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맞다? 맞는다?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5.11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 맞다1’에서 일부 가져온 것이다. 예문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맞다의 올바른 활용형을 적어 보자.

1)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아니하다. ) 네 답이 (       ).

2) 어떤 대상의 맛, 온도, 습도 따위가 적당하다. ) 음식 맛이 내 입에 (        ).

3) 크기, 규격 따위가 다른 것의 크기, 규격 따위와 어울리다. ) 반지가 내 손가락에 꼭 (         ).

20210511064425_towqlqoz.jpg

정답은 맞는다이다. ‘맞다는 동사이므로 네 답이 맞는다’, ‘음식 맛이 내 입에 맞는다’, ‘반지가 내 손가락에 꼭 맞는다라고 해야 맞는다. 형용사는 기본형 그대로 현재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지만 동사는 현재형이 될 때 ‘-()ㄴ다형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는다가 아니라 맞다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우선 맞다1’이 동사처럼 행동하는지를 살펴보자.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방법 중에는 명령형(-), 청유형(-), 진행형(-고 있다) 활용을 해보는 것이 있다. 동사는 이들 어미를 사용해서 활용할 수 있지만, 형용사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맞아라, 맞자, 맞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을 들으면 위와 같은 맞다1’의 의미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가해져 몸에 해를 입다로 대표되는 맞다3’의 의미가 떠오른다. 이렇게 보면 맞다1’은 형용사처럼 보인다.

그런데 맞다의 위치를 바꿔서 주어였던 명사를 수식하게 만들어보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맞는 답’, ‘입에 맞는 음식’, ‘손가락에 꼭 맞는 반지는 자연스럽다. ‘맞다1’이 형용사였다면 옳은 답처럼 맞은 답등은 현재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데 답이 맞은 경우처럼 과거의 의미가 되거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답이 맞은지가 아니라 답이 맞는지라고 표현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동사임이 더 명확하다.

KakaoTalk_20210504_183852841_02.png

이처럼 우리의 인식 속에서 맞다1’은 형용사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동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분명 동사인데 동사가 아니게끔 느껴지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자.

우리말에서 맞다는 동사의 의미 외에도 접미사로도 쓰인다. ‘-맞다는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또는 어근 뒤에 붙어 그것을 지니고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그래서 궁상맞다, 능글맞다, 방정맞다 등은 형용사가 된다.

또한 형용사 중에서 맞다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알맞다걸맞다가 그 예이다. 이들은 형용사이므로 빈칸에 알맞은 말’, ‘걸맞은 옷차림등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동사 맞다의 영향으로 알맞는’, ‘걸맞는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맞다1’의 의미에 있다. ‘맞다1’뛰다’, ‘먹다처럼 구체적인 행위나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는다. ‘맞다1’의 주어가 되는 답, 온도, 크기 등은 우리가 명령을 하거나 부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결국 맞다의 품사 판단에 혼란을 주는 단어들의 영향 외에도 맞다그 자체로도 동사라고 보기에는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사전과 규범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점이 있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의 논쟁을 넘어서 왜 그런 논쟁이 생기게 되었는지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언어 사용자의 관점에서 말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