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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외국인들에게 '데’로 들린다고? 탐험대원 '사슴'의 첫 번째 언어탐험
입력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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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부터 유학생 도우미 단체인 쿠이사(KUISA)에서 활동하고 있다. 쿠이사에서는 유학생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하는 기존 재학생을 이라고 하고, 도움을 받는 멘티 쪽의 유학생을 버디라고 한다.

내게는 러시아, 페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버디가 한 명씩 있다. 벗이 하는 일은 버디들이 학교를 다니며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답변해 주거나,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것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일이다. 버디들은 셋 다 21학번 새내기로, 나보다 2년 후배다.

물론 외국인들에게 나이나 학년은 인간관계에 있어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며, 우리 모두 스물한두 살의 또래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멋있는 선배이자 의지 되는 언니로 보이고 싶어 하는 중이다.

버디들은 나에게 시험 준비나 과제 작성에 관해 종종 조언을 구하고는 한다. 얼마 전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버디가 보고서를 쓰다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려고 카톡을 해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으니 라고 하겠다. 다음은 우와의 카톡 내용이다. 

         : 하나만 물어봐도 돼?

: 응응 편하게 물어봐

: 혹시 가 외국인들에게 왜 로 들리는지 알아?

 

오잉? 외국인들에게 라고 들린다고? 호기심이 생겼다.

KakaoTalk_20210525_214724357.jpg

: 예문 하나만 알려줄 수 있어?

: 어떤 외국인 학생이 한국어 쓰기 문제를 풀다가, “, 여권이 필요해요라고 답변하는 실수를 했어. 사실, 나한테도 처음에는 그렇게 들렸어. “인데 로 들린 거지. 많은 외국인들에게 그렇게 들려.

: ......

: 그래서 이걸 보고서 주제로 쓰고 싶은데, 책을 찾아봐도 왜 그런지 안 나와서 그냥 이 주제를 뺄까 해.

나 또한 그런 일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 예를 들어 한국어의 //이 위치에 따라서 [k][g]의 음가를, //[p][b]의 음가를 가진다는 건 자주 들어 본 내용이지만, ‘으로 들린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하지만 난 멋진 언니로 보이고 싶었다. 뭐라도 얘기해줘야 하는데!

: 언니도 몰라?

: , 사실 나도 들어본 적이 없어. 그래서 생각해보는 중인데.

 

다음은 내가 뇌피셜에 기반해 세운 가설이다.

같은 경우는 한 글자인 데다가, 한국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고 간단한, 거의 감탄사 같은 말이라, 신경 써서 발음을 안 해도 다 알아듣는 것 같다.

은 원래 비음이라 코로 공기가 흘러나가야 하는데, ‘앞에 다른 음성이 없고 문장에서 가장 처음으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대충 대충 발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 공기를 충분히 흘려보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대충 발음한 후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느라, 비음인 이 아니라, 같은 조음 위치에 있는 으로 들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자신 없이 덧붙였다.

: 하지만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제대로 된 근거는 아닌 것 같아... ㅠㅠ

친절한 우는 내 급조한 가설을 그럴 듯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 오오, 그렇네! 이게 맞을 것 같아.

아냐, 아닐 것 같아...

나는 이것이 그저 내 생각일 뿐이고 정확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결국 우는 교수님께 한 번 이메일로 질문은 해 보겠지만, 이것을 보고서의 주제로 잡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경험이라 해야 할지, 어릴 적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만화책에서 냉면은 겨울에 먹는 게 제맛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서, 사회 시험에서 제철 음식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냉면을 여름에 연결할지 겨울에 연결할지 정말 무지하게 고민했었다. 그런데 결국 그 만화 내용에 꽂혀서 겨울에 연결했다가 틀렸다.

우가 이야기한, 답안에서 실수를 했다는 그 학생도 예전에 들은 어떤 순간의 한 발화에 꽂혀 그런 답을 한 것이 아닐까? 언제 한 번 감기에 걸린 화자의 코맹맹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든지, 아니면 화상 수업이나 회의에서 기계음 섞인 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헷갈렸다든지.

그런데 알고 보니 놀랍게도, 음성학적으로 근거가 있었다. 한국어 비음이 과소비음의 특징을 갖기 때문이라는데, 쉽게 말하자면 한국어의 비음은 다른 언어의 비음에 비해 단어의 시작에서 비음성이 약한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과 영어의 ‘noon’을 소리 내어 말하고 비교해 보면, 한국어보다 영어의 경우가 더 강한 콧소리로 시작하는 것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에게 이 말을 전해 주니 무척 신기해했다. 나 또한 새롭게 배움을 얻어 기쁘다.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무려 7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수많은 각각의 언어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놀랍지만, 자기밖에 모를 것 같은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말을 이해하려 애쓴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 이게 바로 언어 공부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사슴(필명)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1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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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 2021-08-02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그냥 잘 모르겠다~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정말 본받고싶은 태도네요! 😁
  ㅇㅛ니   ( 2021-06-01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오 너무 신기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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