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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피자 메뉴를 보다가 느낀 불편함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3.02

지난 탐험에서 외래어 표기 문제를 다루면서 올바른 표기인 슈림프보다 쉬림프가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우선 그 사진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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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림프외에 또 무엇이 눈에 띄는가? 오븐, 스테이크, 피자, 레귤러, 사이즈, 코코넛, 샐러드, 밀 박스. 죄다 영어다. 일부 표현은 외래어 외에는 다르게 표기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쉬림프, 레귤러, 사이즈, , 박스 등은 충분히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다. ‘새우 스테이크 피자 중간 크기(2~3인분용)’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피자얘기가 나왔으니 또 어떤 피자들이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은 유명 피자 업체들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메뉴 사진과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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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중에서 외래어가 아닌 것을 찾아보자. 직화, 새우, 천왕. 이 많은 단어 중에서 겨우 세 개뿐이다. 그렇다면 외래어 표현들은 원래 우리말에는 적절한 표현이 없었거나 아니면 외래어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한 걸까?

피자의 이름을 보다보면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 ‘새우천왕쉬림프골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무엇이 골드인 거고, ‘천왕골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바로 파악되지 않는다. 그리고 왜 우리는 감자피자가 아니라 포테이토피자를 먹어야 하며, 토핑으로 돼지고기’, ‘소고기가 아니라 포크’, ‘비프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정리하자면 일부는 오히려 무슨 피자인지 더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일부는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여전히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외래어라기보다도 외국어를 표기만 한글로 옮긴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표현들도 있다.

실제로 삼촌께서도 피자집에 가서 기본 피자를 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이해할 수 없는 메뉴판을 보여주어서 주문하기 힘들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외국어를 발음만 한글로 옮긴 메뉴판을 마주하니 해외에 나가서 모르는 언어로 된 메뉴판을 볼 때보다 더 큰 당혹감을 느꼈다고 하셨다.

다행히 직원의 도움으로 콤비네이션 피자가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뒤로는 어딜 가든 콤비네이션만 시키시는데 다른 피자는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이셨다.

사실 이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과정에 영어가 있었지만 블랙타이거가 새우의 한 종류이고, ‘블랙앵거스가 소고기의 한 종류임을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외래어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먼저 생각해보고 사용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이 외래어 표현을 여기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리고 굳이 이것을 써야 하는가?  

예를 들어 아모르파티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이것을 피자에 사용한다면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힘들어진다. 재료의 명칭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름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이름의 기능은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과도한 외래어, 심지어는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만 한 표현으로 의사소통을 해친다면 좋은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무늬만 한국어인 표현 말고 진짜 한국어 표현을 보고 우리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피자를 골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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