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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출신 자나카는 어떻게 호주 IT 리더가 됐을까? 학벌을 넘어선 글로벌 인재의 길
입력 : 2021.03.03

스리랑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최근의 폭탄 테러도 떠오르겠지만, 아마도 떨어진 풍등을 주워 날렸다가 고양 저유소를 홀라당 태워 버린 27살의 스리랑카 노동자가 떠오를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스리랑카는 그 노동자로 대변되는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1인당 GDP가 2200달러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인도 남단의 가난한 섬나라다. 그런데 인도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는 않는다. 스리랑카에서 쓰는 타밀어를 한 번 찾아보라. 정말 세상에 이렇게 복잡한 언어가 있나 놀랄 것이다. 

 

지금 소개할 자나카 란가마(Janaka Rangama)는 그런 가난한 나라에서 대학 입시에도 실패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열등생이었다. 그런데 그는 현재 호주 DEL EMC의 Senior Principle Technologist로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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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남부 해안마을의 학교 ⓒ조선DB

 

자나카를 처음 만난 건 내가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를 거쳐 동남아시아 전체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되었을 때다. 그 전에 동남아시아를 담당하던 일본인 매니저가 갑자기 해임되고 나에게 그 자리를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2주도 채 되지 않아 동남아시아 MVP 전체를 위한 행사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급박하게 진행된 행사라 MVP들을 사전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 정말 중요한 부분만 급하게 챙겨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후텁지근한 쿠알라룸푸르의 공기를 뚫고 50여 명의 MVP들이 2일간의 행사를 위해 모여 들었다. 12개국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이 새로 아시아 MVP 담당 매니저로 임명된 나를 주목하며 내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우려와는 달리, 인성 좋고 뜨거운 열정의 커뮤니티 리더들 덕분에 행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중에서 유난히 적극적으로 발표에 임하던 이가 바로 자나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그보다 더 까맣고 큰 눈, 거기에 뒤로 질끈 묶은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그 행사 이후로 시애틀에서 열리는 MVP Summit에서도 두 번쯤 만났다. 

 

그런데 얼마 뒤 호주의 한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호주로 간다고 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개발자들도 호주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 좀 놀라웠다. 그의 성장 배경이 궁금하여 메일을 몇 번 더 주고받았다.

 

그의 특이한 외모는 역시 성장 배경과 관련 깊었다. 그는 10대 시절 대부분을 드럼 연주자로 보냈다고 한다. 각종 상이랑 상은 다 타고, 아무튼 공부 빼고는 다 열심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입 시험에 실패하고는 무척이나 낙담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망한 그와는 달리 그의 부모님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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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대부분을 드럼 연주로 보내며 공부에는 소홀했던 자나카는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대학에 가진 못했어도 IT 전문가를 꿈꾸게 됐다. ⓒshutterstock

 

“걱정하지 마, 자나카. 이제 다음에 뭐를 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잖아.”

 

17살에 만나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의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해. 네가 너답기 위해 노력하면 그걸로 된 거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마법

 

자신은 대입에 실패했지만, 친구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 IT 기술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자 그의 목표도 조금씩 분명해졌다. 은행에서 일하던 형이 위로 차원에서 새 컴퓨터를 사주며 IT 공부를 시작해 보라고 독려해 준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비록 대학은 못 갔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한 IT 전문가가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습관 덕분에 일단 결심이 서자 공부도 잘 되었다고 한다. 또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서 21살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때의 실무 경험이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그의 삶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스리랑카의 IT 커뮤니티를 소개해 준 것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그 사람들이 좋아 모든 행사나 밋업(Meetup)에 참여했어요. 그러다 리더 자리가 공석이 되자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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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카는 IT 공부를 하며 스리랑카 커뮤니티에 나갔고 그를 눈여겨 보던 호주 기업이 스카우트 제안을 했다. ⓒshutterstock

 

이런 활동을 3년간 꾸준히 이어 나가자 마이크로소프트도 그의 노력을 인정해 MVP를 수여했다.

 

“MVP가 된다는 것은 커뮤니티를 교육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멤버가 IT 업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어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쑥쑥 커가는 그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눈여겨보던 엠파이어드 엘티디(Empired Ltd)라는 호주의 기업이 자나카를 초청했다. 물론 스리랑카 IT 커뮤니티에서 함께 일하던 멤버가 먼저 그 기업에 취업해 추천을 해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다. 자나카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걸, 굳게 믿어요. 대입에 실패했지만, IT 엔지니어로서의 뜻을 품자 길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길에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결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리더가 되길 원한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을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요. 그들의 손을 잡고 당신의 가능성이 활짝 열릴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돼요.”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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