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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다 말할 때 벌어지는 일들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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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 첫 날, 숏 컷에 교복바지를 입은 중성적인 모습의 학생이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실에 앉아있었다. 첫 종이 울리자 담임선생님께서 앞문으로 들어와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셨다. 그러다 그 학생을 바라본 선생님께서 놀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학생, 여기 여자반인데? 남학생이 왜 여기에 있어?”

학생은 멋쩍은 듯이 웃고는 말했다.

저 여자인데요.”

고등학교 시절, 실제로 목격한 일이다. 이 일은 선생님의 미안하다는 사과로 끝났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선생님께선 남학생이 남녀분반인 것도 모르고 온통 여학생들뿐인 교실에 앉아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신 걸까. 적어도 출석 정도는 한 번 불러보고 이야기하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었지만 아마 그 학생은 여러 학생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은 많은 사람이 겪은 일은 아닐 수 있지만, 모습만으로 짐작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키가 작고 마른 아이에게 몇 살이니?” 묻고는 생각보다 많은 나이에 놀라고 안타까워하며 많이 먹어야겠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다짜고짜 언니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나이를 알고 나서 놀라기도 한다. 한국인인데도 외국인 같아 보인다는 이유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며 다가서는 경우도 보았다.

이런 일을 경험했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처를 받는 사람도 많다. 특히 본인이 생각하는 콤플렉스와 관련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실수는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생각은 그냥 생각으로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물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크게 놀라거나 호들갑을 떨어야 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 또 외국인처럼 생겼다고 모두가 외국인인 것은 아니다.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은 외국인처럼 보이니까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도움이 아니라 민폐일 수 있다.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 마디라도 더 이어가고자 나이, 출신 등을 물은 후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덧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 한 마디가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

고의적으로 상처를 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친밀감을 갖기 위한 방법이라면 상대방에 대해 먼저 짐작해서 말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어떨까?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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