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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보고 신박하게 하는 법 백줄이 불여일도, 도식화는 이렇게!
입력 : 2021.03.12

<비밀의 숲>은 도식화의 드라마다. 도식화란, 핵심 요소를 담은 간단한 그림으로, <비밀의 숲>에선 황시목 검사(조승우)가 화이트보드에 그린 범죄사건 관계도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황여진 경감(배두나)이 끄적거린 뇌 구조 역시 훌륭한 도식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처럼 <비밀의 숲> 애청자라면 황경감의 거의 ‘작대기 맨’ 식의 간단한 그림들을 여전히 기억해낼 것이다. 지금 얘기하려는 도식화도 딱 그 정도의 화려함이면 충분하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을 이를 테면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몇 개의 관계도로 딱 짚어주는 것이다. 인포그래픽의 현란함, 꺾은선 그래프의 ‘있어 보임’은 잠시 잊어도 좋다. 우리가 포토샵을 못 쓰는 건가, 안 쓰는 거지.(라고 생각해보자.) 전달의 본질은 오히려 화려함과 반대일지 모른다. 늘 검정 티셔츠를 입었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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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는 사건 분석에만 쓰는 게 아니다. <비밀의 숲>

 

글과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표와 친해지기

몇 해 전 연말, “치욕스러웠던” 보고의 현장이 떠오른다. 나의 얘기다. 이번에는 기필코 새로 팀 멤버를 영입해보고자 나는 야심차게 글발을 휘두르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숫자가 들어간 표도 있었으며, 2페이지에 이르렀다. 신간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도 아니거늘 위에서 요청한 보고도 아니었지만, 나는 잔 다르크가 된 기분으로 신규 인원 충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때 보고를 받았던 상사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적당한 이유로 완곡하게 충원 불가를 말했다. 하지만 내가 부끄럼을 느끼는 건 그 거절이 아니다. 회의에 동석했던 인물이 그때로부터 일 년은 더 지난 다음 해 연말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때처럼 주저리주저리 보고서 안 써요?” 아, 나는 글과 친한 편집자인데, 주저리주저리?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로 백기를 들었다. 그 뒤로, 신규 채용으로 절감되는 외주 비용과 신규 채용자의 연봉을, 그야말로 간단한 도식화로 만들었더니 바로 통과되었다.

외주 비용 총합 > 신규 채용 비용

물론, 회사에서 중요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비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 가장 1차적인 이유였겠지만, 문서 두 바닥에 각종 감성, 이성을 곁들인 글보다 도식 하나의 힘이 강력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백줄이 불여일도(圖). 인포그래픽과 차트, 빅데이터 이전에 내 컴퓨터에 저장된 소소한 스몰 데이터와 직관적인 도표 하나가 강력하다. 다만, 사용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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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진이 그린 황시목의 뇌구조 <비밀의 숲>

주저리주저리 대신에 심플한 도식화의 힘!

기획과 보고에 덧붙일 실용적인 도식화로 안내하는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의 표지는 처음에 보면 “수박바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원색적인 초록 바탕에서 빨간 세모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표지가 책의 얼굴일 텐데, 온 얼굴과 표정으로 “도식화란 이렇게 심플 그 자체이니, 너무 쉽죠?”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제도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이다. 나를 포함해서 허구한 날 이런 질문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일하는 사람들이 듣는 말 아닌가. 비슷한 말에는 “뭐라고요?” “주저리주저리” “아, 좋은 말씀이네요.”(근데 나는 비동의) 등등이 있다.

 

생각부터 그림으로 정리하는 습관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이하 정리법)』의 저자 박신영은 ‘기획 교과서’ 시리즈로 불리는 『기획의 정석』, 『제안서의 정석』, 『한 장 보고서의 정석』을 썼다. 누적 2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번에는 과감하게도 ‘정석’이란 단어를 떼어버린 4번째 신간 『정리법』은 사실 3권의 정석 책들의 서곡 겪인 프리퀄 역할을 한다고 한다. 왜냐면 일, 말, 글이 있기 전에 우리의 생각과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태초의 메시지와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을 정리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간단한 그림 정리’ 즉 도식화다. 이 도식화가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위에 딱 자리 잡으면, 아무래도 발신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될 확률이 높아진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그림으로 전달될 때 상대방의 기억에 남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게다가 정보를 훑는 방식으로 건성건성 소비하는 온라인에서는 도표 하나의 임팩트가 더욱 중요해진다. 온라인 회의나 유튜브 영상에서 도식화는 힘이 셀 수밖에 없다.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가장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를 간단한 도표로 그려보자. 꽤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표로 표현해야 할까?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고르듯,
9가지 도식에서 고른다

유튜브 인기 아이템 중 하나는, 상황에 맞는 음악 꾸러미를 제안하는 플레이리스트다. 퇴근 무렵 마음이 허전할 때, 주말 아침 나른함을 즐길 때 등 듣는 사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면 된다. 도식화 역시 메시지에 따라 적절한 표현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다음의 9가지 도식에서 골라보면 어떨까? 저자 박신영이 1만 장의 기획안을 코칭하면서 현장에서 얻은 결과다. 도식화는 1) 말하고자 하는 핵심 요소를 고르고, 2) 그 관계를 살피며, 3) 비교하는 과정이다. 2)와 3)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한 도식을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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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도식화하는 9가지 방법 출처: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

 
내 일에 대입해보면, 요즘에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책을 그림 한 장으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상세 페이지’로 불리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 이미지인데, 시각 자료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서점에서도 일반 상품 소개 이미지와 비슷한 자료로 어필하는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신간을 출간한 출판사가 맡는다. 대개 책을 담당한 편집자가 내용도 구성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편집자는 글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임팩트 있으리라 자부하는” 카피 문구 위주에 특정 문장을 크게 강조하거나 저자 사진 등이 들어간 게 전부인 경우가 많다. 편집자가 디자이너한테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는 “제발, 표지에 글 좀 줄여주세요!”다.

책 내용에 맞게 도식화를 한두 개 넣는다면 주목도도 훨씬 좋아지고, 디자이너와 나아가 독자 분들께 칭찬을 듣는 편집자가 될 기회를 잡게 되지 않을까.


복잡한 상황을 ‘순환’ 도식으로 정리해본 사례

예전에 인터넷에서 깊은 공감을 얻으며 돌아다니던 ‘신입 사원의 비애’라는 그림을 보고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어쩌라고…’
라는 씁쓸한 문장과 함께 여기저기 공유되는 걸 봤는데, ‘와, 이 사람 대단하다’ 싶었다. 뭔가 불편하게 느끼고 있던 문제를 한 장의 악순환 도식으로 정리해내다니.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 딱 이거다.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과 감정을 한눈에 딱 보이게 그려주는 기술. (…) 이렇게 문제의 흐름을 그리다 보면 문제의 핵심이 더 잘 보인다. 뭉쳐 있어 안 보이던 문제의 핵심, 문제의 시작점, 문제의 우선순위가 보이니까 정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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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서로 반대되는 말 때문에 일이 멈춘다면, 말이 상충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 어느 정도 예산까지는 스스로 하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협의해서 하도록 기준을 정하자고 제안할 수 있게 된다.
_박신영 지음,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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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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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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