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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을 가진 이 남자 니콜로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가단조
입력 : 2021.03.25

내가 제일 잘나가, 내가 제일 잘나가!’

노래 시작부터 내가 제일 잘나간다고 네 번이나 강조합니다. 독특한 음색, 독특한 장면이 등장하는 2NE1의 노래 내가 제일 잘나가입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아주 신박한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 자랑 같아 어색했는데 막상 입에서 읊조려보니 진짜 내가 제일 잘나가는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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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지난 시절 한국 사회에서는 유난히 나 자신에 대해 알리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학교도, 어른들도, 사회도 모두 겸손해야 한다며, 스스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요. 말 그대로 셀프 브랜딩 시대입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널리 알리는 것! 퍼스널 브랜딩 또는 셀프 브랜딩이라는 이 분야의 강의도 많고, 책도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수요가 많다는 뜻이겠지요. 시대가 요구하고 있어요. 자신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을 알리는 시대가 된 겁니다.

나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나를 홍보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이 브랜딩은 엄격하게 말하면 자화자찬만은 아니지요. 말로만 끝나는 허황된 말이 아니라 셀프 브랜딩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며 사람들이 먼저 찾게 만드는 거니까요.

19세기 셀프 브랜딩에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던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신에게 영혼을 팔아 재능을 얻었다고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이탈리아)입니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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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파가니니

니콜로 파가니니는 1782년에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나 1840년 프랑스 니스에서 죽기까지 58년의 생애를 살았습니다4살 때 심하게 앓은 홍역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던 그는 몸이 몹시 허약했어요. 그래서 파가니니 엄마는 아들이 그저 건강하게 크기만을 바랐죠.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무리한 연습을 시켰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도박으로 날려버린 돈을 아들의 재능으로 메꾸고 싶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파가니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을 브랜딩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기쁨이기도 했지만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기도 했어요.

11살인 1793, 첫 공개 연주회에서 성공하면서 유명한 선생님들에게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긴 했지만 대부분 독학이었습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연습을 하지 않고서 그냥 되는 건 없어요. 파가니니는 10대 초에 이미 이전의 연주 기법 대부분을 마스터했고, 15세가 되자 하루 10시간 이상의 엄청난 연습으로 혼자서 새로운 연주기법을 습득해 나갔습니다. 그의 노력은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179917세에 북이탈리아 지방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명성과 부를 얻습니다. 

독학으로 다진 실력은 무엇보다도 큰 그의 재산이었습니다. 1801년부터 1804년까지는 불현듯 무대에서 사라졌는데, 토스카나에 사는 어느 귀부인과 성에서 동거하며 이 기간에 건강을 회복하는 데 힘썼답니다. 그리고 더블 스탑(Double stop, 중음 주법이라 불림. 두 음을 동시에 누르는 주법, 피아노로 치면 동시에 여러 음을 누르는 화음을 연주하는 기법),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기법), 하모닉스(Harmonics, 배음을 얻기 위해 현 위에 손을 꾹 누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힘으로 눌러 음을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법, 제대로 음정을 짚지 못하면 안 예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음의 자리를 정확하게 짚는 게 가장 핵심) 등의 새롭고 특별한 주법을 익히며 실력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천재가 사라졌을 때 살해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실 그는 이보 전진을 위해 잠시 일보 후퇴했습니다. 

외모, 성격, 음악적 재능까지 평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던 그는 6개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24개의 카프리스(Caprice, 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등 바이올린을 위한 명곡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협주곡 1번과 2, 카프리스 이외에는 악보들이 많이 편찬되지 않았죠. 파가니니는 악보가 편찬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작곡한 곡을 남들이 연주하는 것조차 매우 싫어했습니다. 심지어는 연주회도 리허설 때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고 정식 연주회 때 딱 한 번만 모든 것을 보여줬답니다.

그는 특별히 제자를 가르치지도 않았기에 신비로움 그 자체가 됐어요. 애플(Apple)의 비밀주의처럼 가릴수록 사람들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심해졌습니다. 베일에 가린 그의 태도와 현란하고 마술 같은 연주 실력 덕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는 비즈니스 마인드도 탁월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많은 이탈리아보다 희소성을 지닌 자신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유럽을 향해 무대를 넓힙니다. 음악가 최초로 매니저를 두고 자신에 대한 기사나 가십거리를 여기저기 퍼뜨렸어요. 노이즈 마케팅도 아주 잘 이용했습니다.

물론 파가니니는 엄청난 내공과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파가니니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어요. 뭐든 파가니니 스타일을 창조했죠. 18283월 빈에서 있었던 연주회에서도 대성공을 거뒀고, 상점마다 파가니니 스타일이라며 양복, 모자, 장갑, 구두 등을 팔았습니다.

파가니니는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니는 셀럽이었죠. 아마 그 당시 SNS가 있었다면 파가니니는 대단한 인플루엔서가 됐을 거고, 만약 유튜브를 했다면 엄청난 조회수로 골드 버튼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파가니니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어요. 

내가 제일 잘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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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커서 '대포'라는 별명이 붙은 세계 최고 명기, ‘과르네리 델 제수'.

도박을 하다 악기까지 팔아버린 파가니니는 새로운 악기가 필요했습니다.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어느 화가가 더 좋은 악기를 선물해주며 파가니니! 당신만이 이 악기를 연주한다고 약속해 줘요라는 조건을 걸었고, 파가니니는 꼭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엄청난 악기가 바로 세계 최고의 명기인 과르네리 델 제수(1743)’인데요, 이 악기는 1743년 바이올린 제작 명인 과르네리 델 제수(Guarneri del Gesu)가 만든 것입니다. 악기가 워낙 울림이 커서 대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파가니니의 약속대로 그 악기는 파가니니 이외에는 그 누구도 연주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우승자예요. 1954년에 만들어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는 파가니니의 고향인 제노바에서 열립니다.

역대 수상자 중엔 한국인도 있는데 2015년에는 20살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처음으로 1위 수상의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는 파가니니처럼 신들린 연주를 했고, 온 세계가 그를 인정한 겁니다. 대단한 결과예요. 

오늘은 셀프 브랜딩의 대가 니콜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바이올린 양인모의 연주로 들어보세요. 전체 24곡 중 가장 유명한 마지막 24번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음악 들으면서 읊조려 봐요.

내가 제일 잘나가

바이올린양인모

Paganini: 24 Caprices for Violin, Op.1, MS. 25 - No. 24 in A Minor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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