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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클래식 음악을 글로 소개하는 일이 업(業)이다. AI 음악가에 반대하지만, 미래 인류가 클래식 음악을 박물관에 처박아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특히 바흐를 존경한다. 누구나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모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다.
코로나 팬데믹의 두번째 봄 지구촌 클래식 음악계는 각자도생 중
입력 : 2021.03.29

요즘 벚꽃이 참 예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창원에도 하루가 다르게 벚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만개한 꽃나무들도 많고요. 사실 그동안 제가 맞이했던 봄들은 그저 봄이라는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일까요. 겨울 내내 자리를 지키던 겨울눈이 벗겨지는 모습, 올챙이들이 강렬한 몸짓으로 냇가를 헤엄치는 모습,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이름 모를 풀들의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경외심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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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벚꽃이 너무 예쁜 철입니다. 몇 해 전 촬영했던 창원의 벚꽃나무입니다. ©정은주

 

창원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는 안민고개입니다. 진해와 창원 사이에 우뚝 솟은 이 고개는 매년 봄 상춘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인데요. 그만큼 가장 아름다운 벚꽃 길을 자랑하고 있거든요. 바야흐로 꽃의 봄, 안민고개나 여좌천 같은 유명한 벚꽃길이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돗자리와 맛있는 도시락 챙겨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계절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해 봄에는 마트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터라, 꽃놀이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2년차의 봄, 벚꽃의 한 때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면서요. 

창원의 경우 거리두기 방침이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꽃놀이 하려는 사람들이 모일 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벚꽃 명소 대부분이 자동차를 포함한 일체의 동력 기구의 통행이 벚꽃 만개일에 맞물려 금지되었거든요. 아쉬운 마음이지만, 통행금지 하루 전 날 안민고개로 차를 몰았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저 드라이브만 하려고요. 봄꽃놀이를 위한 저만의 각자도생이 이런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낮에는 당연히 사람이 많을 테니, 해질 녘 즘 해서 갔고요. 드라이브를 떠나기 전 저는 시장에서 참치 김밥, 매운 땡초 김밥, 떡볶이, 샌드위치, 닭강정까지 샀습니다. 안민고개 중간 중간에 자리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치 벚꽃놀이 하는 기분으로 차에서 저녁 도시락을 먹기로 했거든요. 평소라면 벚꽃 흐드러진 공원에 돗자리 깔고 먹었을 테지만, 차 안에서 먹는 맛도 꽤 좋았습니다.

마침 그 날 달이 밝아, 벚꽃을 반짝여주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밤의 벚꽃 구경을 실컷 하고 돌아왔습니다. 부디 내년 봄에는 공원에서 도시락 먹으며 휘날리는 꽃비를 바라보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코로나 검사하고 라흐마니노프 듣고 

지구촌 클래식 음악계도 작년 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공연장 셧다운, 임시 공연 금지법 등 강수를 두었던 여러 나라들도 조금씩 문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0일 베를린 필은 4개월 만에 오프라인 연주회를 열었는데요. 현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한 후 음성 판정이 나올 것, 실명으로 티켓을 구입할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입장할 수 있는 연주회였고요. 얼마나 공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소식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클래식 덕후, 공연 덕후들이 모두 달려가지 않았을까 헤아려봅니다.

클래식 음악사에 기록될, 현장에서 코로나 검사 후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는 베를린 필 공연의 티켓은 예약 시스템을 연지 3분 만에 1천 석 모두 완판 되었습니다. 그동안 베를린필은 디지털 콘서트 홀 등을 통해 그간 쌓아온 연주회 콘텐츠를 유료로 때로 무료로 제공해왔는데요. 아마 지구촌의 클래식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도 종종 베를린필의 디지털 음악회를 보곤 했으니까요. 아쉬운 마음이 그렇게도 잘 달래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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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독일 베를린필 공연장에서 4개월 만의 오프라인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공연장 로비에서 코로나 검사를 마친 후 입장가능했던 공연으로 클래식 음악사에 길이 남을 순간입니다. © Stephan Rabold

 

 

이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시금 공연장의 문을 열고 있는데요. 각자 나라의 사정에 걸맞게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다시 청중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거죠.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마스크를 쓴 연주자들의 연주를 당분간 보고 들어야 하겠지만요.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장 셧다운이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문을 닫았던 적은 없었고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공연이 열리곤 했습니다. 어떤 날의 공연은 취소되고, 어떤 날의 공연은 열리기도 하면서요. 때문에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던 연주자 및 관계자들은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고요. 객석 점유율 조정, 마스크 착용 등 몇 몇 악조건 속에서도 공연계는 관객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팬데믹 2년차까지 전국 곳곳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이어지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등 연주자나 공연 기획사의 SNS에는 #이번공연열리게해주세요, #취소못해, #코로나미워, #또취소 등 공연이 취소되었을 때의 속상함, 또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 바람이 담긴 해시태그들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요즘 저도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공연이 있는데요. 통영의 봄, 가을을 아름답게 만드는 통영국제음악제입니다. 국내 여러 연주자들이 알찬 무대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집에서도 멀지 않으니 가볼까 싶었는데요. 역시 어렵습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달랐지만, 어쨌든 연주자들은 예전처럼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구촌의 모든 연주자와 공연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저마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한 방향의 예술이 아닌, 무대와 객석이 마주볼 때 비로소 예술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총 한 달의 자가 격리를 하면서라도 해외 연주에 나서는 연주자들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요. 그들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리라 생각합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같을 것입니다. 벚꽃과 함께 찾아올 새 봄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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