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라떼팝송]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까 비지스 下
입력 : 2021.04.15
비지스의 다른 노래들도 좋은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You Should Be Dancing’은 1976년에 발표한 곡인데 이듬해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아주 신나는 디스코 곡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 이전 시대의 로빈의 미성이 돋보이는 노래로 1967년에 발표한 ‘Holiday’와 1968년 ‘Massachusetts’와 함께 발표한 ‘I Started a Joke’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I Started a Joke’는 비지스의 노래 중에 내가 매우 좋아하는 또 하나의 노래이다. 그 역설적인 가사가 무슨 뜻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노래 역시 관계대명사 등 영어 공부할 재료들을 무한히 공급해 주며 나의 영어 과외선생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로빈의 가녀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한다. ‘I started a joke, which started the whole world crying.’ ‘내가 농담을 시작하자 온 세상이 울기 시작했다’의 의미이다. 그리고 말한다. ‘But I didn’t see that the joke was on me.‘
’Joke was on me’는 남을 놀리려던 것이 오히려 나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세상은 희한하게도 이 화자가 웃으면 울고, 울면 전부 웃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가 죽자 세상이 살기 시작한다. 잔인하기까지 한 이 가사는 무슨 뜻일까?
로빈의 말로는 이 노래는 “영적인(Spiritual) 노래이므로 각자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 각자 듣고 새겨볼 일이다. 다만 노래 중간에 ‘I fell out of my bed hurting my head from things that I’d said(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자신이 그동안 뱉은 말들에 부딪혀 머리를 다쳤다)’는 말이 나오는 걸로 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 주며 서로 소원해지고 그렇게 주변 사람이 떠나감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짐작한다. 때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그 상처는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고 나는 고립된다.
 
솔로의 길을 걷게 된 깁스 형제들

commonBKYCTXLI.jpg

비지스는 1970년에 발매한 싱글 ‘Don’t Forget to Remember‘라는 노래를 끝으로 각자 솔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를 기억해달라는 의미의 가사 ‘Don’t forget to remember me’가 해체한 뒤에도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하는 것 같다.
중학교 때인가 ‘기억하다’라는 의미의 ‘Remember’ 뒤에 동명사를 써야 하는지 아니면 To 부정사를 써야 하는지의 문제가 나왔는데 그걸 틀린 적이 있다. Remember, Forget 등의 뒤에는 동명사나 To 부정사 둘 다 올 수 있는데 둘이 의미가 조금 다르다. 훗날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라는 노래를 배우면서 절대 헷갈리지 않게 되었다.
To 부정사에는 미래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Remember, Forget 등의 뒤에 To 부정사를 쓰면 미래에 기억하라, 잊어버리라 등의 의미가 되고 동명사를 써서 가령 ‘I remember crying’ 하면 과거에 울었던 것을 현재에 기억한다는 뜻이다. ‘Don’t forget to remember’라고 하면 미래에 기억하는 것을 잊지 말라, 즉 나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
 
형제간의 불화로 해체의 수순을 밟던 이들은 극적으로 화해해 1971년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를 발표하는데 이것이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까)’이다. 마치 형제간의 불화와 화해의 이야기인 듯하다. 이 노래 역시도 나의 좋은 영어 과외 선생님이었다. ‘Stop ~ from …ing(~을…하지 못하도록 멈춘다)’라는 숙어를 내 머리 깊숙이 박아 주었다.
노래 중에 ‘How can you stop the rain from falling down’이란 구절이 있다. ‘Stop the rain from falling down’은 비가 Falling down 즉 내리는 것을 못하도록 멈춘다는 뜻이다. ‘How can you stop the sun from shining’은 태양이 빛나는 것을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이 숙어를 입에 붙이려고 소리 내어 “How can you stop the rain from falling down?” “How can you stop the sun from shining?”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소리 내어 반복 연습하던 기억이 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며 중얼중얼, 밤에 자려고 누워서도 중얼중얼했다. 어떤 때는 숙어에 다른 단어들을 삽입해 나 나름대로 말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처음엔 서투르게 천천히 하다 나중에는 아주 빨리 단번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How Deep Is Your Love’ 표절 의혹으로 소송까지 간 비지스

