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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내가 누구야” 영화 <더 파더>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대 음성 ’
입력 : 2021.05.12

매년 찾아오는 어버이날이지만, 가끔은 이 좋은 날에 슬픈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나의 어버이와 몇 번의 어버이날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올해는 유난히 두 분이 늙으신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어버이날에 보면 안 될 영화를 보고 말았습니다. 2021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은 <더 파더>(The father)를 봤어요. 워낙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버지라는 제목에 끌려 슬픈 내용일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의 마음은 예상대로 슬프고 먹먹했습니다. 늙는다는 것, 내 기억이 없어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참 괴로운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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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주연의 영화 <더 파더> ⓒ판씨네마

 

정확하게 내가 누구야

영화는 주인공인 안소니의 시점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치매에 걸린 안소니 입장에서 보이는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실제 상황과 다릅니다. 영국의 부유한 가정집에서 아리아를 듣는 안소니 홉킨스의 등장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80대 노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치매 노인이고 간병인을 거부하면서도 혼자서는 깜박깜박하는 일이 많습니다

큰딸 앤 (올리비아 콜맨)이 집에 들르자, 그는 딸에게 간병인을 욕하면서 물건을 훔친 것 같다고 나쁜 여자라고 합니다. 앤은 아버지의 착각이라면서 차분히 설명하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고, 앤이 일 때문에 파리로 가야 한다고 하자 프랑스 사람들을 흉보며 그곳에 가지 말라고 합니다. 딸이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 딸과 같이 사는 남자가 남편인지 아닌지, 제임스인지 폴인지, 지금 자신이 있는 집이 자기 집인지 딸의 집인지. 시계를 손목에 찼는지 아니면 도난당했는지, 이미 교통사고로 죽은 둘째 딸 루시를 찾으면서 이런저런 혼란한 상황과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그래요. 이 모든 상황은 안소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관객 입장에선 등장인물이 매번 바뀌고, 안소니 홉킨스의 변덕이 복잡하기만 합니다. 안소니는 가끔씩 유머 있는 말도 하고 대화의 맥락을 잡고 정리도 잘하지만, 사실은 모든 게 혼동이고 착각입니다. 이미 몇 주 전에 큰딸 앤은 파리로 떠났고 지금 안소니는 병원에 있습니다. 별 일 없냐고 묻는 남자 간호사의 말에 별 일 없다고 답하지만 그는 현재 별일이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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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

영화 마지막 7분 동안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를 보며 저는 입을 틀어막고 울먹이고 말았습니다. 안소니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어린아이처럼 울어요. 나는 뭐지? 정확하게 내가 누구야?라고 물으며 안소니는 결국 요양병원의 간호사 품에서 펑펑 웁니다. 자신의 낙엽이 다 떨어진 것 같다고 우는 그의 마음.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간호사는 그를 위로하지만 모든 것은 그대로인 채 막을 내립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영국 작곡가 헨리 퍼셀의 오페라 <킹 아서>의 아리아 <너는 무슨 힘으로? What power art thou?>가 흐릅니다. 딸이 아버지에게 급히 걸어가는 장면에 배경으로 깔리는 이 아리아는 아버지의 헤드셋에서 흐르는 아리아예요. 아버지는 오페라를 즐겨 듣습니다. 오페라를 즐겨 듣는 남자. 어쩌면 안소니도 젊을 적엔 인기 드라마 <빈센조> 속 변호사 같은 멋지고 잘생긴 남성이었을 겁니다. 그랬던 그가 이젠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가 돼서 무섭다며 울고 있어요. 

안소니는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젖히면서 밖을 내다봅니다. 햇살 좋은 날 밖에서 뛰어노는 젊은 남자를 보면서는 미소를 짓습니다. 늙은 그는 안에 갇혀있지만 젊은 남자는 밖에 있어요. 그의 젊음은, 그의 기억은, 그의 시간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영화는 내용이 무거워서인지 음악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안소니가 즐겨 듣던 오페라 선율들은 장면과 함께 기억에 선명하게 남습니다.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은 안소니가 헤드셋으로 듣는 장면, 중간 부분 딸이 요양 병원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딸이 아버지를 두고 나오는 장면에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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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곡가 조르쥬 비제

이 음악은 37살의 나이에 요절한 프랑스 작곡가 조르쥬 비제의 작품입니다.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과 모음곡 <아를의 여인>으로 유명한데, 이미 25살에 이토록 슬픈 선율을 세상에 탄생시켰습니다. 비제의 아리아 중 비교적 초기 작품인 이 <진주조개잡이>는 한 여인을 두고 두 남자가 사랑을 하는 전형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두 남자가 사랑하는 이 여인은 이미 사제가 됐고, 나중에는 사제직을 버리고 다시 사랑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레일라를 두고 연적이 된 두 남자 나디르와 주르가는 친한 친구였지만 사랑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갑니다. 결국 우정도 사랑도 모두 이뤄지지 못하고 오페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오페라 <진주조개잡이>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인데, 전체 연주 시간은 100분 내외로 오페라 치고는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워낙 고난도의 아리아가 많아서 전막이 공연되는 횟수는 상당히 드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1막에서 주인공인 나디르가 부르는 <귀에 익은 음성>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예전 연인이었던 레일라가 여사제가 되어 어부들을 위해 기도하러 왔을 때, 진주조개잡이 어부 나디르가 그녀의 음성을 듣고서는 귀에 익은 음성이라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나디르는 목소리만 듣고도 여사제가 사랑했던 여인 레일라임을 알아차린 것이죠. 그녀의 목소리를 어찌 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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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조선DB

느리고 고즈넉한 느낌으로 반주가 시작되면 테너의 가녀리고 처량한 목소리가 얹어집니다. 보통 테너는 오페라에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아 극적이고 화려한 선율의 노래를 부르는데 반해, 이 아리아는 여자가 부르는 것처럼 감미롭고 절절합니다. 오히려 여자의 음성보다 훨씬 슬프게 들려요. 부드러운 미성의 남자 테너 목소리는 참으로 특별합니다. 

3분 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오페라 아리아 같기도 하고 샹송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테너 알랭 방조의 음성과 전설적인 샹송 가수 티노 로시의 음성을 즐겨 듣습니다. 더불어 2015년 한국에서 초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멕시코 출신 테너 헤수스 레온의 열창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젠 알겠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요. 

여러분 지금 더 사랑하세요...



영화 <더 파더>

 


영화 <피아노 2>

프랑스의 테너 알랭 방조 (19282002)

 


2015 국립오페라단(KNO) _<진주조개잡이> '귀에 익은 그대 음성'

멕시코 출신의 테너- 헤수스 레온

_Les Pêcheurs de Perles 'Je crois entendre encore’

 


Les pêcheurs de perles · Tino Rossi

프랑스 샹송 가수- 티노 로시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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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파랑   ( 2021-05-17 )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0
이 글 보고 영화 더파더봤어요! 예상은 했지만 아주 통곡을 했네요 ㅠㅠㅠㅠ 안소니 홉킨스의 주름 하나하나가 연기를 위해 패인 것 같은 느낌마저... 글을 보지 않고 영화만 봤다면 음악이 이렇게까지 남지 않았을 텐데 영화의 여운과 음악이 어우러져 계속 머릿속에 맴도네요. 앞으로 영화 얘기도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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