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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의 죽여주는 아리아 레하르 오페레타 ‘쥬디타’ 중 ‘너무나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
입력 : 2021.05.03

드디어 5월입니다. 5월을 이렇게 기다릴 줄 미처 몰랐어요. 너무 정신없이 바뻤던 4월이 모두 지나간 주말 온전히 침대와 등짝이 하나 되어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그리고는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의 작품을 봤습니다. <미나리>는 이미 여러 번 봤고, 그녀의 필모 중에서 차마 들여다보지 못했던 작품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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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죽여주는 여자, 그 이중적 의미

은근한 섹시미를 전하는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그녀의 어정쩡한 표정이 포스터에 가득 찬 영화 <죽여주는 여자>였습니다. 나이가 꽤 든 여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의 제목이 죽여주는 여자...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엄청 좋다, 잘한다는 뜻의 그 죽여준다는 의미인가? 느닷없는 호기심과 박카스 할머니로 등장하는 윤여정 배우의 연기가 기대됐어요. 들춰 보고 싶지 않은, 아니 아직은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없는 저에게 노인의 성과 사회문제 그리고 존엄사에 관한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도전이었습니다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틀었습니다. 이미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죽여준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요. ‘박카스 할머니라는 일에 어울리는 죽여준다는 의미와 진짜 사람을 죽여준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평생 동안 자기 몸을 움직여 돈을 벌고 생계를 꾸려야 한다고 말하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 분)의 대사가 왠지 씁쓸해 보이기도 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그 식상한 그 문장이 무섭게도 느껴졌습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이렇게라도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참 슬프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영은 젊을 때 흑인 남편에게 버림받고,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돌도 안 돼 입양을 보낸 후 혼자서 성을 팔아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성을 팔던 그녀는 어느 날 박카스 할머니로 만남을 가졌던 노인들을 실제로 죽여주는 여자가 됩니다. 그들은 차마 혼자서는 죽지 못하는 자신들을 제발 죽여달라고 소영에게 부탁하죠. 남겨지는 소영에겐 너무도 가혹한 일이고 죄를 짓게 만드는 일인데도, 얼마나 힘들면 제발 죽여달라고 할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여러 상황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서 소영은 한편으로는 진짜 천사, 성인의 이미지예요. 못 들은 척 못 본 척 무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불쌍하고 절박한 그들의 소원을 들어줘요. 어쩌면 소영은 그들을 천국으로 안내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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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여주는 여자> 중

 

소영은 세 명의 노인을 죽여주고 마지막엔 눈이 오는 겨울에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소영이 경찰에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 담배를 피우며 읊조리는 대사.

혹시 봄 돼서 감방 가면 안 될까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도망 안 갈게요... 거기 가면 세 끼 밥은 주잖아요.요즘은 반찬이 뭐가 나오나.... 올 겨울은 안 추웠으면 좋겠다. 

너무 현실적이면서도 처량한 이 대사를 들으니 평생 추위를 타며 힘들었을 소영의 마지막 바람이 가슴을 에이는 듯합니다.

 

죽여주는 여자가 부르는 죽여주는 아리아 

박카스 할머니 소영은 팜므파탈이기도 합니다. 팜므파탈인 여자를 죽여주는 여자라고 표현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아리아가 한 곡 있어요. 대부분 오페라에는 크게 두 종류의 여주인공이 등장합니다. 팜므파탈이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이거나. 오페레타 <쥬디타>에 등장하는 주인공 쥬디타는 전자에 해당됩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팜므파탈은 비제의 오페라에 나오는 <카르멘>이 있죠.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작품 오페레타 <쥬디타>를 소개합니다. 프란츠 레하르 (1870~1948,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하기엔 헝가리 사람이고, 헝가리 사람이라고 하기엔 오스트리아 빈의 음악적 성향을 많이 띈 작곡가입니다. 레하르는 요한 슈트라우스 1,2세를 이어받아 빈 왈츠의 계보를 이은 작곡가예요. 그는 오페라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현실적인 내용의 오페레타를 많이 작곡했는데, 이 오페레타는 지금의 뮤지컬과 비슷합니다. 오페라보다 내용이 훨씬 가볍고, 연기가 많이 포함되며 극적이고 대중적인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레하르도 처음엔 오페라를 작곡했다가 오페레타로 작곡 방향을 변경한 뒤 크게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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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1905년에 작곡한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이 대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합니다. 레하르는 대중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멜로디는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아돌프 히틀러도 그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전해지니 말입니다.주로 혼자된 여인, 집시 등의 팜므파탈이 많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 중 1933년에 작곡된 마지막 오페레타 <쥬디타>를 소개합니다.

늙은 목수 남편이 있지만 언제나 사랑을 꿈꾸는 유부녀 쥬디타는 도시에 주둔하는 외인부대 장교 옥타비오와 사랑에 빠집니다. 1930년대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북아프리카와 대도시의 고급 호텔 등을 무대로 펼쳐지는데, ‘너무나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은 전체 5막의 오페레타에서 4막에 흐릅니다. 남편을 버리고 옥타비오를 따라 모로코로 왔는데, 거기서도 사랑을 꿈꿨던 그녀는 옥타비오가 원정을 나간 사이 모로코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요염한 춤과 노래로 인기 가수로 데뷔하는 쥬디타는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정말 희대의 팜므파탈인거죠. 

쥬디타는 평생 한 남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매 순간 사랑을 꿈꿨지만 한편으로 외롭고 슬픈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화려한 선율과 요염하고 거침없는 동작이 오히려 그만큼 더 외롭다는 것을 표현하는 듯해요. 사람들은 자신을 보면 사랑에 빠지고, 그녀 역시 사랑에 빠져 키스를 하게 되고, 그러면 그녀의 입술은 너무나 뜨겁게 입을 맞춘다는 내용의 가사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유혹적입니다.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 성악가들이 무대에 꽃을 들고 올라와 관객들에게 한 송이씩 나눠주는 퍼포먼스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콘서트 프로그램에 이 곡이 있다면 객석에서 한 송이 꽃을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죽여주는 여자가 부르는 죽여주는 아리아 오페레타 <쥬디타>에 흐르는 너무나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을 들어볼까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소프라노 황수미

GIUDITTA| Giorgio Madia Choreography | Nr. 16a Meine Lippen sie küssen so heiß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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