Re35a82b92bdc49935252bb81122ab765.jpg

활동을 재개한 형제들은 디스코 열풍을 타고 끝간 데까지 인기가 치솟았다. 다른 가수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기도 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그중 하나였다. 베리가 직접 프로듀싱해 준 “Guilty”라는 앨범은 대성공이었다. 이 앨범에서 싱글로 발매된 ‘Woman In Love’는 배리와 로빈이 함께 작곡한 곡으로 내 기억에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9주 정도 1위를 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들어보니 첫 대목이 귀에 확 박힌다. ‘Life is a moment in space.’ 삶이란 우주 안의 한 순간일 뿐인 것이다. 역시 싱글로 발매된 ‘Guilty’는 배리와 바브라가 듀엣으로 부르는데 이건 유튜브에 유명한 공연 실황이 올라와 있다. 바브라의 콘서트에 배리가 특별 출연한 것이다.
비지스 형제들은 모든 노래를 스스로 만들어 불렀기 때문에 공연 수입뿐 아니라 저작권료 수입도 엄청났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1983년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한 무명 작곡가가 ‘How Deep Is Your Love’가 자신의 노래를 표절한 곡이라며 비지스를 고소했다. 나는 그 무명 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두 곡의 노래가 상당히 비슷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재판 전 데포지션이라고 상대방 변호사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때 모리스가 자신들의 노래와 무명 작곡가의 노래를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이 녹취로 남았고, 증거로 채택되어 결국 비지스가 패했다.
하지만 곧 항소했다. 비지스가 함께 일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노래를 자기들이 어떻게 알고 베꼈겠느냐고 항변을 했다. 시카고의 무명 작곡가도 비지스와 함께 일한 적이 없고, 비지스의 그 어떤 다른 노래에서도 자신의 음악과 유사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률적인 문제라 설명하기가 조금 복잡한데 발명품에 주는 특허(Patent)는 1초라도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만 주어지지만 저작권(Copyright)의 경우 독립적으로 만들어 낸 독창적 창작물에 대해서는 설사 둘이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게 같아도 둘 다 저작권을 인정받는다.
게다가 같은 창작물 안에서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따로 있다. 그러니 노래가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작권 침해라고 추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드라마의 설정만 좀 비슷하면 무조건 표절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설정만 비슷해도 다 표절이면 이 세상에 새로운 노래나 드라마는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비지스가 승리했다. 법률적으로 가능한 결과이지만 늘 이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때 자꾸 이 기억이 옥에 티처럼 떠오른다.
R99fe8f363fc0dca40300acbb07404594.jpg
비지스 형제들은 유난히 단명했다. 왼쪽이 2003년에 사망한 셋째 모리스 깁, 중앙이 맏형인 배리 깁, 그리고 2012년 둘째 로빈 깁이 사망했다. 1988년에는 마약 중독으로 막내동생인 앤디 깁이 사망했다.

비지스의 형제들은 유난히 단명했다. 비지스의 멤버는 아니었지만 형제 중 막내 앤디는 ‘Shadow Dancing’이란 노래로 각광을 받았는데 약물을 끊지 못하고 고생하다 1988년 서른 살에 요절했다.

2003년에는 모리스가 53세로 세상을 떠났다. 9년 뒤 슬픔을 딛고 배리와 로빈이 활동을 재개하려던 차 이번에는 2012년 로빈이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로빈과 모리스는 이란성 쌍둥이이다. 혼자 남은 배리가 몇 년 전 방송에 나와 “이렇게 나만 혼자 남을 줄을 몰랐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맏형이니 동생들이 자기보다 오래 살 줄 알았을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
나의 세대는 팝송을 주로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팝송 이야기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 나의 아이돌 중 하나였던 비지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 봤다. 기왕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또 하나의 아이돌 올리비아 뉴튼 존의 이야기도 주마간산으로나마 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이야기를 하려면 “Physical”이라는 앨범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 이 앨범의 싱글 ‘Physical’ 이전의 그녀는 하늘하늘한 소녀 같은 모습으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가수였다. 영화 “그리스(Grease)”에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첫사랑에 가슴앓이만 하는 청순한 여고생 샌디 역으로 출연을 했을 때는 온 세상 남자들이 빠져 허우적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삽입곡 중에 ‘Hopelessly Devoted to You’라고 샌디가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대니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는 사춘기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샌디야, 그깟 대니 자식 차버리고 나에게로 오렴!”
그러던 올리비아 뉴튼 존이 어느 날 머리띠를 두르고 80년대식 에어로빅 복장을 하고 섹시하고 도발적인 모습으로 ‘Physical’이란 노래를 발매 빌보드 싱글 차트를 초토화했다. 그 후로 영화 “재나두(Xanadu)” 등에서 요염한 모습으로 끝없이 세상을 홀렸다.
2019년 뉴욕주의 여러 곳을 돌며 여행 에세이를 쓸 때 쿠퍼스타운이라는 곳에 있는 페니모어 미술관에서 허브 리츠(Herb Ritts)의 사진전을 봤다. 리츠는 여러 팝스타들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전시에 “Physical” 앨범의 재킷 사진으로 쓰였던 머리띠 두르고 눈을 감고 입을 게슴츠레 벌리고 하늘로 얼굴을 들고 있는 올리비아의 모습도 있었다. 원래 내 옷장 문 에 붙어 있던 청순한 올리비아의 사진을 떼어내고 두 번째로 구해다 붙인 사진이 바로 그 사진이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이제 노래를 하지 않지만 유튜브에 실황 동영상이 몇 있다. 오랜만에 《그리스》의 파트너 존 트라볼타와 삽입곡 ‘You’re the One That I Want‘를 부르는 것은 유튜브에서 한 번 찾아볼 만하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2013년부터 유방암 투병을 하고 있다. 현재 4기로 발전해 뼈까지 전이되었지만 암을 숨기지 않고 방송에서 솔직히 이야기하며 다른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의 어머니가 지금의 내 나이였을 때 애바 가드너가 죽었다. 학창 시절 영화광이었던 어머니가 “내가 좋아하던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다 죽는구나” 하셨다. 이제 내가 그때 어머니 나이가 되니 같은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다.

Barry_Gibb_(Bee_Gees)_-_TopPop_1973_3.png

배리 깁.

비지스 형제들 다 세상 떠나고 배리 하나 남았고, 올리비아 뉴튼 존은 노년에 투병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그들이 남긴 예술로 나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내 젊음을 회상하고, 오늘의 활력을 얻는다.
돌아가시기 전 병마로 고생하던 나의 중학교 1학년 영어 선생님도 비지스의 ‘Spicks and Specks’를 들으며 건강하고 발랄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 위안을 받았겠지. 어머니와 선생님과 내 삶을 풍요롭게 한 그 수많은 위대한 예술가들, 그리고 지금도 우리를 위로하는 그들의 작품들. “Thank you.” 한 마디 꼭 하고 싶다. 

 

이철재 미국 변호사, 《뉴욕 오디세이》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저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달의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