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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자유롭게!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랑법 클라라 슈만 사랑했던 브람스의 실제 첫사랑 아가테 폰 지볼트
입력 : 2021.03.02
요하네스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결혼 생활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클라라 슈만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즉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결혼을 원하던 실제 첫사랑 지폴트와 결혼 문제로 헤어졌습니다.

결혼은 운명이다 

만약 현재 여러분이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원하는데, 상대방이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헤어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혼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뜸 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요.

결혼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아닌, 별 의미 없는 고민들로 결혼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사람이라면 단칼에 인연을 끊는 것이 서로에게 분명 좋을 것입니다. 이미 충분한 사랑의 시간을 통해 서로를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꾸리는 일에 소극적인 사람이라면 둘 사이에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또 사랑의 달콤함만 만끽하고, 결혼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는 사람이라면 결혼 생활 중에도 삐거덕 거릴 확률도 크고요. 

또한 종종 우리는 오래 만난 연인과 이별한 후에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결국 사랑과 결혼은 노력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 것 같아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그냥 서로의 짝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니 결혼 앞에서 어물대는 상대방의 표정을 단 한 순간이라도 읽었다면, 모두의 안온을 위해 이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1858년 독일의 괴팅겐(Göttingen)과 데트몰트(Detmold)에서도 결혼을 망설이다 결국 안 좋게 헤어졌던 한 쌍의 연인이 있었습니다. 쿨하게 서로 이별을 받아들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불행하게도 한 쪽은 50년이 지난 후에도 젊은 날의 이별에 대해 아파했어요. 심지어 이별을 통보받은 쪽은 “그때 그 놈은 나쁜 놈이었지!”하는 내용이 주축인 회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려 반 세기동안 헤어짐의 뒤끝이 있었던 그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브람스의 실제 첫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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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평생 스승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의 아내 클라라 슈만(Clara Josephine Schumann, 1819~1896)을 사랑했습니다. 덕분에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는 남녀의 삼각관계 역사 상 가장 유명한 스캔들로 남았고요.

하지만 소위 막장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클라라와 브람스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브람스도 클라라도 도덕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이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한시도 놓은 적이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부 알 수 없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요. 

클라라는 남편 슈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브람스의 마음을 모른 척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요. 심지어 남편 슈만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브람스와 남녀 사이의 감정으로 만나지 않았던 것도요. 그러나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가졌던 마음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챌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진짜 사랑이었기 때문이겠지요.

클라라와 브람스의 마음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니, 저 또한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오는 듯합니다. 만약 클라라가 슈만보다 먼저 브람스를 만났다면, 그 둘은 진실한 연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어쨌거나 슈만과 클라라를 바라보며, 브람스는 외로웠을 겁니다. 

그러나 브람스도 자신만을 바라보는 여인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사랑을 나누었는데요. 그의 새로운 뮤즈는 1859년 독일 괴팅겐의 한 모임에서 만났던 두 살 아래의 아가테 폰 지볼트(agathe von siebold, 1835~1909)입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첫 눈에 반했습니다.

아마 브람스는 아가테를 만난 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에 무척 기뻤을 것 같아요. 늘 클라라에 대한 마음을 품고만 살았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사랑은 표현할 때 비로소 진실한 사랑이 된다고 믿고 있거든요. 

또 당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음악가 브람스가 첫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독일 전역에 삽시간에 퍼졌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브람스는 자신의 연애에 사람들이 이토록 큰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람스는 아가테와 비밀 연애를 하는 줄 알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자신의 연애사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도 해요. 어찌되었든 간에 그들은 사랑에 폭 빠져 지냈습니다.

브람스의 첫사랑 아가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전해집니다. 브람스는 그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단꿈을 꾸었을 거예요. 그들이 연애하던 무렵 브람스는 데트몰트의 궁정 음악가로 활동 중이었는데요. 당시의 궁정 음악가는 음악가들이 모두 바라던 직장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공기관이라고 설명하면 좋을 듯해요.

당시의 음악가들은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걱정 없이 월급 받는 궁정 음악가로 살고 싶어 했는데요. 물론 궁정의 주인 취향에 맞는 음악 활동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할 때도 있었겠지만요. 샐러리맨의 설움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브람스 <바이올립 협주곡 2번> 중 2악장입니다. 안네 조피 무터가 연주합니다. 

 

구속의 반지는 돌려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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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테 폰 지볼트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실제 첫사랑입니다. 그는 브람스와 약혼 반지를 나눠 끼기도 했지만, 결혼 생활에 두려움을 느낀 브람으의 마음으로 인해 결별합니다. ⓒ위키피디아

브람스와 아가테는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둘은 누가 보아도 완벽한 연인이었을 거예요. 그들의 달콤했던 어느 날 아가테와 브람스는 서로에게 반지를 선물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 반지를 소중하게 끼고 다녔습니다.

반지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의 약속이죠? 아마 새 연인도 자신과 평생을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반지와 함께 건넸을 것입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아가테와 반지까지 나누어 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세상 모든 연인들이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과제죠. 바로 결혼인데요. 브람스와 아가테도 자신들의 사랑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유명 음악가와 아름다운 아가씨의 연애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결말에 결혼을 바라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사랑의 완성이라 부를 수도 있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브람스는 돌연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브람스는 확실하게 결혼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가테와의 황홀한 시간에 푹 빠져 지냈지만,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의 역할은 맡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고요. 혹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클라라를 잊지 못해, 차마 아가테와 결혼할 수 없었을 지도요. 

브람스의 진짜 마음을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그의 마음을 추리해볼 수 있는 편지가 전해지는데요. 브람스가 아가테와 결혼 이야기가 나온 후, 아가테에게 직접 보낸 황당할 정도로 무책임한 연서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하지만 속박 당할 수는 없군요. 나한테 편지를 써요. 내가 당신에게 돌아가서 당신을 안고 입 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지 말이오.”

참 애매한 표현 아닌가요. 결혼하기 싫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놓고 자신은 구속받지 싫다고 했고요. 또 자신과 아가테의 관계를 지볼트가 결정하도록 책임을 슬쩍 밀어놓은 듯도 하고요. 저는 이런 남자라면 연애든 결혼이든 무조건 반대입니다. 

만약 브람스가 아가테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요? 한 가정을 이끌고, 아이들을 기르며 살았을 브람스의 음악 세계는 지금과 달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라라를 위한 진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든 결혼이라는 감옥에 들어가기 싫어서였든 브람스는 당시 아가테에게 나쁜 남자로 남았던 건 분명합니다.

사실 브람스를 떠올릴 때 클라라와의 관계로 인해 순정파라는 인식이 많은 편인데요. 아가테와의 이별 일화를 통해서는 다소 애매모호한 남자 혹은 결혼은 싫지만 연애는 계속 하고 싶다는 이기주의적인 면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네요. 참 브람스가 아가테에게 받았던 반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세월 속에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겠지만, 그들이 나눈 한 때의 사랑을 그 어떤 것보다 잘 간직하고 있기를 바래봅니다.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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