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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5악장
입력 : 2021.02.25

최근 신문에 자주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끈 두 사업가가 있습니다. 미국 증시를 두드리는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엄청난 금액으로 인수 합병된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 대표입니다. 기사를 보면서 뭔가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 경영을 잘 모르는 제 입장에선 구체적인 사업이야기 보다는 대표로서의 마인드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모두가 그 길이 아니라고 할 때, ‘이 길이 맞다며 쿠팡을 키워온 김범석 의장이나 설립 8년 만에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 합병될 때 까지 회사를 키운 안상일 대표. 안대표의 경우 2002년 첫 창업을 했지만 파산과 창업을 연달아 거듭하며 빚까지 생겼다고 해요.

두 사람 모두 굴곡진 시간을 잘 견디며, 보이지 않는 미래에 희망을 걸고 전력 질주했던 그 버티는 힘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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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의장(왼쪽)과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누구에게든 창업이라는 건 잘 되면 대박이지만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불안이 존재합니다. 처음부터 짧은 시간 안에 성공대박을 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창업을 두려워하겠어요? 잘되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같겠지만 힘들고 어려워서 넘어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죠.

 그 지난한 시간들을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그들에겐 언젠간 꼭 해낼 거라며 자신을 믿는 힘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며 미래의 가치를 믿고 묵묵히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 어느 분야건 그렇게 버텨낸 사람들에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길고 힘들지만 터널의 끝까지 가 본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는 성공의 희열, 환희는 분명 다릅니다.

 요즘처럼 불안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에선 나마저도 나를 못 믿는 마음이 들 때 가장 힘들죠. 세상이 나를 흔들 때마다 휘청거리고 약해지는 모습이 싫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리 세상이 요동을 치고 남들의 평가가 급등락을 해도 자신을 믿고 가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을 믿고 마이웨이를 걸어가면서 자신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믿음을 몸소 보여준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를 소개합니다.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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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G.Mahler 1860~1911, 오스트리아)
 

구스타프 말러(G.Mahler 1860~1911,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유대인이었습니다. 말러가 태어난 당시엔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셉 황제가 10월 칙령을 반포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허가하자, 유대인인 말러 가족은 독일어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인 이글라우로 이주합니다.

 체코인이기도 오스트리아인이기도 유대인이기도 했던 그는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에 서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유대인의 핏줄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던 그는 항상 소속이 불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내는 힘은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실패로 좌절하거나 세상의 칭찬에 으쓱해져 한눈팔지 말고 흔들림 없이단호하게자신의 길을 가라’-말러 

말러는 1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지만 큰 형이 일찍 죽어서 실제적으론 장남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생들의 생계도 모두 책임져야했던 가장의 몫도 해내야 했어요. 29(1889)의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이어 돌아가시게 되자 그는 남은 형제들을 모두 빈으로 데려와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교향곡 2번을 작곡했고 사랑하는 동생 오토가 자살한 1895년에 이 곡을 초연합니다. 그의 삶은 한 번도 평온하고 만만한 적이 없습니다. 사는 게 파란만장 그 자체였어요. 살아서는 지휘자로 더 많은 활동을 했지만 진정 그는 지휘자보다는 작곡가 말러로 인정받길 원했습니다.

말러는 번호 대신 제목이 붙은 <대지의 노래>와 미완성인 교향곡 10번까지 합하면 모두 11곡의 교향곡과 수많은 가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소개할 곡은 교향곡 2부활입니다. 전체 5악장 구성이고 평균 연주시간은 90분입니다. 1889년부터 작곡을 시도했지만 1894년에 완성했고 초연은 1895년에 했습니다. 작곡하고 무대에 올리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거죠.

 1악장 <영웅의 죽음과 장송의식>, 2악장 <죽은 영웅의 행복한 과거 회상>, 3악장 <일상의 어수선함>, 4악장 <태초의 빛>, 5악장 <절망의 울부짖음, 심판, 부활, 영생>등 각 악장에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처음 1악장은 현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는 총주가 굉장히 익숙한 선율입니다. 광고나 TV 프로그램의 인트로에서도 무서운 분위기를 조장하며 등장하는 멜로디예요. 저음의 콘트라베이스가 심판의 날을 상징하는 거대한 선율을 울리고 현악기가 죽음을 상징하는 선율과 용서를 구하는 테마를 함께 연주합니다.

