 현대는 AI 등 기술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의 공장 하나(폭스콘)에 45만 명이 일하면서 세계 각지 부품을 오직 조립만 하고 있으며, 환경과 생태 문제를 누구나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경제학 책도 많고, 재미난 경제학 책도 많겠지만, '현대 경제'를 이만큼 풀어낼 만한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또 한 명의 타고난 이야기꾼 빌 브라이슨이 그래서 "팀 하포드가 또 해냈다!"로 인정한다. 구체적인 물건으로 접근해서 자칫 추상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 경제 개념을 풀어내는 접근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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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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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피자   ( 2021-06-02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오스카상에 빗대서 읽으니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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