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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잔잔한 것이 주는 더없는 감동...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ost 빌라 로부스- 브라질 풍의 바흐
입력 : 2021.03.05

사람의 얼굴보다 목소리를 훨씬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바로 얼굴을 기억한다지만 저는 목소리를 머릿속에 담습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로 얼굴 생김새와 인상이 각인돼요. 그러니까 기억 회로가 주로 청각으로 연결되는 사람인 거죠.

 이런 취향 탓에 배우들도 목소리 좋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연기력이 좋다는 가정하에서요. 배우자 희망사항에 목소리 좋은 남자가 있었으니 말 다했죠. 목소리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의미를 뒀어요 

배우 한석규 씨를 좋아합니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때론 냉정하고 이성적인 느낌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여러 감정들이 담겨 있어요. 그가 나오는 영화는 장르 불문하고 대부분 챙겨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보다는 영화 속 한석규 배우를 좋아해요.

특히 음악이 좋았던 영화는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제 기준에 좋은 영화란 연기 반 음악 반이거든요. 예를 들면 접속이나 쉬리’,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 들’, ‘파파로티’,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영화죠. 바흐의 음악이 편곡되어 흘렀던 접속이나 ‘When I dream’이 흐른 쉬리, ‘즐거운 나의 집이 보사노바 리듬으로 흘렀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 들, 영화 전반적으로 클래식이 흘렀던 파파로티도 빼놓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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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이 영화는 부드러우면서도 잔잔하고, 미지근하지만 뜨거운 사랑의 감정도 담겨있어요. 죽음이라는 무겁고 슬픈 주제를 일상 속에서 덤덤하게 그려내는 감독의 연출도, 남녀의 사랑을 뜨겁고 강렬함 대신 은은하게 스미게 했던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습니다.

1993년에 개봉했고 20년 뒤인 2013년 가을에 재개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봐도 영화가 굉장히 좋더군요.

영화 내내 제가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봤던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이 홀로 남겨질 아버지(신구 분)를 생각하며 현상기 작동법을 쓰는 장면입니다.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열하며 우는 정원의 모습과 우는 아들을 말없이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뒷모습. 단순한 그 장면이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어요. 그 장면에 흐른 음악 역시 저의 마음을 훔쳤습니다얼핏 들으면 영화 ost같이 들리지만, 이 곡은 브라질 출신의 클래식 작곡가 빌라-로부스가 만든 브라질 풍의 바흐입니다.

 

아마존을 떠오르게 하는 브라질 작곡가 빌라-로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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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원시림으로 가득한 아마존을 품고 있는 나라, 삼바의 나라 브라질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 남미 출신의 음악가들이 많지 않습니다. 탱고의 클래식화를 이끌었던 아르헨티나의 피아졸라와 브라질의 빌라-로부스 정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작곡가일 겁니다.

 피아졸라가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 탱고를 클래식화해서 널리 알렸다면 빌라-로부스는 브라질의 대중음악 양식 쇼루를 받아들여 세상에 알렸습니다. 브라질 전통 민요를 채집해 음악적 자산으로 삼았고,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한 그의 작품은 21세기 월드뮤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에이토르 빌라-로부스 (1887~ 1959, 브라질)는 독보적이고 특별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나라 브라질을 사랑했던 작곡가입니다. 188735일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났고, 스페인 이민자이자 도서관 사서이며 아마추어 작곡가인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웠습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카페와 영화관에서 첼로 연주를 했습니다. 

1905년에 브라질 북동부를 여행하면서 민속 음악을 수집했고 리오 데 자네이루의 음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1923년에는 정부지원금을 받아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귀국해서는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브라질 민속 음악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그는 민족음악을 접목시켜서 학생들을 위한 대편성 합창곡을 작곡합니다.  미국 전역을 돌며 지휘 활동을 하고, 오드리 햅번이 연기한 영화 녹색의 장원의 음악도 작곡했죠. 

빌라-로부스는 자신의 음악에는 어떤 학식이나 이론이 아닌 브라질이 들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질 땅 자체가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선물했다는 거죠. 자신의 귀에 들어오는 모든 새의 노래가 다른 선율들과 만나서 빌라-로부스 음악의 일부가 됐다고 해요. 그의 음악은 브라질의 자연과 대지만큼이나 자유로운 음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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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로부스의 작품 중 '브라질 풍의 바흐' 5번 중 '아리아'는 가장 유명합니다. 이 곡은 소프라노와 8명의 첼리스트를 위해 작곡되었지만 지금은 소프라노 대신 바이올린이 주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하고, 첼로 대신 기타가 반주를 맡기도 합니다 

5번은 칸틸레나(아리아)와 단자(춤이라는 뜻) 두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통은 첫 번째 곡인 칸틸레나만 연주됩니다. 칸틸레나란 성악이나 기악에 사용되는 서정적인 선율을 말하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6분 정도 연주되고 뒷부분의 단자는 4분 정도 연주됩니다. 바흐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는 바로크 음악과 브라질의 즉흥 연주는 음악적으로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브라질 풍의 바흐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폭포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을 지향했던 그의 음악적 색깔이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렀던 영화의 장면과 왠지 닮아 보입니다. 35일 태어난 빌라-로부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잔잔함과 자연스러움이 주는 더없는 감동의 시간을 갖아보시길 바라요.

 

Villa-Lobos: Bachianas brasileiras No.5 for Soprano and Cellos, W.389 - Aria (Cantilena)

기타-스티브 하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ost 중 아버지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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