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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용어로 세대를 판별한다고요?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4.06

간단한 과학 문제를 풀어보자.

1. 침 속에 들어 있는 녹말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는 무엇일까?

2. 일명 빨간약이라 불리는 소독약은 어떤 용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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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아밀레이스포비돈 아이오딘 용액이다. 정답을 듣고 어딘가 낯선 느낌을 받았는가? 혹시 아밀라아제요오드라는 용어에 더 익숙하지는 않은가?

아밀라아제요오드는 학명인 ‘amylase’‘Iodine’을 독일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2005년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처럼 과학 분야에서 사용되던 독일식이나 일본식 용어들을 영어식 발음으로 바꾸었다.

이는 교육부에도 건의되었고, 2009년부터 교과서에도 바뀐 용어가 등장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그 이전에 학교를 졸업한 이들과 그 후에 입학한 이들 사이에 세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필자처럼 그 변화의 과정에 학교를 다녔던 이들은 학년이 올라갔더니 갑자기 용어들이 다 달라져버린 혼란을 경험했다.

이렇게 용어를 바꾼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제 사회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fluorine’, ‘butane’을 보고 영어식 발음에 더 익숙한 화자들은 플루오르’, ‘부탄보다는 플루오린’, ‘뷰테인이라고 읽을 것이다. 공용어인 영어를 따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타당한 변화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독일, 러시아 등 영어식이 아닌 표기법을 사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나라 또한 수소’, ‘염소’, ‘등 우리식 명칭이 있었던 용어들은 하이드로젠(hydrogen)’, ‘파스퍼러스(Phosphorus)’, ‘클로린(chlorine)’과 같이 영어식으로 바꾸지 않았다. 나라마다 국내에서는 각자의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도 기존의 외래어였던 용어들만 미국식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통일성에 의문이 생긴다.

또한 미국식으로 바꾼다고 해도 여전히 외래어라는 점에서 완벽히 똑같은 발음을 표현하기는 힘들다. ‘th’, ‘f’, ‘v’ 등의 발음은 우리말에 없기에 정확한 발음을 나타낼 수 없다. 예를 들어 ‘threonine’트레오닌’, ‘orthoester’오쏘에스터로 표기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영어에서는 동일한 두 ‘th’ 발음이 우리말로는 각각 ’, ‘로 표기되었다. 그리고 ‘threonine’‘nine’ 부분도 보다는 나인에 더 가깝게 들린다. 결국 소통의 원활함을 위한 목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제의 잔재 문제에 대해서도 아밀라아제라는 표현이 공교롭게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지만 사실 이는 독일 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효소다. 따라서 선점 원칙에 따라 독일식 표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도 대립 중이다. 핼리 혜성, 랑게르한스섬처럼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어식 표기가 최초 발견자의 의견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타당함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어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에 따라 표기법이나 발음법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어느 한 순간 정책적인 이유로 말을 바꾸려고 할 때에 생긴다. 그래서 나트륨, 칼륨과 소듐, 포타슘이 혼재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에서의 용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 용어의 변화가 인정을 받고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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