연주 시간이 긴 말러 음악의 특징상 전곡을 다 듣는 일은 꽤나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요, 처음이라 부담스러운 분들은 2번 교향곡의 5악장 중에서도 마지막 부분 합창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5악장에서는 '최후의 심판'을 맞이하면서 노래합니다.

 

그대가 가진 고통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너를 옮기리라 

부활하리라,

짧은 안식 후에

나의 죽은 육신은 부활하리라!

그대를 부른 이는

그대를 불멸의 삶으로 인도하리라.

그대는 새롭게 피어오른다!

 

오 믿음을 가지라, 내 영혼이여

그대가 잃은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대가 갈구하던 것이 모두 그대 것이다!

사랑한 것, 싸워 쟁취한 것

모든 것을 갖고 있지 않은가!

 

오 믿음을 가지라,

그대의 탄생은 헛되지 않다.

그대의 존재, 고통 모두 헛되지 않음을 믿으라!

 

피조물은

멸하기 마련이고

멸한 것은 다시 부활하기 마련이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부활할 준비를 갖추라! 

-말러 교향곡 25악장 합창 가사 발췌

 

모든 악기들이 심판의 날에 있는 혼돈스런 상황을 불안하고 절규하듯 울부짖다가 클라리넷과 피콜로(플루트보다 한 옥타브 위를 연주하는 높은 음역대의 작은 플루트)의 조용한 연주에 이어 아 카펠라로 '일어나라' 합창이 시작됩니다. 이 부분부터는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관현악이 총출동하며 엄청난 음량의 음악이 작렬하는 최고의 악장이면서 마지막 부분의 합창은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악장입니다. 

이 곡은 1895년 베를린에서 말러의 지휘로 초연되었지만 청중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5년 뒤 1900년 뮌헨에서의 연주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08년 뉴욕과 파리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말러의 곡은 대중으로부터 호불호가 나뉩니다그의 음악은 초연에 실패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넘어서야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한번 말러의 음악에 빠지면 그 오묘하고 철학적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을수록 말러의 언어는 더 자세히 들립니다. 몇 번을 들어도 참뜻을 헤아리기는 어렵습니다만, 갑자기 어느 순간 말러의 음악에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10번을 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가 11번째에 눈물이 날 수도 있고, 100번을 들어도 무감각하다가 101번째 귀가 열리기도 합니다.

말러의 음악은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듣기 보다는 눈 감고 귀를 열고 집중해서 이어폰으로 들어보세요. 마지막 합창을 듣는데 17분이면 충분합니다.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서 큰 볼륨으로 차 안에서 들어도 좋습니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면서, 마치 우주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위한 혼자만의 경이로운 의식을 치루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특히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이탈리아)가 지휘한 연주를 좋아합니다. 아바도는 이탈리아의 유명 지휘자인데요, 2000년에 위암 진단을 받아 소화기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2003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공연을 하면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수술 후 그의 얼굴은 몹시 야위었지만 음악적인 손놀림과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2003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하는데 5악장 합창을 따라 부르며 같이 지휘하는 그의 야윈 모습에 눈물을 흘린 적인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쩌면 위암이라는 큰 수술을 마치고 본인 스스로 부활한 느낌으로 음악을 지휘했을지도 모릅니다. 말러의 부활을 귀로 먼저 듣고 아바도의 지휘를 감상해보세요.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이라는 말러의 말이 큰 위안이 되는 요즘입니다.

 

두다멜 지휘 5악장 중 합창 부분- 17‘40

BBC Proms 2011: Prom 29

Royal Albert Hall

Mahler: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V (2/2)

Simón Bolívar Symphony Orchestra of Venezuela

 

아바도 전곡 지휘

5악장 중 1:09:16  합창 시작 부분 가장 좋음

Gustav Mahler: Symphony No. 2 "Resurrection" (Lucerne Festival Orchestra, Claudio Abbado)

Recorded live at the Lucerne Festival, Summer 2003

Culture and Convention Centre Lucerne, 21 August 2003


0:00Gustav Mahler: Symphony No. 2 "Resurrection"

1:37   1악장I. Allegro maestoso

22:26  2악장 II. Andante moderato

32:18  3악장 III.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43:38  4악장 IV. Urllicht. Sehr feierlich, aber schlicht

48:42  5악장 V. Im Tempo des Scherzo. Wild herausfahrend - "Auferstehn"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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